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여당 사무총장 건물에 있는 ‘설국열차 꼬리칸’

  • 입력 2014.02.11 10:13
  • 수정 2014.02.11 10:17
  • 기자명 오주르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 아프리카 짐바브웨와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무용수와 연주자, 조각가 10여명과 민주노총 이주노동조합 관계자들이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향해 “더 이상 노예처럼 취급하지 말라”고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아프리카 예술노동자가 새누리당 찾은 사연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실. 2년 동안 법정 최저임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으며 노동 착취를 당한 아프리카 이주노동자들이 자신들을 고용한 여당 사무총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어찌된 영문일까. ‘노컷뉴스’의 밀착취재에 의하면 이들 아프리카 이주노동자들은 홍문종 사무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포천아프리카예술박물관’의 전통예술 공연단원과 조각가들이다. 홍 사무총장은 이 박물관을 2010년에 사들였다.

짐바브웨 출신 아프리카 전통 조각예술가 4명과 브루키나파소에서 온 공연단 8명 등 12명은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의 절반 정도를 받으며 가축 우리 같은 숙소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려 왔다. 1인 하루 식비는 고작 4000원이었다.

<아프리카예술박물관.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의 소유이며 현재 그가 이사장이다.>

실수령액 월 50만원, 식비 1일 4천원, 여권 빼앗아 보관

이들 모두 자신들의 정부에서 인정받은 전통예술가들이다. 한국에 올 때는 현재 박물관장으로부터 오디션을 거쳐 고용됐다. 이들에게 지급된 임금은 월 600달러 수준. 1달러를 1000원으로 고정 적용해 60여만원으로 책정한 뒤 귀국 비행기 표를 박물관 측이 미리 사두었다는 이유로 10만원을 공제하고 지급했다.

실수령액은 50여만원. 시급으로 계산하면 2500~3000원 수준이다. 법정 최저임금(2012년 4580원, 2013년 4860원)의 절반에 가깝다. 이들 아프리카 예술인들은 공연과 조각 뿐 아니라 휴식시간까지 쪼개 초등학생 참여 프로그램까지 진행해야 했다. 착취를 당해온 것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그래도 쌀만큼은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고 강변했지만 현장을 취재한 기자의 얘기는 완전히 달랐다.

“유통기한을 지난 쌀 포대와 3분 인스턴트 요리, 라면봉지만 뒹굴 뿐 야채나 과일 등 변변한 음식은 찾기 어려웠다.” (노컷뉴스)

<짐바브웨와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조각가와 공연예술가들이 묵었던 숙소/출처: 노컷뉴스>


숙소는 “영화 설국열차 꼬리칸” 같아

노동 착취와 부당한 처우를 못 견뎌 무단 이탈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까. 박물관 측이 이주노동자들의 여권을 직접 보관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노예 취급을 당한 거나 다름없다.

이들이 묵었던 숙소는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것과 딴판이었다.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물품과 침대, TV, 냉장고를 구비한 숙소를 제공한다”고 돼 있었지만 이들이 기거해온 숙소는 폐가나 다름없었다.

“화장실 근처 방바닥에는 땅에서 새어나온 물이 고여 있었고, 곰팡이가 가득한 벽지 곳곳에는 쥐구멍들이 뚫려있었다. 고장난 보일러는 꺼진 지 오래여서 발을 딛자 뼛속까지 시린 기운이 올라왔다” (노컷뉴스)

<숙소 내부. 취재기자는 '영화 설국열차 꼬리칸'에 비유했다>


여당 사무총장 소유 건물에서 반인권-반노동-반인륜 행위 자행돼

취재기자는 이들이 생활했던 숙소를 “영화 설국열차의 꼬리칸”에 비유했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한둘이 몸을 누이는 것도 비좁은 방에 4명씩 자야했고, 그래도 부족해 남자들은 돗자리로 막아 건물 밖 현관 옆에 방을 만들어 생활해야 했다.

처우는 최악이었다. 공연을 하다가 다쳐 치료가 필요해도 치료비는커녕 박물관 측은 쉬는 만큼 급여를 깎았다. 반노동과 반인권, 반인륜적인 일이 여당 사무총장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에서 버젓이 자행된 것이다.

한 무용수는 취재기자에게 “유럽에서 공연할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충분히 혼자 생활할 수 있을 만큼 급여를 줬고, 숙소도 이곳과는 비교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고 말했다.

홍 사무총장 역시 이들 이주노동자의 실태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1일 1인 식비가 2500~3000원으로 책정돼 있던 것을 홍 사무총장에게 항의하자 4000원으로 인상해 줬다니 실태를 몰랐을 리 없다.

<이미지출처: 아프리카예술박물관 홈페이지>

홍문종 “아프리카 사랑하고 이해한다”...가증스러워 경악할 뿐

아프리카 예술노동자들이 겪은 상황은 신안 신의도 염전에서 수년간 ‘노예생활’을 하다 극적으로 구조된 지적장애인이 당한 일과 비교하더라도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아 보인다. 집권여당의 핵심인물의 건물 안에서 어찌 이런 ‘노예극’이 벌어질 수 있단 말인가.

‘아프리카예술박물관’ 홈페이지에는 “아프리카 문화를 국내에 소개하고자 현지의 아누파시아 공연단을 초청하여 아프리카 전통춤을 선보이고 있으며”라고 공연단을 소개하고 있다. 공연단을 ‘초청’ 했단다. 노예처럼 부려먹는 게 초청인가.

더욱 가관인 것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박물관 이사장 홍문종’의 인사말이다. 홍 이사장은 “대한민국에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포용하게 됐습니다. 이건 저만의 사랑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 모두의 마음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출처: 아프리카예술박물관 홈페이지>

노동조건 항의하면 인격 모독과 폭언

기막혀 입이 떡 벌어진다. 아프리카를 사랑하고 이해한다며 아프리카를 향해 마음의 문을 열자고 말하면서 아프리카에서 온 예술노동자들을 짐승 같이 부려먹다니. 홍문종이라는 사람에게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박상순 박물관장은 취재기자에게 “적자 운영을 하다 보니 거주 환경이 열악한 건 사실”이라며 “조만간 방 3개짜리 기숙사를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미 저지른 착취와 만행은 어찌할 건가.

인격적 모욕까지 가했다는 증언도 있다.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한 무용가의 말이다. “(박물관 측에) 생활하기 어렵다”고 말하자 박물관 관계자는 “‘아프리카 사람이니까 1달러면 하루 종일 살 수 있지 않느냐’고 역정을 냈다”고 전했다.

<출처: 아프리카예술박물관 홈페이지>

대한민국 포천에 ‘설국열차 꼬리칸’ 있다니

열악한 노동조건에 항의하면 박물관 측은 폭언으로 맞섰단다. 또 다른 노동자는 “(항의할 때마다) 아프리카인은 원래 가난하다” “아프키라인은 동물같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더 황당한 얘기도 있다. 짐바브웨에서 온 조각가는 “박물관 측에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자 박물관 관계자는 ‘우리가 잘못해도 문제없다’며 ‘이사장(홍문종)이 아주 강력한 정치인이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든 무엇을 하든 너희들은 별 수 없을 것’이라며 비웃었다”고 전했다.

어떤 이는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이사장과 박물관장의 관계를 영화 ‘설국열차’의 1인자 윌포드와 메이슨 총리에 비유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포천에 ‘설국열차 꼬리칸’이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