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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새 정부의 아킬레스건은 노동시장정책에 있다

  • 입력 2017.06.19 10:41
  • 수정 2017.06.19 14:51
  • 기자명 정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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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배드민턴 클럽에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어제 고양시 스쿨배 배드민턴 대회 가는 길에 내 차를 타고 간 박사장은 조그만 정비업소를 한다. 사장이라고 하지만 직원들 몇 명 데리고 같이 일한다. 어제도 직원들 한창 일하는데 혼자 빠져나오기 미안해 평상복으로 입고 나와 체육관에서 운동복으로 갈아입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 어떻게 할 거요?”라고 대뜸 질문을 던졌다.

직원들 줄여야죠. 할 수 없습니다. 신입직원은 정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채용합니다. 최저임금 수준으로 급여를 책정합니다. 시간이 지나 숙련수준이 높아지면 급여를 인상합니다. 숙련공은 한 300만 원 정도 주는 데 부가급여까지 포함하면 400만 원 됩니다. 여기에 그 정도 숙련수준까지 도달하는 데 요구되는 교육훈련비가 수년간 한 300만 원 들어갑니다.

정비업소 자체적으로 기껏 숙련양성을 하더라도 계속 근무를 하지 않고 이직하는 사례가 많다 보니 돈을 들여서 훈련에 투자하기가 꺼려집니다. 숙련공을 서로 채용하려다 보니 그들의 임금만 올랐습니다. 그래서 대학에서 그런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파주에 있는 서영대와 지역정비업체연합회가 MOU를 체결했습니다.

또 다른 친구는 프랜차이즈 죽집을 운영한다. 부부가 일하지만 알바생을 쓴다. 한 달 임대료는 100만 원 조금 넘게 주고 있었다. 본사에서는 메뉴개발비니 이런저런 명목으로 떼가고 있었다. 며칠 전에 점심을 그곳에서 먹었다. “최저임금 오르면 어떻게 할거요?”라고 질문했다.

우리 수익은 최저임금 오른만큼 줄어듭니다. 이 지역의 죽집 운영자들끼리, '본래 목욕탕 주인보다 때밀이가 더 돈을 많이 버는 법이다'고 자조적으로 말하곤 합니다.

원당의 목 좋은 죽집에서는 매출액이 크지만 대신 임대료가 월 400을 넘어 수익은 자기와 같다고 한다. 그 때문에 최근 알바생들을 절반 줄이고 매장을 내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본사에서는 가능한 한 알바생들을 적게 쓸 수 있는 정책을 쓴다고 한다. 이전에는 죽집에서 닭이나 생선을 사다 조리했지만, 이제는 본사에서 거의 모든 재료를 냉동 팩에 담아서 공급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내가 먹은 김치, 물김치, 젓갈도 본사에서 공급한 것이었다.

죽집에서는 쌀로 죽만 끓이는 단순 작업만 남았다. 그러니 본사가 가져가는 돈은 커지고 대신 알바생들은 더 적게 쓰게 되었다. 처음에는 불만스러워했지만, 이제는 편해져서 만족한다고 한다. 가맹점주 조합은 있는지 물었다.

네. 있습니다. 본사에 비판적이다 보니 본사에서 주도하여 말랑말랑한 가맹점주 조합을 하나 더 만들더군요.

장관의 인사문제를 둘러싼 혼란은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수습될 것이다. 검찰개혁, 재벌개혁을 비롯하여 새 정부의 여러 개혁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과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 최저임금 정책 등 노동 시장정책은 다르다.

이 정책들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작동한다. 정책 때문에 불이익을 받게 될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생기게 되어 있으며 정책의 역효과도 출현할 것이다. 또한 정책효과를 줄이거나 무력화시킬 다양한 반응도 나오게 되어 있다.

그러니 복잡한 이해의 조정과 정책효과에 대한 사려 깊은 분석이 필수적이다. 이것을 생략할 경우 새 정부의 정책에 불만을 갖게 될 상당한 규모의 집단이 형성될 수 있다.

결국 새 정부의 아킬레스건은 노동 시장정책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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