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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대리합의 거부하면 징계로 복수?

  • 입력 2017.07.24 14:40
  • 수정 2017.09.04 17:45
  • 기자명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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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육군3사관학교가 상관의 '성범죄 대리합의' 지시를 거부한 여군 소령 A에 대해 교수 보직해임 등 보복성 인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피우진 중령 사건'처럼 본분을 지킨 사람이 오히려 처벌받는 군대 내 부조리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여군 소령 A가 제출한 진정서 등에 의하면 3사관학교 교수인 B 대령은 부하 A 소령에게 몰카 성범죄로 체포된 대위의 누나인 척 하고 피해자를 만나 돈을 주고 합의를 해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A 소령이 '지시를 따를 수 없다'며 거부하자 인사상 불이익과 징계 등이 뒤따랐다. 대리합의 거부로 인한 보복성 인사조치였다.

결국 A 소령은 상관인 B 대령으로부터 근무평정에서 두 차례나 '열등' 평가를 받고 현역 부적합/전역 심사에 넘겨졌다. 하지만 정작 성범죄 대리합의를 지시한 대령에게는 고작 서면경고 처분이 끝이었다. 군대 내부의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이 사건은 A 소령이 부당한 대우를 참지 않고 인권위와 국방구 인권과 등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났다.

이 사건과 관련해 시민단체 내부제보실천운동은 24일 오전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사관학교는 성범죄 대리합의를 지시한 대령에게는 '서면경고'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으나 막상 지시를 거부한 여군 A소령에 대해서는 징계와 함께 교수 보직해임 심의에 부쳤다"고 비판했다.

송영무 신임 국방부 장관이 국방개혁 6대 과제 중 하나로 '여군 인력 확대와 근무여건 보장'을 내세운 이후에도 성범죄 무마를 내부제보한 여군 장교에 대해 보복성 인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진상조사도 끝나지 않은 상태인데도 보직해임을 운운하는 것은 보복성 인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방부와 육군본부에 A소령에 대한 보복성 인사를 막는 한편 '성범죄 대리합의' 사건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대리합의를 지시한 대령과 관련해서도 "합의금을 특수활동비 등 군 예산에서 지급하려고 한 것인지 등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군대의 특수성 때문에 군의 비리를 바로잡는 일은 내부제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리 근절을 위해서는 피해자이자 내부제보자의 보호가 우선시된다. 그런데 3사관학교는 내부제보자 보호는커녕 징계와 더불어 보복성 인사까지 감행했다. 이는 조직의 특수성에 함몰되어 자정능력을 갖추지 못한 집단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A소령의 성범죄 대리합의 사건은 여군을 술자리 접대에 내보내라는 명령을 거부한 피우진 중령(현 국가보훈처장)사건과 닮았다. 피우진 중령은 1988년 여군 부사관을 사령관의 술자리에 내보내라는 명령을 거부한 적이 있고, 그로 인해 보직해임을 당했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 2017년에도 군 내 성범죄를 다루는 수준은 전혀 발전하지 않았다.

성범죄 외에도 병사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나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군납비리 등으로 곪아들어가고 있는 군 조직. 변화하는 시대에 스스로 발맞추지 못하는 집단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제 더이상 군 내부적인 자정만을 바랄 수는 없다.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도 더 엄중하고 확실한 외부적 조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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