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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전성시대, 웃는 자는 누구인가?

  • 입력 2017.07.06 14:15
  • 기자명 문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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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육계의 가치 사슬에 있어 '재미를 보는 곳'은 별로 없습니다.

우리 생각과는 달리, 실은 국내 치킨 가격은 비교적 저렴한 편입니다. 육계 농장에서 도계장, 도계장에서 치킨 프렌차이즈 체인, 체인에서 가맹점으로, 가맹점에서 소비자로 가는 이 과정에 남는 마진이 워낙에 박하기 때문에 여기서 큰돈 버는 곳은 없습니다. 도계장으로서의 하림이나 체리부로도 그리 돈 버는 쪽이 아닙니다. 이쪽도 마진이 박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누가 돈을 버느냐. 앞서 말한 이 흐름에서 딱 눈에 띄지 않는 쪽이 돈을 벌고 있죠. 먼저 병아리 종자를 공급하는 글로벌 종계기업이 그나마 돈을 좀 벌고 있습니다. 또 닭이 크려면 사료를 먹어야 하겠죠. 농가에서 도계장으로 넘겨지는 닭원가의 7~80%가 사료비용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사료 회사들이 돈을 꽤 법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실은 사료 회사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이 사료의 원료를 생산-수집-운송하는 글로벌 곡물 회사가 돈을 법니다.

각 회사 이름에서 한글자씩 따서 ABCD라고 부르는 글로벌 곡물 회사. ⓒ캡처 이미지

그다음 봐야 할 것은 부당하게 돈을 버는 자가 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이 관점으로 보면 글로벌 종계 기업도, 곡물 메이저도 별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종계 기업의 강력한 바게닝 파워(Bargaining Power)를 줄이는 건 우리의 닭 소비 시장이 다양해 지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곡물 메이저에 의존을 극복하는 대안은 현재로선 없습니다. 곡물 메이저의 곡물을 사료로 쓰지 않는 방법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지금 2만 원 하는 치킨은 단번에 3만 원으로 튀어 오를 겁니다. 소비자 후생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육계 사육장 풍경. ⓒ연합뉴스

그다음은 이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는 플레이어들의 관계를 보아야 하는데, 한겨레 기사('2만원 치킨' 시대...웃는 자는 따로 있다)에서는 도계기업(하림, 체리부로 등)과 계열화 육계 농장 간의 착취 구조가 큰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계열화 사업은 도계기업을 중심으로 생산 농장들이 계약 관계로 묶여 있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우리나라 육계 시장의 90% 정도가 다섯 개의 대형 도계회사를 중심으로 각각의 계열화가 이뤄져 있습니다. 얼핏 보면 착취 같지만, 대부분의 육계 농장들이 계열화를 선택하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닭을 생산하려면 시설 이외에 병아리가 있어야 하고, 육성 시기별로 다른 포뮬러의 사료가 있어야 하고, 비타민, 미네랄, 항생제 등의 약품이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것을 적절히 구입하여 생산에 투입해야 닭이 생산됩니다. 도계기업들과 계열화된 농장들은 이 부분에 있어서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것입니다. 도계기업이 병아리, 사료, 약품 등을 구입해서 육계 농장에 넣어주면, 농장은 하청을 받아 생산만 합니다. 적절한 시기가 되면 도계기업이 농장의 닭을 모두 가지고 가서 도계장에서 도축하지요.

얼핏 보면 이것이 부도덕해 보이는 착취관계인 것 같지만, 그 어떤 육계 농장과 이야기해 보아도 이 계열화 사업 관계를 그만두고 싶어 하는 곳은 없습니다. 그만한 강점이 있다는 거지요. 계열화하지 않으면 병아리, 사료, 약품을 농가들이 직접 구매해야 합니다. 지금은 갑이 도계 회사 하나지만, 이제는 세 개의 갑이 생깁니다.

작은 농장들은 병아리를 제대로 받을 수도 없고, 작은 농장일수록 마리당 가격을 비싸게 지불해야 합니다. 사료는 더하죠. 큰 농장은 더욱 유리해지고, 작은 농장은 더 불리해집니다. 그리고 닭을 키우면 적절한 시기에 시장을 내보내야 하는데, 반드시 적법한 도계장을 통해서만 시장에 나갈 수 있습니다. 농가가 매번 도계장을 찾아야 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최종 가공 판매하는 업체, 즉 판로를 직접 열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계열화 체계에서는 육계 농장은 시설만 있으면 돈이 들일이 없습니다. 도계 기업이 병아리, 사료, 약품을 일단 무상으로 공급해 주고, 성체가 된 닭을 가지고 가면 닭 가격에서 병아리 가격, 사료 및 약품 가격을 뺀 가격을 사후 정산해 줍니다. 도축 및 시장, 판로 개척도 도계장이 하죠. 그러니 농가 입장에서는 생산만 하면 되니 매우 편리합니다. 이 시스템이 실은 육계 계열화 사업의 가장 큰 강점이자 맹점이 되기도 합니다.

계열화 시스템 자체가 사라진다고 닭 가격이 안정될까?

반복되는 AI로 치솟은 닭 가격. ⓒ연합뉴스

이 종속적으로 보이는 계열화 시스템을 없애면 어떻게 될까요?

당장 대부분의 소규모 농장은 파산하게 됩니다. 지금의 저렴한 닭 가격이 지탱되는 것은 실은 대형 도계 기업들이 병아리, 사료, 약품 등을 대규모로 매입하기에 가능한 부분인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니 농가 단위로 돌아가게 되면 닭의 원가는 대략 두 배에서 세 배 정도로 뛰게 되고, 단언컨대 이제는 도계 회사가 아닌 치킨 프렌차이즈 기업의 바게닝 파워에 밀리게 될 겁니다. 소비자 관점에서도 그리 반길 일은 아닙니다.

따라서 농가 단위로 살아남으려면 조합형으로 가는 것이 하나의 옵션입니다. 분명히 대안이 될 수 있고, 일부 육계 농장들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또 정답은 아닙니다. 돼지나 한우, 낙농의 경우 축협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이미 우리가 알고 있듯 그것이 유일한 하나의 정답은 아닙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 중의 하나이지요.

공정거래위원회의 화살은 어디에로 향해야 할까. ⓒ연합뉴스

공정위가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은 '계열화 사업' 자체를 '부도덕한 갑질 시스템'으로 몰고 갈 것이 아니라, 농가와 도계기업의 세부 계약 관계에 집중해야 합니다. '반드시 우리 약품만을 써야 한다' '반드시 우리 사료를 써야만 한다'라는 것이 불공정한 측면이 있는지, 사후 정산에 있어 부당한 관행은 없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그래서 이 계열화의 관계가 좀 더 공정하고, 함께 공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건전한 관계로 끌고 가는 것이 핵심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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