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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 비자금의 주인공, 이영복

  • 입력 2016.10.06 11:51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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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모 호텔 지하에는 상위 1%만 간다는 룸살롱이 있습니다. 부산에서 제법 힘 좀 쓴다는 정치인, 검사, 판사, 언론인 중 여기 한 번 안 온 사람이 없답니다.

이곳은 단순한 룸살롱이 아닙니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구 해운대 관광리조트)의 실질적인 오너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이 로비할 때 이용하던 장소입니다. 마치 영화 내부자에서 미래자동차 회장이 정·관계 인사들을 불러다 파티를 벌이는 별장 술집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부산판 수서 사건의 주범 이영복

이영복 회장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건 1998년 부산판 ‘수서 비리 사건’이라 불린 ‘다대-만덕지구 택지개발 사업’이었습니다. 당시 동방주택건설 사장이었던 이 씨는 1993~96년 부산시 사하구 다대동 임야 42만여 ㎡를 헐값에 매입합니다.

이곳은 그린벨트 지역으로 부산시가 산림 보호 등의 이유로 개발을 제한하던 곳입니다. 그런데 이영복 회장이 땅을 매입하자 부산시가 ‘주거 용지’로 형질변경을 합니다. 이 회장이 당시 아파트 건립이 가능한 형질변경으로 얻은 시세차익만 무려 천 억 원이 넘습니다.

▲2001년 택지 개발 과정에 정관계 특혜 의혹으로 잠적했던 이영복 사장이 검찰에 자진 출두해 수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는 보도 ⓒMBC 뉴스데스크

당시 사건으로 부산시 고위 공무원이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됐고 정치인의 차명계좌에서 뭉칫돈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영복 회장의 비자금이 창당 자금이나 정치 자금으로 흘러갔다는 의혹 때문에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급기야 국정감사에서 다루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영복 회장은 무려 2년간이나 도피 생활을 합니다. 2001년 12월 19일 자수한 이영복 회장은 검찰 수사에서 뇌물을 준 공무원 등을 진술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의리(?) 덕분인지 부산시 공무원 사이에서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회장은 앞으로 끝까지 챙겨야 한다”라는 에피소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온갖 특혜로 얼룩진 해운대 엘시티

▲ 부산시 ‘해운대 엘시티 개발 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 주거시설 제외가 명시돼 있다. ⓒSBS

해운대 백사장 바로 앞에는 부산시가 시민수변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한 땅이 있습니다. 국방부 소유였지만, 공공개발을 내세워 헐값에 매각된 땅입니다. 부산시는 이 부지에 관광시설 조성을 목적으로 ‘해운대 엘시티 사업’ 민간 입찰을 공모합니다.

당시 일부 건설사 등은 주거 시설 건립이 제외돼 상업성이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영복 회장은 이를 응모했고 해운대 엘시티 사업을 따냈습니다. 얼마 뒤 부산시는 애초 방침을 바꿔 주거 시설 건립을 허용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부산시는 해운대 엘시티 사업에 아래와 같은 엄청난 특혜를 줬습니다.

1. 원가 2,330억 원 부지 LCT 측에 2,333억 6천여만 원에 판매

2. 중심미관지구(건축물 높이를 최고 60m 이하로 규정) → 일반미관지구(400m 이상 초고층 건물 건축 가능) = 해운대 엘시티 더샵 101층

3. 주거 시설 허용, 최대 72%까지 아파트 등으로 개인 분양 가능 (레지던스 호텔 포함)

4.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면제

- 서울시 사례: 롯데그룹, 제2롯데월드 건립 시 교통영향평가에 따라 4,500억 원 추가 투입

5. 부산시, LCT 주변 도로 확장으로 최소 300억 원 예산 소요

6. 부산시, LCT 내 소공원과 공용도로 조성 무상 지원 (최소 1천억 원 소요)

- 서울시 사례: 롯데그룹, 제2롯데월드 건립 시 환경영향평가에 따라 생태공원 조성 면적을 38%로 늘리면서 3,000억 원 추가 투입

해운대 엘시티는 부산시가 줄 수 있는 온갖 특혜를 받았습니다. 과연 일반적인 기업이 이런 엄청난 특혜를 받을 수 있을까요? 1998년 ‘만덕-다대지구 개발사업’이 재연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500억 비자금은 어디에 사용됐을까?

▲검찰이 해운대 엘시티 사업의 불법 대출과 비자금 조성 관련 압수 수색을 하는 모습 ⓒSBS

지난달 검찰은 해운대 엘시티 사업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벌이며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습니다. 9월 10일에는 시공사 전 대표이사 박 모 씨를 구속했습니다.

검찰은 박 씨가 프로젝트 파이낸스(PF) 자금 320억 원과 회사 자금 200억 원 등을 빼돌려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보고 자금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비자금을 조성한 실질적인 오너 이영복 회장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마자 1998년 때처럼 잠적했습니다.

부산지역에서는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조용한 부장검사)의 해운대 엘시티 사업 수사가 과연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부산 지검의 오 모 검사가 1997년 이영복 회장의 특혜의혹 등에 대해 내사를 벌이다 외압에 의해 중단했고, 1998년 갑자기 중국 연수를 떠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해운대 엘시티 시공계약 체결식에 참석한 허남식 부산시장(왼쪽 세 번째)과 배덕광 해운대구청장(왼쪽 네 번째), 이종철 부산도시공사 사장(왼쪽 첫 번째), 시공사 중국 CSCEC 왕샤오펑 부총경리(왼쪽 두 번째), 사업시행사 (주)엘시티PFV 박수근 대표이사(왼쪽 다섯 번째)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BS

이영복 회장에게 부산 지역을 거쳐 갔던 판·검사 접대 장부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전국구 규모의 정관계 로비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해운대 엘시티 사건을 오랫동안 취재하고 있는 송성준 SBS 보도본부 부산 지국장은 이영복 회장의 인맥과 검찰 수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수십 년 동안 쌓은 인맥이 권력 기관과 부산시 고위 간부, 언론계 등 곳곳에 포진해 있었고 MB정권 핵심 실세와도 연이 닿아있다는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검찰과 경찰 국정원 등 권력 기관의 간부들과도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오며 자신의 방패막이 역할을 기대했다고 주위에서 말합니다. 허남식 전 부산시장과 부산시 고위 간부들과의 교분도 무시할 수 없는 든든한 배경이었지요.

이러한 중앙과 부산을 넘나드는 폭넓은 인맥 관리로 부산 지역에서 이 회장에 대한 수사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실제로 대검을 비롯해 부산지검과 부산 동부지청에서 5, 6년 전부터 이 회장과 엘시티에 대한 수사설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왔지만, 그때마다 슬그머니 사라지고 한 것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동부지청의 전격적인 수사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송성준 SBS 보도본부 부산 지국장

([취재파일] 검찰의 부산 해운대 엘시티 더샵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열리는가? ①)

지금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이 300억 비자금 조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많은 언론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산시 소재 일개 기업의 비자금 규모가 500억이 넘습니다.

온갖 특혜로 2조 7천억짜리 해운대 엘시티 사업을 벌이면서 500억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한 인물, 그러나 검찰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인물, 영화 속에 나오는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 실제 대한민국 부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입니다.

그나저나 500억 비자금은 과연 어디로 흘러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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