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대학에 벽돌 쌓아주러 가는 수험생들에게 희소식

  • 입력 2017.07.13 18:02
  • 수정 2017.09.04 18:37
  • 기자명 김현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드디어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큰 부담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대학 입학 전형료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그동안 수험생들은 단지 학교에 지원하기 위해 매년 학교당 수만원~십수만원에 달하는 전형료를 납부해야만 했다. 토익이나 토플은 자격증이라도 나오지 어차피 하나의 학교에만 합격하거나 혹은 합격하지 못할 수도 있는 대학 입시에서 정시에 수시까지 포함하면 수십만원에 달하는 전형료는 학생들에게 지나친 부담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대학에 벽돌 쌓아주러 간다'는 씁쓸한 농담까지 만들어냈던 대학 입학 전형료의 부담이 보다 가벼워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입 전형료와 관련해 "대학별·전형별로 많이 다르고 책정 기준도 모호하다는 문제가 오랫동안 제기돼 온 게 사실"이라며 산정기준을 세부적으로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일괄적인 전형료 인하보다는 천차만별인 전형료 산정기준을 구체화해 사실상의 인하를 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대학의 장이 전년도 입학전형 관련 수입·지출 내역 및 모집인원 대비 지원 인원 등을 고려해 입학전형료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 '대학 입학전형 관련 수입·지출의 항목 및 산정 방법에 관한 규칙'은 홍보비를 비롯한 전형료 지출 내역과 규모를 주로 규정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전형료 책정은 전적으로 대학에 맡겨졌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에 입학전형료 산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규정을 포함하는 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가 파악한 2017학년도 4년제 대학의 평균 전형료를 보면 실기전형이 6만9천원, 논술전형이 6만4천원으로 다른 전형들보다 비싸다. 학생부종합전형은 4만5천원, 학생부교과전형은 3만5천원이고 수능 전형이 3만4천원으로 가장 낮다.

또한 전형료는 학교별·전형별로도 편차가 크다. 성균관대의 서류심사 위주 학종전형 가운데서도 성균인재 전형은 전형료가 6만원, 글로벌인재 전형은 8만원에 달한다. 건국대는 학종전형 가운데 학생부·서류·면접을 모두 보는 KU자기추천전형은 전형료가 10만원, KU학교추천전형은 전형료가 7만원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부 전형료는 10만원을 훌쩍 넘기까지 한다. 연세대는 같은 실기 위주 전형이지만 학생부·서류·실기를 모두 보는 체육계열 특기자 전형의 경우 13만원을, 학생부·실기만 보는 예술계열 특기자 전형은 15만원을 받는다. 고려대는 실기 위주의 어학·수학·과학·체육 특기자 전형료로 11만원, 중앙대도 실기 위주의 영화·공간연출 분야 전형료로 11만원을 받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입학금이 아니라 대학 입시 전형료다.

현재 대입 수시·정시모집은 수험생 1인당 모두 합쳐 9회까지 지원이 가능하다. 즉, 4∼5곳만 지원해도 말 그대로 수십만원의 전형료를 감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1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예체능계 전형 등으로 9회를 꽉 채워 지원한다면 이론상 입학하기 전에 벌써 100만원이 날아가버릴 수 있다. 물론 합격 후 내야 할 입학금 및 등록금은 또 다른 얘기다. 이렇게 대학이 받는 전형료는 한해 1천500억원을 훌쩍 넘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해마다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과도한 부담을 줬던 것 중 하나가 대학입시 전형료"라며 "대학입시 전형료가 합리적이지 못하고 과다하다면 올해 입시부터 바로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들은 정부가 등록금 인상폭을 고등교육법으로 묶어놓고 대통령이 입학금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데 이어 전형료 인하까지 압박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전형료 수입이 모자라 입학전형 비용을 교비로 충당하는 학교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일괄적으로 시한을 정해 인하를 유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

그러나 대학 졸업장이 사회 구성원으로 대접받기 위한 필수조건이 되는 한국 사회에서 현재 책정된 대학입시 전형료는 대학들의 갑질이라고까지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이미 등록금과 입학금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는 지금 대학 입학 전형료까지 고수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다.

참고로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는 연세대, 고려대를 비롯한 상위권 사립대의 경우 기업의 사내 유보금이라고 볼 수 있는 적립금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사립대의 전체 적립금은 8조 617억원에 이른다.

전국 4년제 사립대 적립금 TOP 5 (2015 회계연도 기준)

홍익대 - 7172억원

이화여대 - 7066억원

연세대 - 5209억원

수원대 - 3588억원

고려대 - 3437억원

자료 출처 : 대학알리미

대학 적립금은 수천억원이 쌓여있지만 반값등록금 공약은 번번이 좌절되어 돈이 없으면 대한민국에서 사람 노릇하기도 힘든 현실이다. 부디 빠르고 합리적인 입학전형료 조정을 통해 11월마다 대학에 벽돌 서너 장씩 쌓아주느라 고생했던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더 큰 부담이 없기를 기원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