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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정유라에게 사준 3마리 말

  • 입력 2017.01.10 10:29
  • 수정 2017.01.10 10:30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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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핵심 중 하나는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을 불법적으로 이용해 사적 이익을 얻었다는 부분입니다.

2015년 7월 10일,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찬성표를 던집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가치는 합병 전 2조 1050억 원에서 합병 후 1조5186억 원으로 27.9%, 약 5865억 원이 감소했습니다.

국민의 이익은 감소한 반면, 제일모직 지분만 갖고 있던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엄청난 이익을 얻었습니다. 합병 찬성 보름 후인 7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안가에서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독대합니다. 그리고 ‘삼성의 승마협회 지원이 왜 늦어지냐’며 질책했습니다. 30~40분의 독대 시간 중 20분을 ‘승마협회 지원’ 문제에 할애했다고 합니다.

독대 직후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 사정에게 ‘빨리 들어오시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승마협회 관련 긴급회의를 열 것을 지시했습니다. 이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는 삼성으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게 됩니다.

삼성이 정유라씨에게 말을 사준 과정을 정리해봤습니다.

삼성이 정유라에게 사준 말들: 살바토르, 비타나V, 라오싱

정유라씨가 승마대회에 출전하면서 탔던 말들. ⓒ국제승마연맹 홈페이지

국제승마연맹에는 출전 선수들이 어떤 말을 탔는지 상세히 소개합니다. 국제승마연맹 홈페이지를 보면 정유라씨는 2014년부터 로얄레드, 피프티 센트 6, 살바토르, 비타나 V, 라우싱 1233 등 총 5마리의 말을 타고 출전했습니다.

이 중 ‘살바토르’는 2015년 11월 삼성이 7억 원을 주고 구입해 정유라씨에게 준 말입니다. 그리고 삼성은 2016년 2월 ‘비타나V’와 ‘라오싱’ 말 2마리를 25억 원을 들여 사줍니다. 2014년 이후 정유라씨가 탔던 말 5마리 중 3마리를 삼성이 사준 것입니다.

승마대회에서 말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승마계에서는 ‘말이 7할, 기수가 3할’이라고도 합니다. 지난 9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은 “(승마는) 선수가 20%, 말이 80% 정도 차지하는 운동이라고 느꼈다”며 "말 가격이 상승하는 건 그 말이 어느 정도 국제대회에서 수상 경력이 있느냐로 정해진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삼성은 정유라씨에게 30억 원이 넘는 말을 지원했습니다. “(정유라는) 운동선수로서의 자질은 전혀 없었다”는 노승일씨의 말처럼, 정유라씨는 자신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삼성으로부터 특혜를 받아, 다른 선수보다 유리하게 선수 생활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 박상진 사장 '원하는 대로 다 해드리겠다'

삼성은 왜 정유라씨에게 말을 사줬을까요? 박근혜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독대한 후 최순실씨는 박원오 승마협회 전무를 통해 말을 사줄 것을 삼성에 요구합니다.

삼성은 최씨의 요구를 받고 2015년 11월, 7억짜리 ‘살바토르’를 구입해 정유라씨에게 주는데, 이 말의 소유주는 정유라씨가 아닌 ‘삼성’으로 등록됐습니다.

그러자 최순실씨는 ‘말을 사주라고 했지, 빌려달라고 했느냐’며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을 독일로 보내라’며 화를 냈습니다. 이 말을 전달받은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은 최순실씨에게 ‘원하는 대로 다 해드리겠다’라며 몸을 한껏 낮춥니다.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의 말처럼 2016년 2월, 삼성은 25억을 들여 ‘비타나V’와 ‘라오싱’ 등 말 2마리를 구입해 정유라씨에게 제공합니다. 물론 2마리의 소유주는 정유라씨입니다.

박 사장은 대한승마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최순실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코레스포츠’에 280만 유로(약 35억 원)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코레스포츠의 공동대표이자 로베르트 쿠이퍼스 독일 헤센주 승마협회 대표는 “삼성이 2020년까지 최순실씨가 계획하고 있는 스포츠센터 건립 자금 등 총 2200만유로(약 280억 원)을 지원하기로 돼 있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떳떳하지 못해 자살 생각이 깊어졌다”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은 지난 9일 열린 마지막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박 사장이 국정조사 특위에 제출한 진단서와 사유를 보면 “(박 사장은) 평생 살아온 의미가 없어지고 떳떳하지 못하다고 생각되면서 자살 사고(思考)가 심화돼 폐쇄 병동 입원 치료와 약물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박상진 사장은 경복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와 1977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2011년 삼성SDI 대표이사를 맡았습니다. 2014년 삼성SDI가 제일모직과 합병하자, 삼성전자 대외협력부문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2015년 3월 승마협회장에 취임했습니다.

명문고와 서울대를 나와 대한민국 최고 기업의 사장으로 성공한 인물이 ‘떳떳하지 못한 일 때문에 평생 살아온 의미가 없어져, 자살 생각이 깊어졌다’고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은 단순히 대통령 한 사람만을 심판하는 일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재벌과 경영인이 어떻게 기업을 운영했고, 권력에 빌붙어 성공했는지 그 실체를 파악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하는 우리의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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