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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알려주지 않는 '취업자 최대 증가'의 비밀

  • 입력 2014.03.13 11:49
  • 수정 2014.03.13 16:40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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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9시 뉴스는 3월 12일 톱 뉴스로 '취업자 12년 만에 최대 증가- 고용시장 훈풍'이라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2014년 2월 취업자 수가 2013년 2월보다 83만 5천 명이 늘어, 1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는 내용입니다.

KBS는 '취업자 12년 만에 최대 증가' 소식을 전하면서 경기 회복이나 생산성, 소비도 크게 늘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취업자가 늘고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면 좋아할 얘기지만, 실제 그 안의 내용을 보면 무조건 좋아하기는 어렵습니다.

오늘은 방송과 언론이 알려주지 않는 '취업자 최대 증가'의 비밀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통계의 함정'

아이엠피터에게 가장 어려운 분야가 바로 통계입니다. 통계에는 전문가들만 아는 '통계의 함정'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취업자가 12년 만에 최대 증가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조사 기간에 취업자가 크게 늘었다는 얘기인데, 만약 비교 대상이 원래 적은 수치였다면 그것을 '최대 증가'라고 볼 수 있을까요?

취업자 수가 12년 만에 최대 늘었다는 것은 2013년 2월을 기준으로 했을 때를 말합니다. 그런데 2013년 2월에는 설 연휴 기간 중 이틀이 조사 대상 주간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2013년 2월은 설 연휴가 포함되어 음식,숙박,도소매업 취업자 수가 적었습니다. 비교 대상이 되는 2013년 2월의 취업자 수가 적다 보니, 2014년 2월 취업자 숫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나 보이는 통계의 함정이 나타난 것입니다. 물론, 이런 사실은 방송과 언론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은 얘기입니다.

'늘어난 취업자, 대부분 고령층 시간제 일자리'

취업자 수가 늘었다는 사실은 맞습니다. 그렇다면 그 늘어난 취업자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이번 취업자 조사에서 가장 취업자 수가 늘어난 연령은 50~59세입니다. 무려 357,000명이 증가했습니다. 이에 반해 20~29세는 126,000명, 30~39세는 오히려 마이너스 6천 명입니다.

늘어난 취업자의 70%가 50대 이상에 집중됐다는 사실은 취업자는 늘었지만, 대부분 고령층 일자리만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봐야 합니다.

취업자 수는 크게 늘었지만, 오히려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줄었습니다. 지난해 2월은 설이라 비교가 어려우니 2013년 11월과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013년 11월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44.4 (시간)이었는데 2014년 1월은 43.5(시간)으로 거의 1시간이 줄었습니다. 시간대별로 보면 주당 1시간에서 17시간, 주당 18~25시간 일하는 취업자는 소폭으로 늘었고, 주당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소폭으로 감소했습니다.

이것은 취업자들이 정규직보다는 '시간제 일자리'로 취업을 더 많이 했다는 내용이 될 수 있습니다. 노령층의 단순 시간제 일자리가 '취업자 12년 만에 최대 증가' 원인 중의 하나였다고 봐야 합니다.

'취업자가 늘어난 만큼 실업률도 함께 늘어'

취업자 수가 최대로 증가했지만, 실제 청년들의 취업률은 그다지 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언론은 청년 고용률이나 취업난은 말하지만, '실업률'은 잘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2014년 2월 실업률은 2013년에 비해 0.5%p 상승한 4.5%입니다. 실업자는 총 117만 8천 명으로 지난 해와 비교하면 무려 18만 9천 명(19.1%)가 증가했습니다.

취업자 수가 83만 명 늘어났지만, 그에 못지않게 18만 명의 실업자도 늘어난 것입니다.

연령별 실업자를 보면 50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증가하였습니다. 특히 교육 정도별 실업자를 보면 고졸은 9만 3천 명(24.5%)으로 늘어났고, 대졸은 6만 3천 명(14.9%)가 증가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일해야 하는 20세부터 49세까지의 연령대 실업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대한민국'

통계청은 실업자와 실업률이 증가한 이유가 졸업 시즌이나 9급 공무원 시험과 경찰 시험에 많은 수험생들이 몰렸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다음 달에 치러질 9급 공무원 시험에 무려 19만 명이 응시한다고 합니다. KBS 뉴스는 이렇게 공무원 시험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가 대기업이 인문계 출신이 20%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9급 공무원 시험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일자리 문제도 있지만, 한국의 노동시장이 '시간제 일자리'나 '비정규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통해 일자리만 늘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시간제 일자리는 정규직 노동자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임금과 부당한 복지와 근무 여건, 사회보험 지원에 대한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시간제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65만 원이며, 시간당 임금은 7,500원입니다. 정규직 노동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3% 수준에 불과합니다. (출처:새사연 김수현)

사회보험도 지원되지 않고 부당한 근무 여건에 임금은 20% 수준의 시간제 일자리를 좋아할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시간제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가 아님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시간제 일자리'를 자꾸 알리고 홍보하라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시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간제 일자리를 홍보하라고 지시하는 이유는 그녀가 공약한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간제 일자리' 확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대선 공약 중 '양질의 일자리 확대'는 사라지고, 무조건 '고용률 70% 달성'만 목표로 하고 있으니, 정작 일해야 할 연령층의 실업률은 증가하고, 제대로 된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어제 '취업자 수 12년 만에 최대 증가'라는 기사가 수백 개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방송과 언론은 실업률 증가나 '시간제 일자리'의 문제는 잘 다루지 않았습니다. 작년과 비교하면 2014년 '구직단념자'는 무려 7만 5천 명이나 증가했습니다. 취업하고 싶고 능력은 있으나 노동시장의 문제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노동 시장의 처우와 환경이 열악합니다.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무조건 일자리만 늘린다면 그 후에 발생하는 노동 인권과 사회적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보여주기식 정책이나 선거에 이기기 위한 홍보로 왜곡된 고용시장의 뉴스를 순진하게 믿는 사람들은 나중에 그 피해와 허탈감을 고스란히 맛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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