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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를 연상시키는 트럼프의 저질 성명서

  • 입력 2017.02.01 10:34
  • 기자명 임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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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조국 파괴신이자 대통령 트럼프가 이슬람 문화권 7개국 국민의 입국 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법무장관 대행 샐리 예이츠는 이 행정명령을 반대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의를 추구하고 옳은 것을 대변하는 법무부의 의무와 일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합법적인지조차 알 수 없다. 앞으로 줄소송이 이어질 게 뻔한 이 행정명령을 둘러싸고 정부를 대리해 소송을 도맡아야 할 법무부 장관이 노골적으로 대통령 명령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파괴신 트럼프는 이에 즉각 샐리 예이츠를 경질했다. 그런데 경질 이유를 설명하는 성명서의 수준이 너무 형편없어 이것조차 논란이 되었다는 후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데이나 보엔테 임명에 관한 백악관 성명

법무장관 대행 샐리 예이츠는 미합중국의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적 명령을 집행하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미국 법무부를 배신(betray)했다. 이 명령은 법무부 법률 자문실에 의해 형식과 합법성에 대한 승인을 받은 것이다.

예이츠는 오바마 행정부에 의해 지명된 이로서, 국경 문제에 약하고(weak), 불법 이민 문제에는 아주 약하다(very weak).

우리나라를 보호함에 있어 진지해야 할 때이다. 일곱 곳의 위험 지역으로부터 온 개인 여행자들에 대해 더 엄격한 심사를 요구하는 것은 극단적이지 않다. 우리나라를 보호하는 것은 합리적이며 필수적이다.

오늘 밤 트럼프 대통령은 예이츠를 면직하고 버지니아 동부 지구의 변호사 데이나 보엔테를 지명했으며, 그는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이 상원에 의해 인준될 때까지 법무장관 직을 수행할 것이다. 인준 절차는 경직된 정치적 이유로 민주당 상원의원들에 의해, 잘못된 방식으로 지연되고 있다.

법무장관 대행 데이나 보엔테는 말했다. “상원이 세션스 상원의원을 승인할 때까지 대통령 트럼프를 보좌해 이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우리의 국민과 우리의 나라를 보호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의 법률을 보호하고 집행할 것입니다.”

지난 미국 대선은기득권(establishment)’, 즉 워싱턴의 엘리트 정치인들에 대한 민중의 대반격으로 묘사되곤 했다. 그 결과가 민주당 경선에서의 샌더스, 공화당 경선에서의 트럼프의 약진이었고, 결국 트럼프의 당선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워싱턴의 엘리트 정치인들과기득권이 시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소수자들을 겁박하고 박해하려는 지고한 민중의 뜻에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게 됐다. 트럼프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출범 직후부터 전례없이 낮은 수준이다. 또한, 국정 수행에 반대한다는 여론이 이미 50%를 돌파했다. 미국 국민에게 다시 표를 준다 해도 왠지 트럼프를 뽑을 것 같은 불안감 또한 지워버릴 수가 없다. 말 그대로 엘리트 기축세력들이 쌓아 올린 정치적 질서에 대한 반감이 폭발하는 시기다.

사족으로오바마가 임명해서 별로임”, “배신자임”, “민주당이 딴지 걸고 있음같은 말이 적나라하게 쓰여있는 백악관 성명서는 아무래도 박근혜를 연상시킨다. 4대 개혁 입법을 방해하는 민주당이라거나 배신의 정치라거나 노무현이 다 잘못했다는 식의 논조는 정말 닮은 데가 많다. 문제는 박근혜와 비교하면 트럼프는 추진력이 너무 뛰어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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