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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여전히 부활을 꿈꾼다

  • 입력 2016.12.10 11:23
  • 수정 2016.12.10 11:31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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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9일 오후 4시 10분경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제20대 국회의원 300명이 참석한 국회 본회의에서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을 제외한 299명이 표결에 참여했는데, 결과는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였습니다. 가결 정족수 200명을 훌쩍 넘기며, 헌정 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 탄핵안이 의결된 겁니다.

쉽게 얻어낸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표결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200표를 겨우 넘지 않겠냐는 예상, 혹은 부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친박계인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비박계 의원 중 확실히 찬성할 사람은 15명 뿐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야당과 무소속 172표와 비박 35표를 합쳐 207표 정도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어, 234표에 달하는 찬성표가 나왔습니다. 친박 의원 30명 정도를 포함해도, 최소 62명의 새누리당 의원이 탄핵에 찬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직무정지 직전 조대환 변호사 민정수석 임명

박근혜 대통령은 TV로 탄핵안 표결을 시청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청와대는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된 지 10분 만에, 박 대통령이 오후 5시경 국무위원 간담회를 한다는 일정을 밝혔습니다.

이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를 엄중히 받아들이며 혼란이 마무리되길 바란다’라며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에 차분하고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런 말과는 다르게, 박 대통령은 발 빠르게 직무정지에 대처하고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9일 대통령 직무정지가 시작되기 전, 최재경 민정수석의 사표를 수리하고 조대환 변호사를 새 민정수석으로 임명합니다. 민정수석에 임명된 조대환 변호사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황교안 국무총리, 탄핵 심판을 결정하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사법연수원 13기 동기인 인물입니다.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라고 밝혔던 3차 대국민담화의 말과 다르게, 철저하게 탄핵 가결 이후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근혜의 사람들이 준비하는 탄핵심판

탄핵안이 가결됐지만 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앞으로의 갈 길은 더욱 험난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대환 청와대 민정수석,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모두가 박근혜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을 거쳐 국무총리가 된 인물입니다. 그는 법무부 장관 시절이었던 2013년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을 직접 청구했습니다. 또한 '국정원 댓글사건'이 발생하자 원세훈 국정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적용과 구속영장 청구를 요구하는 대검찰청의 요청을 묵살하고 선거법을 적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수사를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2014년 정윤회 문건 등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이 벌어졌을 때는 철저하게 수사하겠다는 발표를 했었으나, 사건은 그 말과 다르게 ‘근거없음’이라는 결론으로 끝났습니다. 미르재단이 관계된 ‘코리아에이드’ 사업에 단 4일 만에 100억원대 예산이 편성되었을 때, 황교안 총리는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하고 있었습니다.

또, 2011년 MB에 의해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됐던 박한철은 2013년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됩니다. 2014년 통합진보당 위헌 정당 해산 사건에서 정당 해산 선고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최근 공개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보면 2014년 10월 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통진당 해산 판결-연내 선고’라는 말을 했다고 나옵니다. 비망록에 나오는 메모처럼 헌법재판소는 12월 19일 통합진보당 해산 선고를 내립니다. 청와대와 박한철 헌재소장과의 유착 관계를 의심해볼 만한 대목입니다.

그리고 조대환 신임 민정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시절 만들었던 싱크탱크의 국가미래연구원의 발기인이었고, 대통령직 인수위 전문위원이기도 했습니다. 김영한 비망록의 ‘세월호 진상조사위 17명-부위원장 겸 사무총장(정치지망생 好)’, ‘②석동현, ①조대환’이라는 메모처럼, 그는 실제 특조위 부위원장이 됐습니다.

그러나 조대환 수석은 부위원장이 된 후 특조위 위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공연히 존재하지도 않는 별개의 진상이 존재하는 양 떠벌리는 것은 혹세무민이며 이를 위해 국가 예산을 조금이라도 쓴다면 세금 도둑이 분명하다. 특조위에 크게 인력과 예산을 들여 활동해야 할 실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즉시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는 ‘결근투쟁’까지 벌이다가 중도 사퇴했습니다.

청와대 민정수석과 대통령 권한대행, 헌법재판소장 모두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습니다. 그들이 이제껏 박근혜 정권에 협력해왔다는 점을 놓고 본다면, 탄핵 심판이 공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듭니다.

박근혜의 마지막 노림수는 과연 무엇일까?

대통령 직무정지 직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새로 임명하는 등의 모습을 볼 때, 박근혜 씨는 끝까지 청와대에서 내려오지 않으려 꼼수를 부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뉴스타파>는 ‘박근혜의 마지막 노림수는?’이라는 제목으로 정치인 박근혜 씨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각계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도했습니다.

마지막까지 마음을 놔서는 안 된다. 아직 나간 게 아니다.

-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 사무처장

황교안 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와 국회 사이의 갈등을 부추김으로써 국정을 불안하게 할 것이다

-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박근혜 씨가) 최순실 등의 형사재판이 끝날때까지는 헌재의 결정이 내려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동원 가능한 각종 법리적 논리를 들이대는 방법으로 재판을 지연시킬 것이 분명하다. 헌재를 지켜보자는 태도는 가장 위험하다. 국회는 탄핵안 의결과는 별개로 국회 본회의 의결로 사임 권고안을 채택해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정치적으로 더욱 압박해야 한다

- 조국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과거의 행동을 돌이켜 볼 때, 앞으로 박근혜 정권이 들고 나올 노림수는 야권 분열을 꾀하는 이간질 형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민에게 야권의 진흙탕 싸움을 보여줌으로써 시민들의 분열을 유도하고 분노의 타깃을 다른 쪽으로 유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12월 9일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은 명백히 촛불을 든 수백만 시민의 승리입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부당한 권력을 누려온 이들은 지금도 권좌를 탈환할 기회만 엿보고 있습니다.

여전히 촛불이 필요한 건, 청와대를 지켜보는 시선이 필요한 건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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