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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는 죽여도 좋다’는 탄핵반대집회 그대로 괜찮을까?

  • 입력 2017.02.27 11:28
  • 수정 2017.02.27 16:49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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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사모 카페에 올라온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살해 협박

박사모 카페에 이정미 헌법재판관 권한대행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쓴 협박범이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지난 25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박사모 카페에 이정미 재판관 살해 협박 글을 올린 최모 씨를 협박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최모 씨는 박사모 카페에 ‘이정미만 사라지면 탄핵기각 아닙니까?’라는 제목으로 “이정미 대행이 사라지면 7인 체제가 된다. 2명만 기각표를 던지면 (탄핵이 기각)된다. 저는 이제 살 만큼 살았다”라며 “나라를 구할 수 있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이정미 죽여버리렵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경찰은 최 씨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두려움을 느껴 25일 새벽에 자수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최 씨가 장난으로 글을 올리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최 씨가 실제로 이 대행에 대한 테러 실행 준비를 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태극기 왜 안 들어?” 무차별 폭행 이어져

▲태극기 집회 참가자가 길을 가는 시민을 주먹으로 폭행하는 장면 ⓒJTBC

지난 19일 춘천에서 태극기 집회 현장을 지나가던 26살 신모 씨는 집회 참가자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는 길을 가는 신모 씨에게 “너희는 왜 태극기를 안 드느냐”며 “혹시 너네 부모님도 빨갱이냐”라며 다짜고짜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습니다.

지난 11일에는 태극기 집회를 취재하는 CBS 기자와 뉴스타파 기자가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태극기 봉과 주먹으로 구타를 당했습니다. 지난 18일에는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 앞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집회참가자들을 제지하는 교통경찰관이 폭행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지난 4일에는 촛불집회에 참가해 행진하는 여학생 2명을 50대 남성이 폭행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엄마부대 소속 회원들이 10대 여성을 폭행하기도 했고,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고 지하철을 탔던 여고생들이 노인들에게 욕설과 위협을 당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의 폭력, 증오범죄에 해당

▲미국 캘리포니아 주 검찰청의 ‘증오범죄 방지 안내문’

미국 캘리포니아 주 검찰은 “증오 범죄는 범죄자가 피해자를 피부색, 언어, 종교, 성적 취향 또는 장애로 인해 인간으로서의 완전한 가치가 결여돼있기 때문에 가장 비인간적인 범죄 중 하나다”라며 “증오 범죄는 피해자가 속한 그룹 전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우려가 지역 사회 전체로 파급된다”라고 설명합니다.

‘증오 사건’은 일부 헌법에 보장된 자유에 대한 권리처럼 허용될 수는 있지만, 이러한 행동이 다른 사람이나 재산에 위협을 줄 정도로 확대되면 ‘증오 범죄’로 분류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독일 형법 제130조 국민선동>


① 공공의 평온을 교란하기에 적합한 방법으로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사람은 3월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

1. 일부 주민에 대한 증오심을 선동하거나 그에 대한 폭력적·자의적 조치를 촉구하는 행위

2. 일부 주민을 모욕 또는 악의로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에 의하여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


②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람은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1. 일부 주민, 민족적·인종적·종교적 집단 또는 민족성에 의하여 분류된 집단에 대한 증오심을 선동하거나 이들에 대한 폭력적·자의적 조치를 촉구하거나, 일부 주민 또는 위 집단을 모욕 또는 악의로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에 의하여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문서에 관하여 다음 각목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사람

a) 반포 행위

b) 공연히 전시·게시·상영하거나 기타 그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행위

c) 18세 미만자에게 제공·양여하거나 기타 그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행위

d) 위 문서 또는 이를 이용한 제작물을 a목 내지 c목에 의한 방법으로 사용하거나 타인의 사용을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제조·취득·인도·보관·공여·광고·선전·수입 또는 수출하는 행위

2. 제1호에 규정된 내용의 표현물을 방송·미디어 또는 전신을 통하여 반포한 자

독일에서는 ‘일부 주민에 대한 증오심을 선동하거나 그에 대한 폭력적 자의적 조치를 추구하는 행위 등에 대해서는 5년 이하의 자유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합니다.

미국과 독일이 ‘증오 범죄’를 중대 범죄로 지정하거나 처벌하는 이유는 증오 범죄가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특히, 독일은 나치 범죄의 위험성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관련 표현이나 행동에 대해 강력하게 규제하거나 처벌하기도 합니다.

태극기 집회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단순히 사상의 옳고 그름을 말하는 단계를 뛰어넘어 ‘증오 범죄’에 해당합니다. 그렇다고 ‘증오 범죄’를 법으로만 해결할 순 없지만, 최소한의 법적 안전장치나 위험성만큼은 인지해야 합니다.

한국에서 증오범죄를 단호하게 처벌해야 하는 이유

▲ 한국의 증오범죄유형 및 대인범죄 유형 경찰학 연구, 조철옥(2012)

증오범죄, 살인까지 이어지는 흉악범죄

한국에서는 증오 범죄에 대한 정확한 통계, 자료, 분석보고서 등이 거의 없습니다. 2010년 검찰청의 통계를 보면 전체 범죄 284,348건 중에서 증오심을 유발하는 동기로 발생한 보복범죄가 82건, 현실불만 동기범죄가 7,060건으로 총 7,142건이었습니다.

단순 보복이나 사회불만 범죄를 포함하는 경우와 극단적인 태극기 집회 등의 폭력 행위자를 구분할 수 없지만, 점점 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여기에 폭언, 폭행, 협박을 뛰어넘어 강간, 살인까지 이어지는 흉악범죄로 진화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단순한 사회에 대한 불만을 정치적 사상을 내세워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범죄자들도 늘어나는 상황을 본다면 증오범죄의 유형과 동기 등을 정확히 분석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② 반공 극우단체의 학살로부터 시작된 증오범죄

▲ 피카소가 한국 전쟁 당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을 소재로 그린 작품

1951년 피카소는 1950년 한국에서 발생한 ‘신천군 학살 사건’을 소재로 ‘Massacre in Korea (한국의 학살)’라는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신천군 학살은 “미군이 오면 빨갱이를 살려둘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보복에 나선 것”이라는 증언처럼 반공청년단이 주도한 만행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반공’이라는 논리로 무고한 시민을 학살한 사건이 연달았습니다. 그들이 내세운 논리는 ‘빨갱이는 죽여야 한다’였습니다.

당시 반공청년단에게는 갓난아기와 노인조차도 ‘죽여도 되는 빨갱이’에 속했습니다. 이것은 사상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문제가 아닌 ‘증오 범죄’에 해당하는 ‘흉악 범죄’에 불과합니다.

③ 증오 범죄는 그들의 신념에 따라 행동, 사회의 안전을 위협할 것

▲25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14차 박근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대회(탄기국)’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빨갱이는 죽여도 좋다’는 피켓을 들고 있다. ⓒ오마이뉴스

극우단체의 폭력성은 분명 일부의 만행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하는 ‘빨갱이는 죽여도 좋다’는 말은 가치관의 문제나 옳고 그름, 선악에 대한 편견으로 보기는 큰 위험성을 내포합니다.

그들은 근거 없는 혐오를 자행하고 있어 어떠한 진실을 말해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뉘우침을 보이지 않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검찰은 ‘증오 범죄를 법 집행 기관에 신고하지 않으면 범죄자들은 계속 그들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다’라고 경고합니다.

사상의 자유와 증오 범죄는 분명히 구분돼야 합니다. 우리는 사상이라는 명목으로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이 죽어야 했던 역사를 경험했습니다. ‘빨갱이는 죽여도 좋다’는 말은 그 자체로 ‘범죄’이며 법의 단호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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