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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시민에게 차벽 위 경찰은 핫팩을 건넸다

  • 입력 2016.12.05 10:19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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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만 명이 모인 제6차 촛불집회에서 시민이 쓰러지는 위급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3일 밤 11시경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을 외치던 한 시민이 쓰러졌습니다.

시민이 쓰러지자 곁에 있던 시민들과 취재 중이던 기자 등 모두가 합심해서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119에 신고했지만, 워낙 많은 시민이 밀집한 상황이라 진입이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환자의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자 시민들은 옷을 벗어 덮어주면서 다급하게 ‘핫팩’을 외쳤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공중에서 핫팩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핫팩은 버스 위에 있던 경찰들이 던져준 것이었습니다. 경찰들은 시민들이 핫팩을 외치자 분주하게 자신들이 사용하려던 핫팩을 잔뜩 들고 왔고, 신속하게 체온을 높이기 위해 손수 뜯은 뒤 흔들어서 밑으로 던져줬습니다.

시민들과 경찰의 도움으로 다시 정신을 차린 응급환자를 시민들이 옮기자, 집회 참가자들은 ‘좌우’를 외치며 조금씩 길을 터줬습니다. 시민들은 이동조차 어려운 도로 상황에서도 119구급차를 위해 양쪽으로 밀착해 응급환자의 이송을 돕기도 했습니다.

국민TV 김종훈 기자와 국민TV 하정호 조합원이 촬영한 영상은 조회 수가 27만이 넘었고, 댓글이 500개 이상이 달리는 등 많은 시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이 영상을 본 시민들은 ‘가슴이 먹먹하네요. 제발 이번 주 안에 탄핵 결정이 나서 시민들과 의경 추운 날씨에 고생 좀 그만했으면 합니다’라거나 ‘민중의 경찰다웠다’라며 ‘이런 경찰과 시민을 차벽으로 갈라놓은 건 누구란 말인가’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달걀 맞은 새누리당 당사, 경찰 청소가 당연하다는 지휘부

▲경찰이 새누리당 당사를 청소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를 비판한 장신중 전 총경 ⓒ페이스북 캡처

촛불집회 때 감동을 선사한 경찰이 있는가 하면, 시민들의 분노를 유발한 경찰도 있었습니다. 지난 3일 6차 촛불집회 사전 행사로 시민들은 오후 2시에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 모였습니다. 탄핵에 반대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항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 국정농단 공범 새누리당 규탄 시민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새누리당 당사를 향해 달걀을 던졌습니다. 오후 4시쯤 시민들이 광화문집회 참석을 위해 떠나자 의경들이 청소에 동원됐습니다. 이들은 물 호스 등을 이용해 당사 입구와 주변을 청소했습니다.

페이스북에 이 영상을 올린 한상희 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왜 우리 경찰이 새누리당 청소를 맡아 하는가요?’라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저들은 분명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징집된 우리의 청년들인데 왜 그들이 새누리당을 청소하는 일을 해야 하는지…’라며 ‘대통령이 권력을 사유화하니 경찰도 그 공권력을 사유화하는 것 같아 마음이 참 좋지 않았습니다’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경찰 간부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새누리당 당사는 1기동단 1개 중대가 24시간 경호를 하고 있다”며 “매일 근무를 서는데 내 앞에 떨어진 달걀을 보고 있겠느냐”며 반문했습니다. 또한 “계속해 왔는데 왜 이번에는 청소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인권센터 소장인 장신중 전 총경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 당사를 경찰이 지키는 것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데 청소를 시키는 것은 더욱 말이 안 된다’라며 ‘청소를 지시한 사람을 찾아내 직권남용과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권력자가 아닌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경찰

지난 3일 제6차 촛불집회는 서울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전국 32개 지역에서만 232만 명(경찰 추산 43만 명)이 참여했습니다. 헌정 사상 최대 규모 기록입니다.

촛불집회가 과거 집회와 다르게 경찰과 별다른 충돌이 없었던 이유는 성숙한 시민들이 ‘평화 시위’를 지향했고, 법원도 시민들의 행진을 청와대에서 100m 지점까지 최대한 허용했기 때문입니다. 경찰들은 차벽을 설치했지만, 시국의 중대성과 시민들의 마음에 동참하려고 하는지 시민들에게 친절한 모습이 여러 번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시민과 팔씨름을 하는 경찰, 집회 참가자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경찰 ⓒ온라인커뮤니티, 오마이뉴스

시민과 팔씨름을 하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사진을 찍기 위해 무릎을 꿇는 등의 모습이 원래 경찰이 국민을 대하는 자세였습니다.

경찰법 제4조를 보면 ‘국가경찰은 그 직무를 수행할 때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고,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정·중립을 지켜야 하며, 부여된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경찰은 그동안 국민이 아닌 권력자에게 이용됐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했습니다. 2016년 촛불집회를 통해 경찰은 진정한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 권한을 남용하지 않는 경찰 본연의 모습을 기억해야 합니다.

‘새누리당 당사를 청소하는 경찰’이 아닌 ‘버스 위에서 핫팩을 던져준 경찰’을 국민이 원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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