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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가 항상 바른말을 하는 건 아니다

  • 입력 2016.12.31 16:05
  • 수정 2016.12.31 16:06
  • 기자명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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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공화국의 교과서. 리더쉽과 관련된 질문 보기를 전부 남성으로 채워놓았다.

세계 각국의 교과서 내 리더십과 관련해 첨부된 이미지는 주로 남성입니다. 성별에 대한 선입견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죠. 기후변화의 “긍정적인 효과”로 “너무 추워서 농업이 불가능했던 지역에서 농업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을 들고 있기도 하죠. 유네스코가 세계 각국의 교과서를 검토한 후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서 인용하고 있는 사례들입니다.

이 보고서는 1950년대부터 2011년까지 약 100개국에서 사용된 중등교육과정의 역사, 사회, 지리과 교과서를 검토해 평화, 비폭력, 성 평등, 인권, 환경보호, 문화적 다양성과 같은 주제가 교실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 살펴봤습니다. 세월을 거치며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교과서는 이 주제들을 제대로 다루지 않거나 잘못 다루고 있었습니다.

독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에게 교과서는 유일한 책일 수 있습니다. 교과서로 배운 시각과 가치관을 평생 가지고 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연구자의 도움을 받아 어떤 점이 문제고, 무엇이 나아졌는지를 좀 더 살펴봤습니다.

2006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나온 교과서는 정부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은 사람을 전부 남성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교과서 삽화 속 여성은 투표하는 유권자 등 주변 인물로만 등장하죠. 이처럼 여성의 존재가 지워지거나 가정 내의 존재로만 그려지는 것은 여러 교과서에서 발견된 문제입니다. 2000년부터 2011년 사이 교과서 속 여권에 대한 논의 자체는 37% 증가했지만, 지역에 따라서 전혀 나오지 않는 교과서도 있었습니다.

키프로스의 교과서. 역사적으로 대립했던 그리스인과 터키인을 화해한 이후의 모습으로 묘사했다.

학생들에게 관용과 비폭력의 원칙을 가르치는 것은 교육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교과서가 집단 간 충돌을 부각하거나 부추기기도 하죠. 파키스탄이나 인도의 일부 교과서는 무슬림과 힌두교도 간 화해의 가능성보다는 반목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키프로스의 2004년 교과서처럼 역사적으로 대립했던 그리스인과 터키인이 함께 식사하며 화해하는 삽화를 실은 예도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듯 환경 보호나 기후 변화를 언급하는 교과서는 크게 늘었습니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서 이 주제를 언급한 교과서가 80년대에는 10%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80%로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교과서가 기후 문제를 다룬다고 해서 전부 긍정적인 건 아닙니다. 이를테면 독일에서는 자국의 교과서가 개도국의 환경 문제는 개도국만의 책임이고 문제 해결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으며 선진국이나 다국적 기업의 책임은 숨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일부 교과서는 기후 변화에 대해 의심스러운 시선을 전하기도 했죠.

멕시코의 교과서. 어린이들이 성별, 인종,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사이좋게 운동하는 모습.

다양성이나 인권 부문에서도 발전이 있었습니다. 멕시코의 한 교과서는 어린이들이 운동하는 삽화에도 휠체어를 탄 학생을 등장시키고 남녀 비율도 동등하게 맞췄습니다. 인권 문제를 언급한 교과서의 비율도 크게 증가했죠. 그러나 장애인의 권리나 LGBTI 권리를 다루는 교과서는 여전히 극소수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타국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담고 있는 교과서들도 있었습니다. 직업과 국적을 연결한 홍콩의 영어 교과서가 예로 꼽힙니다. 이민자 및 난민의 권리문제를 언급한 교과서도 2011년까지 14%에 불과했습니다.

특정 국적과 직업을 연결 지어 놓은 홍콩의 영어 교과서

보고서는 교과서 개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됩니다.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는 판단에서입니다.

(원문보기: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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