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회담 후 ‘보물’과 함께 돌아온다

  • 입력 2017.06.28 15:36
  • 수정 2017.06.28 16:53
  • 기자명 BIG HIP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미 양국 정부가 오는 6월 29~30일 진행하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정왕후어보* 반환을 협의하는 중이라고 한다. 문정왕후어보는 6·25전쟁 때 약탈당한 문화재로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가 2013년 9월 19일 LA 카운티 박물관으로부터 반환 결정을 끌어냈다.

* 어보: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의례용 도장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 문화재제자리찾기는 2014년, 2017년 한미정상회담에서 문화재반환운동을 두 차례 전개했다.

한미정상회담에서의 두 번째 반환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진행될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정왕후어보의 반환을 기원하는 'Fly to the 문' 운동을 전개 중이다. 이미 미국 국무부, 한국 외교부와 국무총리실 등에 관련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 한국 외교부는 6월 14일까지 답변을 주기로 했으나 지금까지 답을 미루고 있다. 아마 계속해서 미국 정부와 협의 중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정왕후어보가 국내로 돌아오면 시민단체가 한미정상회담에서 문화재 반환을 이끌어낸 두 번째 사례가 된다. 첫 사례는 2014년 4월 25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대한제국 국새*를 포함한 조선왕실 인장 9점이 반환된 것이다. 대한제국 국새를 포함한 조선왕실 인장 9점 역시 6·25전쟁 당시 분실된 문화재로 한국전쟁 참전 미국 해병대 장교가 덕수궁에서 불법으로 반출했다가 2013년 샌디에이고에서 미국 국토안보부 수사국(HIS)에 의해 압수됐다. 이후, 불법반출이 밝혀짐에 따라 국내 반환이 결정됐다.

* 국새: 국권의 상징으로 국가적 문서에 사용되던 인장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 2013년 9월 20일 월스트리트저널은 "LACMA가 소장한 문정왕후어보가 한국에 돌아가게 된 것은 한국 시민단체의 승리”라고 보도했다.

해외에서만 높게 평가받는 문화재 환수운동

월스트리트 저널은 2013년 문정왕후어보 반환 발표를 접한 뒤 “문정왕후어보 반환은 시민운동의 잠재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또한, 국내 언론들도 문정왕후어보 반환사건을 대서특필했다.

대한제국 국새를 포함한 조선왕실 인장 9점이 2014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반환됐을 때도 국내 언론은 시민단체가 정상회담을 통해 문화재 반환을 성공시켰다며 주목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만은 시민단체의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았다. 문화재 반환 공식문서에 한 차례도 단체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았다. 민간이 주도해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면 정부는 문화재를 받아오는 통로가 되겠다며 ‘민관협력’을 강조하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 문정왕후어보 측면에 ‘육실대왕대비(六室大王大妃)’라고 흐리게 써진 묵서가 보인다.

정부의 무능과 무시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문화재제자리찾기에서 활동하는 필자가 문정왕후어보 반환을 위해 LA 카운티 박물관과 1차 협상을 하던 날이었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협상이 끝난 후 문정왕후어보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어보에는 ‘육실대왕대비(六室大王大妃)’라 적힌 묵서가 붙어있었다. 이 어보가 종묘 6번째 방에 보관 중이라는 표식이었다. 우리나라 문화재가 분명했다. 스테판 리틀 LA 카운티 박물관 동아시아 부장에게 질문하니, “한국의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문정왕후어보를 조사했는데 왜 그때는 얘기하지 않았느냐”고 답했다.

뭔가 이상했다. 동행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으로 연락해 급히 알아봤다. 그 결과 당시 국립문화재연구소 직원이 LA에 왔다가 어보 조사 없이 개인적인 볼일을 보러 시애틀에 간 것이 확인됐다. 명백한 업무 태반이었지만, 지금까지 이 직원의 징계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당시 정부의 무능함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4년 검찰에 대한제국 국새 반환을 위한 진정서를 냈을 때의 일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대한제국 국새의 반환이 차일피일 미뤄진 이유가 문화재청이 대한제국 국새 및 압수 인장에 대한 감정 평가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서가 오지 않으니 미국 내에서 반환을 위한 절차가 멈춰 있던 것이다.

결국, 김진태 전 검찰총장의 지시로 관련 서류가 정리됐고, 미국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의원에게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가열찬 시민운동이 진행돼 한미정상회담에서의 반환이 성사됐다.

▲ 2013년 8월 30일, 문화재제자리찾기는 문정왕후어보 반환 기원 보신각종 타종식을 진행했다.

2014년 대한제국 국새와 함께 돌아오기로 한 문정왕후어보가 반환되지 않았다. 2015년 문화재제자리찾기는 한 번 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어보가 반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총장을 재면담하고 시민운동을 전개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당시에는 한미정상회담이 문정왕후어보의 조속반환을 합의하고 법무부 장관이 합의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마무리돼 어보는 돌아오지 못했다.

2016년 문화재제자리찾기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문정왕후어보 반환을 위한 민간단체보조금 지급을 신청했다. 하지만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심사 면접을 통해 ‘정부가 잘하고 있는 일에 시민단체가 시끄럽게 하지 말라’며 문화재제자리찾기의 문정왕후어보 반환 관련 보조금을 전액 삭감했다.

2013년에도 문화재청이 문정왕후어보 반환에 관한 민간단체보조금 1,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나서 보조금 절반을 삭감한 적이 있었다. 이에 문화재제자리찾기는 2016년부터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고 문화재 환수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2017년 6월 9일, 문화재청은 마침내 문정왕후어보의 몰수 절차가 완료됐다며 수사절차 종결 합의서를 작성하고 문정왕후어보가 6월 말 즈음 반환된다고 언론에 발표했다. 필자는 기사를 보며 기쁘기보단 허망한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도 시민단체의 노력은 한 줄도 서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문정왕후어보 수사절차 종결. 2016년 6월 9일, 나선화 문화재청장이 덕수궁 석조전에서 미국 이민관세청과 수사절차 종결에 합의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청장이 합의서를 들고 찍은 사진을 보니 문득 2013년 9월 20일, 문정왕후어보 반환 발표가 있던 다음날 새벽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호텔 로비에 홀로 앉아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반환 결정이 난 날, 협상장에 올라가는 문서를 작성한 적도 없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가 공을 가로채려고 발악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모두가 기뻐할 줄 알았던 순간, 그런 모습을 보니 다양한 감정이 교차해 ‘나는 왜 이 운동을 하고 있는가?’ 의문이 들이 무척이나 허망했던 기억이다.

2017년 6월 30일, 한미정상회담이 끝나면 문정왕후어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한국에 돌아올 것이다. 문정왕후어보가 한국에 돌아오면 8월부터 고궁박물관에서 특별전이 열린다고 한다.

만약 이번에도 정부가 시민단체를 외면한다면 민간단체에 의한 문화재환수운동은 추진력을 잃고 말 것이다. 정부의 외면 탓에 국내 문화재환수운동가들이 점점 줄어들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가 그들 중 가장 어린 활동가로 알고 있다(행정직 제외). 필자가 이 일에 뛰어든 지 6년이 다 돼 가는데도 문화재반환운동에 뛰어드는 젊은이가 없는 것으로 보아 민간에 의한 문화재환수운동도 이렇게 끝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 마지막으로 문정왕후어보 반환을 위해 묵묵히 노력해준 이들을 소개하려 한다. 정부가 알아주지 않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영원히 잊힐 것 같기 때문이다.


“뜨거운 여름 거리에서 백악관 청원을 위해 뛰어준 문화재제자리찾기 청소년연대(단장 신수진, 부단장 정경서) 학생들과 아카데미 수료 학생들, LA에서 도와주신 정연진 선생님과 노태현 선생님, 문정왕후어보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해주신 뉴욕 뉴스로의 노창현 기자, 로버트 매넨데즈 상원의원에게 청원서를 제출해주신 제이크 정과 제니스 정 변호사 부부, 워싱턴 PNP 포럼의 홍덕진 목사, 하남에서 홀로 뛴 이영아 위원, 대전에서 도와주신 서진희 선생님, 번역을 도와준 최우수님, 자선 콘서트를 열어준 아웃사이더, 협상 때마다 동행해준 안민석 국회의원, 시민단체의 요구에 흔쾌히 법률 처리를 도와준 김진태 전 검찰총장, 아델리아 홀 레코드를 발견해 어보들의 반환을 이끈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 대표, 그리고 언급하지 않았지만 문화재제자리찾기 시민운동에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 전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