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문재인의 ‘언론 통제’ 때문에 기자들이 성명서를 냈다는데

  • 입력 2017.02.10 10:40
  • 기자명 아이엠피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캠프가 기자들의 취재를 막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8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표를 전담으로 취재하는 정치부 기자 일부가 “8일 오후 성남 현장 상황에 대한 현장 기자들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문 캠프 측에 전달했다고 합니다.

성명서를 보면 “문 전 대표의 성남 ISC 방문 일정 뒤 있었던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상황에서 일자리 공약 등에 대한 질문이 현장 스태프로 인해 저지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라며 “이날 현장 기자들은 공통적으로 현장 스태프가 문 전 대표에게 기자들이 접근하는 것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문 전 대표에게 질문을 할 때 ‘여기까지 하겠다’는 말로 기자들의 추가 질문을 막으면서 문 전 대표에 대한 질문 기회를 차단하려는 인상을 받았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자유한국당(구 새누리당) 김성원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언론인들이 질문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은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며 “언론통제 시도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재인이 일부러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기자들은 문재인 전 대표가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고, 캠프 관계자들이 질문을 막고 문 전 대표를 이동시켰다면서 성명서를 냈습니다. 이날 현장에는 KBS, MBN, 연합뉴스, 노컷뉴스 등 주요 일간지 소속 기자라고 합니다.

당시 문 전 대표는 성남 ISC에서 간담회를 하고 나오는 복도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특히 최근 캠프에 영입한 전인범 전 특전 사령관 부인인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이 교비 횡령 혐의로 법정 구속된 사건과 관련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문 전 대표는 “제가 그 부인을(전인범 사령관) 자문역으로 모신 바는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당시 간담회장 복도에는 기자들과 문 대표 지지자들이 뒤엉켜 있다. ⓒ채널A 캡처

이 복도에는 기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많은 기자들이 질문을 쏟아냈고 그 옆에는 문재인 지지자들이 계속해서 문 전 대표와의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질문을 충분히 받을 장소가 아니었고, 시간적 여유도 부족했습니다. 기자 브리핑룸도 아니었거니와 기자들이 서 있는 것만으로도 부족한 공간이었습니다. 너도나도 질문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모든 질문을 받아야 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이동하는 중이었습니다.

ⓒ채널A

기자분들, 언론 통제를 잘못 이해하는 것 아닌가요?

▲질문을 받지 않아 화가 난 기자들, 질문을 하지 않아 화가 난 국민들. ⓒ아이엠피터

기자들이 정치인을 따라다니며 질문을 한다고 모두 답변해주는 정치인은 없습니다. 차량 대기 등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해주기도 하지만, 사람이 뒤엉켜 복잡한 상황일 때는 보좌관 등이 빨리 이동을 시키거나 ‘여기까지 하겠다’라며 자리를 옮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 ‘언론 통제’라고 할만한 사례도 있습니다.

1. 기자간담회나 대국민 성명 발표 이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는 경우

2. 사전에 질문을 조정하거나 선정해 자신에게 유리한 질문만 받는 경우

3. 질문을 하지 못하거나 취재하지 못하도록 취재 장비 반입을 금지하는 경우

4. 취재한 내용을 방송하지 못하도록 언론사 간부에게 전화해서 압력을 넣는 경우

5. 정권에 반하는 뉴스를 보도하거나 취재하는 기자를 해고하도록 언론사에 지시하는 경우

ⓒ다음카페 젠틀재인

이동하는 도중 질문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언론 통제니 언론에 재갈을 물게 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일부에서는 민감한 질문을 받지 않는다는 주장도 합니다. 그러나 정치인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민감한 질문을 한꺼번에 정리해 보다 명확한 언어로 전달될 수 있는 상황을 택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문재인 전 대표는 기자들이 성명서를 낸 다음 날인 9일, 기자들을 만나 전인범 전 특전 사령관 부인 관련 질문을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도 문 전 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에 최대한 답변을 많이 하는 정치인 중 한 명입니다. KBS, MBN, 연합뉴스 등 소속 기자들이 볼 때는 답변이 충분치 않거나 질문을 받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성명서를 낼 정도의 중차대한 문제는 아닙니다. 한편 해당 성명서는 언론 배포 용이 아닌, 비공식으로 캠프에만 전달하려던 것인데 조선일보, 채널A 등에서 보도하면서 확산됐습니다.

기자들이 적극적으로 취재하겠다며 성명서를 내거나, 문제 제기하는 모습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그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무조건 ‘언론 통제’라고 몰아가거나, 문 전 대표 이외 다른 정치인에게는 질문하지 않는 편파적 취재 방식을 우려할 뿐입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