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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인사청문회는 뭔가 잘못됐다

  • 입력 2017.05.25 10:07
  • 수정 2020.09.06 17:31
  • 기자명 정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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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서 중인 이낙연 총리 후보자 ⓒ연합뉴스

어제 (24)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이번 청문회의 가장 큰 쟁점은 후보자 아들의 군면제 의혹이었다. 후보자 아들의 군면제 사유가 어깨탈구라고 한다. 나는 어깨탈구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다.

논산훈련소 시절 내 옆자리 149번 훈련병은 ( 148) 습관성 어깨탈골 환자였다. 나보다 두 살 많은 정읍 출신의 훈련병이었는데, 이 친구는 팔굽혀펴기를 두 개 이상 하면 무조건 어깨뼈가 탈구하는 증상을 갖고 있었다. 뭘 던지거나 들거나 할 때 어깨가 툭툭 빠져버려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대굴대굴 구르곤 했다. 육안으로도 뼈가 튀어나온 게 딱 보일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훈련도 작업도 뭐 하나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입대 부적격자였다. 149번 본인도, 지켜보는 우리도 이런 몸으로 어떻게 입대를 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조교들도 간부들도 149번의 상태를 인지했지만 현역 판정을 받고 입대한 그를 돌려보낼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우리는 번번이 이 친구 때문에 단체 얼차려를 받아야 했다. 이 문제는 내무실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149번 때문에 단체 기합을 받은 어느날 밤.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몇몇이저새끼 때문에 우리가 왜 이 고생을 해야 되냐 149번을 린치하려 했다. 다른 몇몇 훈련병들은몸이 안 따라주는 걸 어쩌라는 거냐며 그 친구를 보호했고, 그렇게 내무실이 반으로 갈리는 험악한 상황이 반복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3주차 수류탄 투척 훈련이 다가왔다. 군대 갔다 온 사람이라면 기억할 거다. 육군 훈련소에서 가장 긴장되는 날이 수류탄 훈련 날이다. 영화에서나 보던 그 수류탄을 내 손으로 던져보는 훈련이다. 재미있을 것 같다고? 작은 실수라도 일어나면 내 목숨뿐 아니라 주변 동료들의 목숨까지 날아간다. 내가 잘해도 옆에서 사고가 나면 다 죽는다. 훈련날이 가까워 올수록 우리의 걱정은 커져갔다.

149번이 무사히 수류탄을 던질 수 있을까?’

정말 큰일이다. 저놈이 내 바로 옆에서 투척을 할텐데 어깨가 빠져 수류탄을 흘리기라도 한다면? ㄷㄷㄷ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수류탄 투척 전날 밤 우린 불안감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훈련을 몇 시간 앞둔 새벽, 몇몇 훈련병과 함께 당직 사관을 찾아갔다. 훈련병이 조교한테 말을 건다는 것이 얼마나 살 떨리는 일인지.. 좀 얻어 터지더라도 이 얘긴 해야겠다. 일단 살아야 하니까.

“조교님. 149번 어깨상태로는 수류탄 투척이 무리일 것 같습니다. 열외시켜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조교는 무표정한 얼굴로원칙적으로 열외는 불가하다. 내일 교관님께 말씀은 드리겠다고 말했다. 다음날 수류탄 훈련장. 주사위는 던져졌다. 열외는 없었고, 149번과 나는 나란히 사로로 들어갔다. 수류탄을 받아 들고 안전핀을 뽑았다. 온 몸의 신경은 내 손안의 폭탄이 아닌 149번을 향해 있다. 투척 신호가 떨어지고 전방을 향해 쇳덩이를 던진 후 몸을 움츠렸다.

~

수류탄이 터지고 눈을 떴다. 아무 일도 없다. 149번도 안간힘을 써서 표적에 수류탄을 집어던진 거다. 혼신의 힘으로 수류탄을 던지고 어깨뼈가 빠져 대굴대굴 구르고 있는 그 녀석이 그렇게 예뻐 보였다.

그날 이후로도 149번의 어깨 탈골은 계속되었지만 어찌어찌 6주 훈련을 마치고 자대에 배치됐다. 마지막 행군 때 돌아가며 그놈의 총을 들어줬던 걸로 기억한다. 그가 무사히 군생활을 마쳤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엄청난 고문관이 되어 동료들의 전투력을 떨어뜨렸겠지.


네, 많이 하세요.

병무행정에서 멀쩡한 사람 군대 보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가지 말아야 할 사람 안 보내는 일이다. 정의로운 병역제도를 바라지만, 입대를 허락 받지 못한 이들이 2등 국민 취급 당하는 사회분위기는 온당하지 못하다.

인사청문회장. 이낙연 후보자에게 아들 병역면제 관련 의혹이 제기된다. 야당 의원들은 어깨탈구가 병무청 중점관리대상 질환이라며 병역기피가 아니냐는 질문을 쏟아낸다. 근거가 명확한 데다, 성치 않은 아들 군대 보내려고 탄원서까지 쓴 양반에게 적절하지 않은 질문인 것 같다.

나는 이 청문회에서 반대의 질문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역 부적격판정을 받은 자녀를 무리하게 입대시키려 했던 이유가 뭡니까?"

"그 탄원서는 누구를 위한 탄원서였나요?"

"자녀를 본인의 소유물로 인식하는 건 아닌가요?"

부모의 탄원서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분명한 것은 몸이 성치 않은 부적격자의 입대가 국가에게도 본인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이다. 만약 탄원서 덕에 아들이 입대했다면 그로 인해 유일하게 도움을 얻는 건 이낙연 자신의 평판이었을 것이다. 나는 몸 성치 않은 아들을 입대시키기 위해 탄원서까지 제출했던 아비의 '욕심'이 탐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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