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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어쩌다 MB 아바타가 되었나

  • 입력 2017.04.24 11:50
  • 수정 2017.04.24 14:05
  • 기자명 정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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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진행된 대선후보 3TV토론, 안철수 후보의 입에서 뜬금없는 질문이 나왔다.

제가 MB 아바타인가요?”

안철수 후보는 상대 후보 측의 음해를 폭로하고 싶었겠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은 것 같다.

이번 대선 레이스의 언더독 안철수를 끈질기게 괴롭히는 것은 박지원 상왕설이다. 이번에 직접 꺼내든 MB 아바타설도 박지원 상왕설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박지원이 진짜 상왕이 될까? 안철수는 MB 아바타가 맞나? 이런 질문에 앞서 필요한 것은 왜 안철수에게 자꾸 이런 배후설이 유포되는가에 대한 고찰이다.

안찍박 = "안철수 찍으면 박지원 상왕 된다"

박지원 상왕 프레임은 분명 안철수와 국민의당을 곤경에 빠뜨리는 악재다. 그런데, 상왕 소리를 듣는 박지원은 기분이 나쁠까? 아닐 거다. 계산은 복잡하겠지만 내심 기분은 좋을 거다.

상왕설은 비민주적 권위에 대한 비판이지만, 한편으로 강력한 배후 실권자의 존재를 인정하는 주장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서 박지원 상왕설에 가장 속이 쓰린 사람은 김종인일 거다. 권력자 위에 군림하는 상왕노릇은 노회한 참모형 정치인의 로망이니까.

박지원에 대한 비판처럼 보이는 상왕설은 사실 안철수를 향한 잔인한 모욕이다. 박지원을 상왕으로 상정하는 순간 안철수는 무능한 임금으로 격하된다. 이 말만큼 안철수의 무능을 적나라하게 표현해주는 말은 없다.

4년 전에도 비슷한 설이 있었다. 당시 안철수의 측근들은 시골의사 박경철이 안철수를 배후에서 조종한다며 줄줄이 곁을 떠났다. 4년 전 배후설은 진화하여 상왕설이 되었고, 이제 하다하다 mb아바타설까지 나왔다. 안철수를 둘러싼 일련의 구설의 공통점은 그를 허수아비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계속 이런 설들이 떠돈다는 건 안철수 자신의 콘텐츠가 그만큼 부실하다는 반증이다.

문재인이나 홍준표 뒤에서 누군가 상왕 노릇을 한다고 주장하면 누가 믿을까. 심상정 유승민에게 정치적 배후가 있다고 주장하면 비웃음만 살 거다. 그런데 지지율 30%를 넘어가는 후보가 허수아비 취급을 받는다. 참기 힘든 치욕이다.

오리지널리티가 분명한 정치인은 지지율이 어떻듯 허수아비 취급은 받지 않는다. 유독 안철수에게 허수아비설, 배후조종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얼까.

상왕의 등장 조건은 단순하다. 왕이 유약하고 무능할 때다.

안철수가 유약하고 무능하지 않다는 걸 증명하려면 상왕전을 폐하고 홀로 서야 한다. 그가 과연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박지원은 이 혹독한 정치판에서 안철수가 딛고 있는 한줌의 토양이다. 여기서 벗어난다고?

안철수-박지원 연합은 가치연대와는 거리가 먼 이익결사체에 가깝다. 이 관계에서 안철수는 박지원의 고용주가 아니다. 오히려 박지원이 안철수의 고용주라고 해야 옳다. 안철수에게 박지원은 '호남'이자 정당 그 자체다. 안철수는 박지원에게서 완주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피고용인이다. 이 미션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안철수가 이 계약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

김종인 없는 문재인은 족쇄 풀린 검투사지만, 박지원 없는 안철수는 길 잃은 어린아이다. 대선을 한달 앞두고 길잡이 없이 풍파를 맞이한다는 건 안철수에게 너무 두려운 길이다.

박지원이 욕을 먹을수록 안철수는 작아진다. 그렇다고 벗어날 수도 없다. 개미지옥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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