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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경제가 왜 이 모양인지 이제 알겠다

  • 입력 2016.11.10 10:06
  • 기자명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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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중요한 자리다. 금융, 산업, 통상, 자원, 중소기업, 국토교통, 농축산, 해양수산 등 경제와 산업 전반의 정책을 챙기는 권한을 갖는다. 박근혜 정부 출범부터 올 5월까지는 조원동(2013~2014), 안종범(2014~2016) 등 두 사람이 이 자리를 지켰다.

경제수석비서관, 그들은 '경제'를 챙기지 않았다

이들이 경제수석으로 있는 동안 한국경제는 각종 지표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생산, 소비 투자, 수출, 수입 등 실물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급기야 경제부총리가 나서 46조원을 풀었지만 약발은 듣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체력 고갈 현상'에 직면했다고 지적하며 그 원인 중 하나로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무엇이 불확실성을 높인 걸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청와대 경제수석의 역할 역시 눈여겨 봐야 할 것 중 하나다. 최근 조원동, 안종범 두 전 경제수석의 행적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두 전 수석이 '경제 챙기기'보다는 다른 쪽 일로 분주했을 거라는 항간의 추측이 사실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최순실과 관련된 일들을 챙기느라 경제수석으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이상한 처신'을 했다는 언론보도가 쏟아진다.

'VIP의 지시로 강남의 한 성형외과를 챙겼다'는 증언이 나왔다. JTBC는 '조 전 수석이 한 컨설팅업체 대표에게 이 성형외과의 해외 진출을 도우라고 지시하면서 대통령을 직접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병원이 해외사업을 따라잡을 능력을 구비하지 못해 청와대 지시사항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것이 조 전 수석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이유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게 컨설팅 업체 대표의 주장이다. 이 성형외과는 최순실 씨가 자주 드나드는 곳으로 알려졌다. 안종범 전 수석도 조 전 수석에 이어 이 일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두 경제수석이 대를 이어가며 '최순실 단골 성형외과 돕기'에 나선 셈이다.

한편, 컨설팅 업체 대표는 이 일로 자신이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세무조사뿐 아니라 공무원인 가족들까지 인사상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추잡한 국정농단에 경제수석까지 동원

청와대는 문제의 성형외과를 각별히 대우했다. 대통령 해외순방에 세 번이나 동행한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해 4월에는 중남미 4개국 경제사절단에, 9월에는 중국 경제사절단에, 올 5월에는 아프리카 3개국 및 프랑스 순방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 전 수석이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사절단 명단에 이 성형외과를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수석은 사기업의 경영권까지 간섭했다. 2013년 말 CJ그룹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VIP의 뜻이니 이미경 부회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이 압박이 있은 지 몇 달 후 '문화계의 큰손'인 이 부회장이 물러난다. 그의 퇴진으로 생긴 '문화계 빈 자리'를 최순실의 측근 차은택이 차지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안 전 수석은 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사기 미수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최순실의 두 재단'을 위해 수백 억원 상당의 '강제모금'을 실무 지휘했으며, 롯데그룹에게 70억 원을 더 내라고 강요한 혐의 외에도 포레카 지분 강탈, 장애인 펜싱팀 개입 의혹 등 이미 수사선 상에 오른 혐의는 한둘이 아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개입해 이들의 심부름꾼 노릇을 한 거나 다름없다. 경제정책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이 국정농단의 한축이 돼 버린 것이다. 'VIP와 비선실세'의 추잡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것는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에 해당한다.

경제기획원과 재정경제부를 거쳐 한국조세원장을 역임한 관료 출신인 조 전 수석은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유능한 경제통이다. 안 전 수석은 위스콘신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뒤 대학에서 교편을 잡다가 2012년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인물이다.

ⓒ민중의소리

'VIP-비선실세'의 사적 명령 따라간 국가경제

이런 유능한 사람들이 '국가와 국민이 시키는 일'을 하지 않고 '박근혜-최순실' 두 사람의 개인사를 챙기기 바빴던 모양이다. 드러난 의혹만 해도 국민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한다. 본연의 업무는 뒷전으로 밀친 채 'VIP와 비선실세'의 비위를 맞추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 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

경제수석은 국민이 부여한 막강한 권한과 국민의 혈세로 지급되는 고액의 연봉, 직책이 주는 사회적 명예까지 많은 것을 누리는 자리다. 이런 것들을 누리는 대신 꼭 이행해야 할 '국민의 명령'이 있다. '경제 챙기기'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누리기만 했을 뿐 '국민의 명령'은 소홀이 취급한 채 'VIP와 비선실세'의 '사적인 명령'을 따랐다. 또 'VIP와 비선실세'는 두 수석이 가진 '전문성과 능력'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활용하지 않고, 자신의 사적인 편의와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 이러니 경제가 엉망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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