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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때문에 묻힐 뻔했던 ‘한국인 위안부’ 영상

  • 입력 2017.07.11 11:31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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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5일 서울시와 서울대인권센터가 공개한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 영상 ⓒ서울시-서울대인권센터

한국인 위안부의 참상을 알릴 영상이 73년 만에 최초 발굴됐습니다. 지난 7월 5일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는 미국 국립문서관리청에 있던 한국인 위안부 영상을 찾아내 공개했습니다.

한국인 위안부의 모습이 담긴 영상은 당시 미‧중연합군으로 활동했던 미군 164 통신대 사진대 배속 사진병이 1944년 9월 8일 직후 촬영해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이 소장해왔습니다.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서울대 정진성 교수 연구팀, 이하 서울대 연구팀)는 2년여간의 끈질긴 발굴 조사 끝에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자료를 찾아냈고 영상은 73년 만에 세상에 나오게 됐습니다.

세계 최초로 공개된 위안부 영상

▲ 기존에 공개됐던 일본군 위안부 사진과 이번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영상 속 인물들의 얼굴과 옷차림이 동일했다. ⓒ서울시-서울대인권센터

한국인 위안부 관련 증언과 문서, 사진 등이 공개된 적은 있었지만, 실제 촬영된 영상이 공개된 것은 세계 최초입니다.

영상에는 민가 건물, 중국군, 여성들이 등장합니다. 1944년 9월 7일 미‧중연합군은 일본군이 점령했던 송산을 탈환합니다. 이때 일본군 위안부로 있던 24명 중 10명이 생존해, 미‧중연합군의 포로로 붙잡혔습니다. 영상은 미‧중연합군 점령 다음 날인 9월 8일 촬영된 것입니다.

영상 속 여성과 대화하는 군인은 미‧중연합군 산하 제8군사령부 참모장교 신카이 대위(중국군 장교)로 추정됩니다. 나머지 여성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상 속 여성이 한국군 위안부라고 입증할 수 있는 근거는 2000년 고(故) 박영심 할머니가 자신이라 밝혔던 사진과 영상 속 인물들의 얼굴 및 옷차림이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송산에서 쿤밍 포로수용소로 이동해 작성된 포로 심문 보고서를 보면, 포로 명단 가운데 고(故) 박영심 할머니의 이름도 명확히 표기돼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위안부 관련 문서가 일본 정부와 군 소유인 상황에서 한국이 세계 최초로 발굴한 이 영상은 일본군 위안부의 참상을 알리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한일 위안부 합의 후 묻힐 뻔했던 영상

▲ 박근혜 정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각종 위안부 관련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하거나 축소했다.

이번 공개된 영상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참상을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증거지만, 하마터면 공개되지 못하고 묻힐 뻔했습니다.

영상을 발굴한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한 미국 자료 조사 사업을 위해 여성가족부의 예산을 받아 서울대 인권센터를 지원하기로 했는데 지난해 1월 (여가부 예산지원이) 돌연 취소됐다”라며 “12·28 합의 직후였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여가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반대한 단체에 대해 국고보조금 지원을 중단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강성현 교수는 “12·28 합의(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여러 압력이 있어 어려웠는데 서울시에서 지난해부터 후원해 결실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와 서울대 연구팀은 한국인 위안부 영상의 존재에 대한 단서를 포착하고 2년 전부터 이를 추적해왔습니다. 연구팀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이 소장한 수백 통의 필름을 일일이 확인해 이번 영상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오랜 시간 발굴하고 추적하는 데 필요한 예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위안부 할머니의 손, 서울시가 잡아주다

▲ 위안부 피해자 추모공원인 ‘기억의 터’ 제막식 ⓒ서울시

박근혜 정부에서는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각종 예산을 대폭 축소했습니다. 그러자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이 나섰습니다.

앞서 말했던 영상도 서울시의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관리사업’의 하나로 발굴됐습니다. 서울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추모하는 공원인 ‘기억의 터’도 조성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생활안정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사업’ 예산 삭감을 하자 서울시가 하겠다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지난 3월 1일 박원순 서울 시장은 2016년 스웨덴 ‘예테보리 지속가능발전상’ 수상 상금 5천만 원을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관련 캠페인에 기부했습니다. 박 시장은 1990년대 초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적 지원 활동에 참여했는데, 2000년에는 ‘일본군 성노예전범 국제법정’에서 한국 측 검사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위안부’ 연구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이 갑자기 끊긴 상태에서 정부가 하지 않으면 서울시라도 지원하겠다는 마음으로 서울대 연구팀과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관리사업을 추진, 오늘과 같은 결실을 얻게 됐다”며 “이러한 불행한 역사도 기록하고 기억해야 다시는 반복하지 않는 만큼 앞으로도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해 역사를 기억하고 바로 세우는 데 앞장서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국민의 아픔을 위로하고 기억하는 일은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비록 지난 정부에서는 하지 못해 서울시가 나섰지만, 이제라도 정부와 서울시가 함께 꼭 이룩해야 할 역사적 소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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