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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블랙리스트 무죄’ 판단한 기적의 논리

  • 입력 2017.08.01 10:27
  • 수정 2017.08.01 10:32
  • 기자명 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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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31일 서울중앙지법 황병헌 부장판사는블랙리스트 사건판결문에서박 전 대통령은 보수주의를 표방해 당선됐고 보수주의를 지지하는 국민들을 그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문화·예술계 지원사업과 관련해좌파에 대한 지원축소와 우파에 대한 지원확대를 표방한 것 자체가 헌법이나 법령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판결문을 거칠게 해석하면우파 대통령이 우파 편들어준 것이 뭐가 문제냐는 논리이다. 재판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블랙리스트 사건의 공범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개인의 사상, 양심의 영역인 보수주의, 우파/좌파를 어떻게 구분 가능한 것인지, 통치자가 그것을 구분하여 차별적인 정책을 펼친 것을 정상적인 통치행위로 해석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많다.
또 재판부는 "대통령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범행을 지시 또는 지휘함으로써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을 진다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그 밖에 이 사건에서 제출된 증거들을 종합하여도 대통령과의 공범관계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판결문에서는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범행은 정치권력의 기호에 따라 지원금 지급을 차별함으로써 헌법과 문화기본법이 보장하고 있는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했다. 정치권력의 기호에 따른 지원배제는 건전한 비판을 담은 창작활동을 제약할 수도 있어서 검열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의 정신에도 어긋난다며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같은 사건의 지시/실행자에게 각기 다른 판결을 내린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두 개 이상의 헌법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심각합니다. 이번 판결은 헌법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적인 법리조차도 외면하고 있고, 피고인별로 결론에 맞추어 판단하다보니 모순도 극명합니다."라며 페이스북에 블랙리스트 판결의 허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 연합뉴스

박범계 의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판결문을 보고] 전문
ㅡ 심각합니다. 이번 판결은 헌법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적인 법리조차도 외면하고 있고, 피고인별로 결론에 맞추어 판단하다보니 모순도 극명합니다.
1.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면죄부 준 판결
ㅡ굳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공소사실에 공범이 성립하는지 판단하여 공범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함
ㅡ 문제는, 박통이 지원배제 발언을 수석비서관회의에서하고, 관련 보고를 받았음을 인정하고도, “보수주의를 지지하는 국민들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문화예술계 지원사업과 관련하여 좌파 지원축소와 우파지원확대를 표방한 것 자체가 헌법이나 법령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함. 그런가요 ? 우리 헌법상 문화국가 원리, 법치주의, 차별금지원칙상 진보 보수를 구별하지 않도록 하고 있음에도 재판부는 보수 대통령인 박통이 진보예술인을 차별한것에 문제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임
2. 김기춘 등 유죄 판단에 있어서는 박통 부분과 달리 기준과 절차 위반을 강조하거나 박통 판단과 모순적인 판단이 드러나고 있음
ㅡ 세종도서의 선정과 관련해서는 세종도서 심사위원회 운영지침에서 정한 선정기준 심사절차를 위반한 것이 유죄이유라는 것임
ㅡ 예술위 책임심의위원 선정, 문예기금지원, 영화제 지원 부문에서는 단지 좌파 또는 정부 반대한다는 이유로 특정인들을 배제 혹은 사업에서 배제, 지시하는 것은 적정한 감독권한 행사 아니어서 유죄라하여 박통 판단과 일관성이 없어보임
3. 조윤선 무죄부분
ㅡ 정무수석실에서 민간단체보조금TF 이후에도 계속해서 당시 작성된 지원배제 대상자 명단 관리, 지원내역 확인 점검을 한 것으로 인정하고서도
ㅡ 조윤선은 업무 인계를 받지 않았고, 몰랐을 것이라는 논리 즉 조수석에 유리한 증거만 취사선택하고 불리한 증거들을 외면함
ㅡ 신동철, 김상률의 증언만으로도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에 충분해 보이나 심리를 충분히 하지 않은 듯함
4. 김기춘 등 양형 이유를 보면 재판부가 민주적기본질서를 침해한 죄가 사익추구범죄보다 경미한 것으로 보고 있는듯함
ㅡ 피고인들은 보수주의를 표방한 대통령을 보좌하는 정무직 공무원들로, 문화예술계가 지나치게 좌편향 되어 있다는 인식에 따라 이를 단기간에 바로 잡겠다는 의욕이 지나쳐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특정 개인 등의 사익추구를 목적으로 국가권력을 남용한 다른 국정농단 범행과는 그 성격이 분명히 다른 것이어서 이를 양형에 참작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입니다. 놀랍지요?
5. 박근혜는 이 판결문에서 끝까지 대통령입니다.
ㅡ 김기춘, 조윤선, 김종덕 등은 모두 언제부터 언제까지 재직한 사람으로 표현되어 있음
ㅡ 그러나, 박근혜는 대한민국 18대 대통령, 국가원수이자 정부수반으로서 모든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 감독한 사람으로 표현되어 있고 이하 대통령이라 약칭되어 있음
ㅡ 헌법과 법률에 따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파면된 사람이라는 표현은 어디에도 없음
6.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하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재판장들이 보수화 된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죠. 그러나, 자신의 세계관이 헌법적 가치를 해석하는데 자의적으로 작용하면 안된다는건 평범한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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