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TBC가 보도한 청와대 문건 유출 문서 속 아이디 ⓒ JTBC

며칠 전 JTBC가 최순실 씨 태블릿 PC를 단독 입수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10월 26일 JTBC는 태블릿 PC에서 정호성 청와대 비서관이 작성한 문건이 여러 개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최 씨의 태블릿 PC에는 2012년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유세문 2건과 2013년 국무회의 모두 발언 등 총 4건의 문서가 있었습니다. 작성자는 ‘narelo’라는 아이디를 사용한 정호성 비서관이었습니다.

JTBC는 ‘narelo’ 외에 청와대 문건을 작성한 또 다른 아이디가 있다고도 보도했습니다. 최 씨에게 유출된 ‘강원도 업무보고’라는 문건의 최초 작성자는 ‘niet24’라는 아이디를 사용했습니다.

JTBC는 ‘niet24’가 누구인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누구일까요?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niet24’는 조선일보 기자 출신 청와대 행정관

▲ niet24 아이디 사용자는 대통령비서실 소속 원세일 행정관으로 밝혀졌다.

‘niet24’라는 아이디를 추적해봤습니다. ‘niet24@chosun.com’라는 메일 주소가 발견됩니다. 사용자는 조선일보 원세일 기자입니다.

그의 이름을 병무청 홈페이지 내 ‘공직자 등의 병역사항열람’으로 조회해봤습니다. 원세일이라는 이름으로 근무하는 공직자는 대통령비서실 소속의 4급 상당 행정관입니다.

JTBC가 보도한 ‘강원도 업무보고’ 최초 문건 작성자였던 ‘niet24’의 정체는 원세일 청와대 행정관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에서 원세일 기자의 기사를 검색해봤습니다. 2009년 12월 이후 등록된 기사가 없었습니다. 2010년 이후 청와대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파악됩니다.

또 다른 문건 작성자 ‘iccho’

▲ JTBC가 보도한 청와대 문건 작성자 아이디 ⓒ JTBC

JTBC는 국무회의 모두발언 원고 최초 작성자로 ‘iccho’라는 아이디가 등장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아이디로 iccho를 사용하는 인물을 추적해봤습니다. 기획재정부의 조 모 부이사관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조 모 비서관이 실제로 이 문건을 작성했는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조 모 비서관의 소속은 기획재정부이기 때문입니다.

기획재정부 소속이라도 청와대로 파견돼 근무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아직 그가 모두발언 원고를 작성했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조직적인 청와대 문건 유출의 단서, 아이디

최 씨 태블릿 PC에서 발견된 아이디가 중요한 이유는 청와대 문건 유출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문서가 유출되려면 반드시 최초 작성자가 파일을 넘겨줘야 합니다. 정호성 비서관이 문건을 최 씨에게 전달하기 위해선 최초로 문서를 작성했던 비서관이 허락해야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문서 작성자가 강압 때문에 파일을 넘겨줬는지, 아니면 조직적으로 청와대 내부가 관여했는지는 최초 작성자를 조사하면 알 수 있습니다.

청와대 문건 유출뿐 아니라 불법 대선 운동까지 조사해야

▲ 김한수 행정관이 대통령 선거 기간에 리트윗했던 문재인 비방 글 ⓒ 김한수 트위터

최 씨에게 태플릿 PC를 개통해 넘겨준 청와대 김한수 행정관은 선거 기간에 ‘마레이’라는 아이디로 SNS 활동을 했습니다.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의 홍보 글은 물론, 문재인 후보 비방글도 여러 차례 리트윗했습니다.

그의 트위터 계정을 보면 SNS를 통해 조직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비방해왔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청와대 비서관들의 아이디를 조사해 선거 기간 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추적해보면 그들이 선거 때 어떤 식으로 움직였는지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는 단순히 청와대 문건 유출에 그쳐선 안 됩니다. 대선 기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특히, 비선조직이 어떻게 선거에 개입했고, 어떻게 움직였는지는 공소 시효와 무관하게 반드시 추적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