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고는 인천공항에서도 벌어졌다

  • 입력 2017.06.14 10:55
  • 수정 2017.06.14 11:08
  • 기자명 아이엠피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6년 5월 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던 외주업체 19살 김씨가 전동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김씨의 죽음에 많은 시민이 애도를 표했고, 서울시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며, 서울메트로 마피아(메피아) 등을 근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일 년도 지나기 전인 지난달 인천공항 셔틀트레인에서 유사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5월 20일 새벽 1시 30분경 인천공항 터미널과 탑승동을 오가는 셔틀트레인의 변전실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작업 중인 노동자 3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중화상자 1명, 경화상자 1명, 연기흡입자 1명)

구의역: 2인 1조 작업을 혼자 했다

인천공항 셔틀트레인: 숙련된 노동자는 줄고 업무량은 2배 늘었다

사고가 발생하면 매번 ‘노동자 부주의’ 또는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서’라는 공식 발표가 나옵니다. 구의역 사고 당시에도 2인 1조 작업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는 책임 전가성 발표를 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매뉴얼을 따라 작업을 하면 ‘고장 접수 1시간 이내 도착’이라는 계약 조항을 어겨 문책을 당한다고 합니다.

인천공항 셔틀트레인 변전실 사고는 어땠을까요. 당시 작업자들은 제2여객터미널 때문에 평소보다 업무량이 2배로 늘어났습니다. 원래 5명이 근무했지만, 최근 퇴사 1명, 관제실 업무로 1명이 빠지면서 3명이 5명의 몫을 분담해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또한 기존에는 밤 10시 40분부터 작업을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제2여객터미널 작업, 시운전 등으로 자정을 넘긴 새벽 1시로 변경됐습니다. 그러나 작업 마감 시간은 기존과 동일했습니다.

숙련된 노동자는 줄어들고 작업 시간은 짧아졌습니다. 그러나 일은 더 빠르게 진행되어야 했습니다. 야간 휴식 보장은 없었습니다. 언제든 사고는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구의역: 열차가 들어오는 위험을 안고 승강장에 매달렸다

인천공항 셔틀트레인: 변전실에는 언제나 전기가 흘렀다

ⓒ부산지하철노조

인천공항 셔틀트레인 변전실 폭발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활선(전기가 공급되고 있는 상태) 상태에서 작업했기 때문입니다. 전기가 흐르지 않는 단전(정전) 상태여야 했지만 작업자들은 그럴 수 없었습니다.

부산지하철에서 정규직 작업자들은 단전이 확인되지 않으면 아예 작업을 진행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인천공항 셔틀트레인 하청 업체인 부산교통공사 소속 계약직 작업자들은 활선 상태에서 작업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전 상태의 작업을 인천공항공사가 승인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입니다.

구의역, 인천공항 셔틀트레인:

시민의 안전을 위해 나의 안전을 버리다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작업을 하다 사망한 김씨는 외주업체 소속이었습니다. 스크린도어는 설치 초기부터 고장이 빈번하게 일어나 작업자들은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작업을 외주 용역으로 넘기면서 위험 부담은 ‘네 안전은 알아서 지켜라’ 식으로 모두 작업자에게만 전가됐습니다.

인천공항 셔틀트레인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인천공항 셔틀트레인 운영과 유지보수 용역은 부산교통공사가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체 직원 62명 가운데 부산교통공사 정규직 관리자는 2명이고, 나머지 60명은 부산교통공사에서 채용한 기간제 비정규직입니다.

사고가 발생한 탑승동 변전실의 전원을 차단하려면 인천공항공사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변전실의 전원 공급 및 차단을 수행하는 작업은 한전산업개발이라는 공항공사의 또 다른 하청업체가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청이 하청에 다시 용역을 맡기고 이것을 기간제 계약직 노동자가 받아서 일하는 구조에서 과연 안전을 제대로 담보할 수 있을까요.

과도한 업무량과 불공정 계약조건, 그러나 경영 효율이라는 명분 속에서 하청과 계약직 노동자들의 안전은 언제나 무시됐습니다.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안전은 우선순위가 아니었습니다.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고 1주기를 맞아 강변역 방면 9-4 승강장 앞에 많은 시민들이 헌화했다. ⓒ연합뉴스

구의역 사고와 인천공항 셔틀트레인 사고는 단순한 사고가 아닙니다. 원청에서 하청으로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구조적 모순에서 시작된 사고입니다.

서울시는 구의역 사고 이후 안전 분야의 외주를 줄이고 있습니다. 직영화를 통해 정규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을 제외한 다른 시도는 여전히 안전 불감증에 빠져 있습니다.

특히 인천공항 셔틀트레인의 위탁운영을 맡은 부산교통공사는 부산지하철의 외주화, 인력 감축, 노후차량 방치 등으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부산지하철의 외주화를 반대하는 부산지하철노조원 40명을 중징계(해고 7명, 강등 18명, 정직 처분 15명)하고 손해배상청구 소송까지 제기했습니다.

자사의 지하철도 위험에 내버려 둔 부산교통공사에서 하청 업무 중 하나에 불과한 인천공항 셔틀트레인을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을까요.

돈을 이유로 안전을 외주화하는 구조가 사라지지 않는 한, 시민과 노동자의 생명은 언제든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 구의역과 인천공항 셔틀트레인, 그다음은 어디일까요.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