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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손석희를 잠시 잊어야 하는 이유

  • 입력 2016.11.25 10:01
  • 수정 2016.11.25 10:05
  • 기자명 두루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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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4일, 뉴스룸의 단독 보도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이 시작됐습니다. 매일 상식을 벗어나는 뉴스가 쏟아지고, 국민은 황당함, 좌절감 그리고 분노 속에서 지난 한 달을 보냈습니다. 칼 바람 몰아치는 추운 날씨에도 광화문 광장을 채운 100만 명 시민의 모습은 국민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잘못된 현실을 바꿔야 하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숨길 수 없는 감정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현실에 대한 좌절감입니다. 뉴스에서는 매일같이 새로운 의혹과 사실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현실은 그대로인 듯합니다. 신뢰할 수 없는 검찰에 수사를 맡겨야 하고, 무능한 야당에 정국을 맡겨야 하는 현실에서, 우리 국민의 분노와 변화에 대한 열망을 잘 지켜낼 수 있을지 서로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봅니다. 이러다가 다시 팍팍한 생계에 묻혀 일상으로 돌아가는 건 아닌지,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모든 이슈가 사그라지지는 않을까 초조해합니다

'정의는 쉽게 오지 않고 세상은 단숨에 바뀌지 않는다'라는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더욱 길게 현 정국을 바라보고, 장기적인 행동을 고민하게 됩니다. 여기에 과거에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 적은 없는지(워낙 초유의 사태라 비슷한 상황을 찾는 것도 어렵지만), 이후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 꺼내보는 건 이런 이유입니다.

미 정보기관의 사찰과 개인정보 수집 실태를 폭로하다

ⓒ가디언

2013년 6월 5일,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조간을 통해 충격적 사실을 폭로합니다. 그동안 미 국가안보국(NSA)이 통신사업자 버라이즌(Verizon)의 가입자 1억 2천만 명의 통화정보를 수집, 감시해왔다는 사실입니다.

국가기관이 민간 통신사업자의 고객정보뿐만 아니라 통화정보를 수집했다는 사실은 미국 국민에게 매우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가 최순실 씨 개인 태블릿PC에 대통령 연설문과 국가기밀문서가 있다는 사실을 최초 보도한 수준과 맞먹는 충격이었으리라 봅니다. 청와대가 그랬듯, 미 국가안보국은 즉시 이를 부인하고 모든 감청은 정해진 법에 따라 특정 용의자들에 한해 이뤄졌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진짜 폭로는 다음 날 이어집니다. <가디언>과 미국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는 미 국가안보국이 미국 시민들의 사용하는 이메일, SNS, 인터넷 포털 등 모든 서비스를 감시할 수 있는 프리즘(PRISM)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는 사실을 보도합니다. 페이스북, 야후, 스카이프, 유튜브, 애플 등 미국 주요 IT기업 서버 컴퓨터에 미 국가안보국이 접속해 사용자들의 사용내역은 물론 이메일 내용, 사용자 위치까지 감시해왔다는 내용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미 국가안보국은 이러한 감시를 위해 9개의 미국 인터넷 기업의 서버를 해킹했으며, 해저광케이블의 전자신호까지 가로채는 방법을 썼다고 합니다.

미국 시민들의 충격이 높아지는 가운데, 독일의 일간지 <슈피겔>(The Spiegel)은 미 국가안보국의 감시가 미국 시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행해졌다고 터뜨립니다. 유럽연합(EU) 주요 외교관들의 이메일, 통화내용이 감청되었으며 유엔 본부도 광범위한 감시가 이뤄졌다고 보도합니다. 특히 2009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미 국가안보국과 영국 정보부가 각국 외교관들을 감청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폭로의 파장은 점차 다른 나라로 옮겨가게 됩니다.

특히 10월 4일, <가디언>과 <워싱턴포스트>는 미 국가안보국이 최소 35개국의 정상들의 통화를 도청해왔다는 사실을 폭로합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해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심지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까지 모두 감시의 대상이었다는 폭로는 외교갈등을 촉발시키며 미 국가안보국과 오바마 대통령의 위치를 뒤흔드는 지경에 이릅니다.

외교갈등은 감시 대상에 중국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최고조로 치닫습니다. 중국의 민간 통신사업자들의 서버뿐만 아니라 홍콩대학교, 칭화대학교 등 민간 서버에도 침투했으며, 아시아의 통신케이블 업체의 서버를 통해 사실상 아시아 지역의 인터넷을 감청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과의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되었습니다. 예정되어 있던 중국과의 외교회담은 취소되고 경제교류도 중단됩니다.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기업거래가 취소되었으며 특히 중국 내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전략적으로 확장해 나가던 구글, 시스코 등 미국 주요 IT기업의 기업활동이 사실상 중단되었습니다.

충격이 전세계로 퍼진 것은 해당 프로그램에 미국 뿐만 아니라 ‘Five Eyes’라고 불리는 호주,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의 국가정보국이 관여했으며, 서로 귀한 정보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각국 행정부는 사실을 해명하라는 국민과 의회의 요구에 대응하느라 진땀 흘렸습니다. 특히 영국 정부는 관련 청문회에서 행정부 퇴진 압박까지 받았습니다. 민간 통신사업자와 협력해 유럽으로 통하는 해저 광케이블을 감청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증거는 하나씩 흘려라' 스노든과 JTBC의 공통점

이렇게 전 세계적 파장을 불러온 미 국가안보국의 무차별 감시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의 실체가 밝혀진 것은 용기 있는 한 사람의 폭로에서 시작됐습니다. 바로 전직 미 정보국(CIA) 직원이자 미국가안보국(NSA) 계약 업체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조지프 스노든 (Edward Joseph Snowden) 입니다.

폭로 전, 스노든은 미 국가안보국의 계약업체인 부즈 알렌 해밀턴(Booz Allen Hamilton)의 직원으로 하와이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미 국가안보국 감시프로그램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서 일을 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감시프로그램이 테러예방이라는 목적에서 벗어나, 개인의 사생활을 아무런 규제 없이 들여다볼 수 있으며 정치적 목적에 의해 악용될 수 있는 괴물로 커가고 있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스노든도 처음에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바로잡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습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감시체계가 더 확대되는 것을 보며 큰 실망을 했다고 합니다. 미 국가안보국과 미 정보당국의 개인 감시가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느끼며 죄책감과 좌절을 오가던 중, 한 사람의 결정적인 말을 듣습니다. 미 정보국 국장 제임스 클래퍼(James Clapper)가 의회에서 "미 정보국이 시민들의 통화내용을 감시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No"라고 거짓 답변을 한 것입니다. 그것을 본 스노든은 폭로를 결심합니다.

그는 미 국가안보국의 감시프로그램 문제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들을 비밀리에 다운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 5월 20일, 스노든은 직장에 병가를 내고, 미국에 돌아가겠다고 보고한 후 모든 증거를 들고 하와이를 떠납니다. 하와이를 떠나 10시간 비행 후 스노든이 도착한 곳은 미국이 아닌 홍콩이었습니다. 그는 한달 간 호텔 방에 틀어박혀 충격적인 사실을 전 세계에 폭로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스노든이 선택한 방법은 언론을 통해 단계적으로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자료를 인터넷에 한번에 올리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는 과거 줄리언 어산지의 위키리크스(wikileaks) 사례를 보면서 이 방법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반 시민들은 수많은 기밀문서의 내용을 이해할 만큼 똑똑하지 않고, 언론은 기밀문서를 분석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할 만큼 부지런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만약 JTBC가 최순실 씨의 태블릿PC에 들어있는 모든 자료를 한 번에 보도했다면, 아마 국민은 폭로 자체에만 관심을 가졌을 것이고, 다른 언론들은 태블릿PC 입수 과정을 집중 보도했을 것입니다. JTBC 손석희 앵커가 그러했듯 스노든은 수십 만 개의 파일을 하나하나 정리해가며, 시민과 언론이 순차적으로 이슈를 쫓아갈 수 있도록 준비해나갔습니다.

스노든은 그동안 미국 정부의 과도한 감시체계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온 믿을 만한 두 명의 언론인과 접촉했습니다. <가디언> 기자 글렌 그린월드(Glenn Greewald)와 다큐멘터리 감독 로라 포트라스(Laura Poitras)입니다. 스노든이 어떻게 두 사람과 처음 접촉했고, 이후 보도를 준비하게 되었는지는 한 편의 첩보영화를 방불케 합니다. 실제로 시티즌포(Citizenfour)라는 영화로 제작되었고, 2015년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는 반역자와 망명자 신세로 전락했다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을 정의의 심판대에 세운 스노든의 용기 있는 폭로 이후 무엇이 바뀌었을까요? 스노든은 폭로 직후 미국 법무부에 의해 간첩법(Espionage Act)과 정부재산절도 혐의로 기소되어 사실상 국가 반역자로 수배되었습니다. 제3국으로 망명을 시도했지만 미국 정부의 압력에 의해 대부분 나라가 스노든의 망명을 거부했습니다.

미국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남미의 에콰도르가 유일하게 스노든의 망명을 허가했지만, 미국 국무부는 스노든의 미국 여권을 강제 취소시킵니다. 결국 스노든은 에콰도르로 가는 모스크바 공항 환승 구역에서 국적 없이 한 달간 생활해야 했습니다.

미국은 스노든의 망명을 막고 그를 체포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합니다. 러시아를 다녀오는 볼리비아 대통령의 비행기에 스노든이 몰래 타고 있을지 모른다며 이 비행기를 강제 착륙시키는 유례 없는 조치까지 합니다. 결국, 러시아가 스노든에게 망명허가를 내줘 현재 스노든은 러시아에 머물며 망명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이 삭제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면 사회는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그가 기대했던 것처럼 개인에 대한 무차별한 감시가 중단되고, 이를 주도한 사람들이 처벌받았을까요?

먼저 스노든의 폭로는 미 정보당국의 무차별한 개인정보 침해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보당국의 시민감시에 대한 모든 법률과 프로그램에 대한 조사 및 검토를 지시했습니다. 그 결과 2015년 7월 27일, 미 국가안보국은 그동안 테러조사과정에서 수집해 온 통화기록을 더는 사용하지 않고 폐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합니다.

미국가안보국의 무차별한 감시를 뒷받침해왔던 법인 애국법(Patriot Act)은 효력이 만료되었고, 민간인 감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자유법(Freedom Act)이 발효되었습니다. 현재 미 국가안보국은 테러리즘 수사를 위해 전화통화기록을 수집할 때에도 엄격한 자격 조건을 갖춰야 하며, 영장을 발부하는 법원의 정보를 공개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대해 많은 전문가 의견은 매우 부정적입니다. 여전히 국가기관의 시민감시에 대한 기준은 명확하지 않으며, 정보기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무차별한 감시를 할 방법도 열려있습니다. 또한 스노든이 폭로한 감시 프로그램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해당 프로그램들이 폐지됐는지, 수정됐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게다가 현재 프로그램 존재 여부도 국가 안보 문제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단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모든 상황을 주도한 인물들에 대한 처벌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범죄행위로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는 감시행위에 대해서도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해당 책임자와 행위자 모두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의회에서 미국 시민들에 대한 통화내용 감청이 불가능하다고 거짓 증언을 한 미 정보국 국장은 물론입니다.

현재 상황만 보면 스노든의 폭로는 기대했던 만큼의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스노든 폭로의 핵심인 ‘무차별 국민 감시프로그램의 위법성’에 대해 더 말하는 언론은 많지 않습니다. 지금은 ‘스노든은 영웅인가 반역자인가’라는 주제로 넘어갔습니다. 폭로 초기 미 국가안보국의 감시프로그램에 대해 열심히 보도하던 언론도 이제 스노든 행위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보도로 초점을 옮겨갔습니다.

언론의 화살은 '스노든' 개인을 향해 조준

심지어 스노든 개인의 사생활과 그의 과거 행적에 대한 논란도 나옵니다. 불법감시프로그램으로 처벌받아야 하는 사람들마저 TV 방송에 출연해 스노든을 공격합니다. 미 연방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인 마이크 로저스는 NBC 인터뷰에서 스노든이 러시아 스파이였을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국민을 선동했고, 스노든의 기밀정보 취득과정과 폭로 과정의 정당성을 두고서 ‘처벌해야 한다’는 정부관계자들의 주장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54%가 그의 행위가 옳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의 머릿 속에 남은 것은 영웅 혹은 반역자 스노든 인물 그 자체일 뿐입니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초법적인 무차별 감시프로그램의 정당성’이나 ‘무차별 감시프로그램의 인권침해 여부’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스노든은 노벨상 평화상 부문 후보로 올라갈 만큼 많은 찬사를 받았으나 그가 진정 원한 것은 자신이 영웅시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처음부터 사람들이 문제의 핵심보다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는 상황을 경계했습니다. 2014년, TED 강연회에 출연한 스노든은 "당신은 영웅입니까 반역자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아래와 같이 대답합니다.

You know, everybody who is involved with this debate has been struggling over me and my personality and how to describe me. But when I think about it, this isn't the question that we should be struggling with. Who I am really doesn't matter at all. If I'm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you can hate me and move on. What really matters here are the issues. What really matters here is the kind of government we want, the kind of Internet we want, the kind of relationship between people and societies.

이 질문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 저에 대해 그리고 저의 성품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제가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만, 이건 우리가 그렇게 고민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이라면, 여러분은 저를 미워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가 아닌 이슈 그 자체입니다. 우리가 어떤 정부를 원하는지, 어떤 인터넷 세상을 원하는지, 그리고 사람과 사회와의 어떤 관계를 원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그는 최초로 가디언지에 폭로할 때부터 자신의 신분을 감출 경우, 사람들의 관심이 폭로자가 누구인지에 집중할 것을 우려해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신분을 노출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이 사건을 바라보는 언론의 프레임은 ‘이슈’에서 ‘사람’으로 옮겨갔습니다. 국가에 의한 무차별 개인 감시 프로그램에 대한 정당성 그리고 인권침해 여부라는 이슈보다 스노든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금세 넘어간 것입니다.

우리는 '손석희'를 잊어야 한다

이것은 지금의 최순실-박근혜 정국에서 우려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정국이 장기화될수록 처벌받아야 마땅할 사람들이 시민의 관심사를 관심을 ‘이슈’에서 ‘사람’으로 몰아갈 수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스노든을 영웅으로 추켜세움으로써 모두의 관심을 인물로 몰아갔던 미국의 보수언론처럼 대한민국의 언론도 그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잠시 ‘손석희’를 잊어야 합니다. 대신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 그들과 공모해 국가의 체계를 무너뜨리고 개인의 이익을 취득한 자들의 정확한 혐의가 무엇인지, 어떻게 그러한 행위가 가능했는지, 이를 방조하고 협력한 자들이 누군지, 어떻게 이들을 처벌하고 이후에 국정을 꾸릴 것인지 등이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내용입니다. 이러한 관심이 계속되어야 광화문의 백만 촛불도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고, 자신은 아닌 척 방조하며 이득을 취했던 자들을 심판대로 끌어낼 힘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3년 전, 스노든은 용기 있게 폭로했지만 지금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그의 메시지보다 ‘스노든’이라는 인물 자체만 강렬히 남았습니다. 앞으로 보수언론들은 인간 손석희의 개인사부터 시작해서 그의 정치적 잠재력, 심지어 잠재적 대권후보라며 치켜세울지도 모릅니다. 한 명의 영웅을 세우고 사람들의 관심이 몰려 있을 때, 사태의 본질은 몰래 묻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JTBC와 손석희 앵커가 ‘영웅’이라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JTBC와 손석희 앵커보다도 그들이 제기한 이슈를 더욱 오래 기억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의 뿌리가 파헤쳐지고, 해결되는 그 날까지 이슈를 파고드는 이성의 끈을 놓아선 안 됩니다. 그것이 박근혜-최순실 사태에서 특종을 쏟아냈던 언론이 국민에게 바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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