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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모른다, 알 수 없다, 사실 아니다”

  • 입력 2016.12.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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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은 7일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특검수사를 염두에 두고 방어막 치기에 나섰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출석자 증언을 면밀하게 점검하는 가운데 본격 수사를 앞두고 벌써 물밑에서 법리 싸움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비서실장은 특정 사실관계에 대해 '모른다', '알 수 없다', '사실이 아니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김 전 실장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입건된 피의자이지만 서면이든 대면이든 단 한 차례의 조사도 받지 않은 상황이라 가급적 새로운 정보를 주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또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각종 사실관계와 관련해서는 '모른다'거나 '알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해 '범의'(범죄 의도) 내지 '고의성'을 부인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형사소송에서는 고의범 처벌을 원칙으로 하고 부수적으로 과실범도 처벌한다.

그는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을 못 해 오늘날 이런 사태가 된 데 대해 참으로 부끄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도의적인 영역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몸을 낮췄으나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은 불씨를 끄는 데 주력했다.

앞서 박영수 특검은 김 전 실장 수사를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표현하면서 "그분 논리가 보통이 아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야당에서는 김 전 실장을 '법률 미꾸라지'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김 전 실장은 우선 최 씨를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최순실을 알았다면 연락을 하거나 통화를 한 것이 있을 것이다. 검찰이 조사해보면 다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침몰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관해서는 "공식적인 일은 알고 있지만, 관저 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다"며 자신과 선을 그었다.

김 전 실장은 최 씨 측근 차은택 씨를 만난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차은택이라는 사람을 만나보고 문화 융성에 대한 여러 가지 의지와 한번 알아보라고 해서 만났다"며 지시에 따른 것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 씨와 차씨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가운데 특검이 이들과 김 전 비서실장이 공모했는지 등을 조사할 것에 대비하는 답변으로 풀이된다.

최 씨를 아예 모른다는 김 전 실장의 주장은 각종 비위에 함께 관여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 종 전 문화부 차관은 김 전 비서실장의 소개로 최 씨를 알게 됐느냐는 물음에 "아니다"고 답해 김 전 실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거나 서로 알고 있었다는 진술이 나오면 '최순실을 모른다'는 주장은 오히려 김 전 실장을 옥죌 수 있다.

차 씨는 청문회에서 최 씨가 가보라고 해서 김 전 비서실장의 공관에 갔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포스코 회장 인선 과정에서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에게 권오준 전 회장이 인선되도록 압력을 행사한 의혹에 대해서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조 전 수석 역시 김 전 실장으로부터 권오준 씨를 포스코 회장으로 세우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물음에 "그런 기억이 없다"고 비슷한 주장을 했다.

한편 김 전 실장은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에 관해서는 증거로서 가치를 떨어뜨리는 데 주력했다.

김 전 실장은 "회의를 하다 보면 장부를 작성하는 사람의 주관적 생각도 가미돼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기소되면 재판에서 비망록의 증거능력과 증명력을 다투겠다는 구상이 엿보인다.

법원 재판에서 증거로 제시되는 업무일지나 수첩의 내용은 임의로 적은 게 아니라는 점 등 신빙성이 관련자 진술이나 객관적 자료 등을 통해 인정돼야 한다. 이처럼 증거로서 쓸 수 있는 법률상 자격인 '증거능력'이 있는지가 1차로 인정돼야 하며, 이 단계를 넘어 증거로서 인정되면 다시 혐의가 유죄임을 입증할 만한 '증명력'을 가졌는지 또 따져봐야 한다.

김 전 실장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증거능력과 증명력을 흔들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검은 청문회 진술을 토대로 김 전 실장을 비롯한 주요 수사 대상자의 입장을 미리 파악하고 주요 인물 간 진술의 모순 등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수사나 재판에서 강요 행위나 직권남용 등의 책임 소재를 다투게 되면 주요 연루자 간에 균열·대립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전 실장의 발언이나 태도가 향후 '부메랑'이 될지, '방어막'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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