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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정답을 알려주지 마세요"

  • 입력 2016.09.22 14:19
  • 수정 2016.09.23 09:41
  • 기자명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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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부모와 정책 결정자들은 어린아이가 더 많은 걸, 더 빨리 배우게 하려고 혈안이 돼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조기교육에 관한 이들의 생각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미국은 지식경제 사회로 발전해왔습니다. 21세기의 지식은 19세기의 자본, 18세기의 토지처럼 중요합니다. 그 30년 동안 과학자들은 아주 어린아이들도 어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운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런 발견이 오늘날의 조기교육 붐에 일조한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학습’을 오해하곤 합니다. 학교 같은 곳에서 하는 무엇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부모가 선생님이 되려 합니다. 즉, 아이에게 어떤 지식을 직접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유치원이 두뇌 발달에 도움된다는 연구가 있긴 합니다. 그러나 정책 결정자들과 교육자들은 이를 악용하는 듯합니다. 유치원에서조차 아이들의 노는 시간을 시험으로 바꾸고 있을 뿐입니다.

인류 전체 역사를 놓고 볼 때 학교의 역사는 매우 짧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학교가 없던 수천 년 전부터 무언가를 배워왔습니다. 수렵 문화에선 어른들이 사용하는 도구를 갖고 놀며 사용법을 익혔습니다. 어른들이 도구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지켜봤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몇 연구들은 아주 어린아이조차도 관찰, 놀이를 통해 무언가를 배운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오늘날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른들의 행동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웁니다. 필자의 손자인 오지(Augie)는 네 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내가 요리하는 것을 보고 흉내 냅니다. 하지만 그 아이가 계란 흰자를 치대는 법이나 내가 어머니에게 배운 요리할 때만 나오는 특별한 동작을 도대체 무슨 수로 따라 하게 된 걸까요? 어떻게 그 아이는 계란 노른자를 흰자에 떨어뜨리지 않고 밀가루 반죽으로 옮기는 걸까요?

최근 실험들은 모방 능력은 타고나는 것임을 말해줍니다. 1998년 워싱턴 대학의 앤드류 멜초프(Andrew Meltzoff)는 14개월 된 아기들을 대상으로 독특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자가 특이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실험자가 상자 윗면에 이마를 대면 그 상자의 불이 켜졌습니다. 1주일 후 아기들을 다시 상자가 있는 실험실로 불러 모았습니다. 아기들 대부분은 불을 켜기 위해 상자 이마를 가져다 댔습니다.

2002년 지오르지 저글리(Gyorgy Gergely), 해럴드 베커링(Harold Bekkering), 일디코 키랄리(Ildiko Kiraly)는 앞선 실험을 조금 변형했습니다. 실험자의 팔을 담요로 묶고 이마로 불을 켜게 했습니다. 아기들은 실험자의 팔이 묶여있기 때문에 이마를 썼다는 것을 이해한 듯 보였습니다. 아기들의 순서가 되자 그들은 손으로 불을 켰습니다.

2013년 데이비드 버틀만(David Buttelmann)과 동료들은 실험을 다시 한 번 비틀었습니다. 아기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는 자기들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실험자가 이마로 상자의 불을 켜게, 다른 그룹에는 아기들이 모르는 언어를 사용하는 실험자가 이마로 상자의 불을 켜게 했습니다. 첫 번째 그룹의 아기들은 이마로 불을 켜려 했지만, 두 번째 그룹의 아기들은 손으로 불을 켜려 했습니다.

실험으로 아기들이 어떤 행동을 따라 할 때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게 아니라는 게 어느 정도 증명됐습니다. 아기들은 행동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주의 깊게 보는 겁니다.

아이들은 새로운 행동을 위해 자신들이 본 것을 이용합니다. 예를 들어 다프나 벅스바움(Daphna Buchsbaum)과 저는 4살 난 아이들에게 손잡이와 버튼이 여럿 달린 장난감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이 장난감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겠네.” 말한 다음 손잡이를 당기고 버튼을 누르고 장난감을 뒤집는 등 9가지 복잡한 행동을 보여줬습니다. 장난감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오거나 나오지 않았습니다.

행동에는 패턴이 있었습니다. 어떤 행동은 장난감을 작동하는 데 필요한 행동이었고 어떤 행동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다른 행동과 무관하게 버튼을 누르고 장난감을 뒤집었을 때만 장난감에 불이 들어온다는 것을 눈으로 지켜봤습니다.

그 후 아이들에게 음악을 틀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아이들은 여러 동작을 분석한 뒤 어떤 행동이 음악이 나오게 하는지 파악한 후 그 행동만 취했습니다. 그것은 손잡이를 당긴 뒤 장난감을 뒤집는 것입니다. 그들은 관찰한 바를 토대로 답을 찾아낸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보고 아이들은 “무엇에든 빠져든다”고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능동적 학습에 관한 연구들은 아이들이 장난감을 갖고 놀 때 마치 과학자가 실험하듯 행동한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유치원 아이들은 가장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장난감을 선택하려 하며 또한 장난감을 갖고 놀 때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는 방식을 취합니다.

예를 들어 존스 홉킨스 대학의 에이임 E. 스톨(Aimee E. Stahl)과 리사 페이겐슨(Lisa Feigenson)은 최근 11개월 된 아기에게 마술을 보여주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총 두 가지의 마술이었습니다. 공이 딱딱한 벽을 통과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 그리고 테이블 끝에서 장난감 자동차를 굴려 바닥으로 떨어지는 대신 공중에 떠 있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기들은 이 마술에 적잖게 놀라는 것 같았습니다. 이는 아기들이 물리학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마술을 보여준 후 아기들에게 장난감을 줬습니다. 공이 벽을 통과하는 마술을 본 아기들은 공을 때려 보았고 자동차가 공중에 떠 있는 것을 본 아기들은 자동차를 계속 떨어뜨렸습니다. 이는 공이 정말 딱딱한지 그리고 장난감 자동차가 중력을 거부하는지 실험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실험은 아기들이 학습하는 법을 따로 배울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여러 연구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방식이나 부모의 방식에 명백한 한계가 있음을 알려줍니다. 아이들은 어른으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있다고 생각할 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대신 어른들이 하는 행동을 반복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는 앞서 복잡한 장난감으로 다른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 실험에서 실험자는 선생님처럼 행동했습니다. 그녀는 “이 장난감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모르겠네”라고 말하는 대신 “이 장난감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보여줄게”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그녀의 행동을 따라 했을 뿐 자기만의 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아이들은 매우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듯 보였습니다. 만약 선생님이 제대로 된 정답을 보여줬다면 새로운 방식을 시도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이는 또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방식과 부모의 방식이 아이들에게 창의적인 사고를 장려하지 않고 그저 모방하는 데 그치도록 만든다는 사실을 말해주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심오한 모순이 있습니다. 부모와 정책 결정자들이 교육에 대한 관심이 큰 이유는 오늘날과 같은 지식 사회에서 학습이 점점 더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정보 사회에서는 또한 과거의 산업화 사회와 달리 모방보다는 새로운 시도가, 순응보다는 창조가 더욱 중요합니다.

실제로 아이들이 자연적으로 진화해온 학습 방법은 지난 두 세기 동안 만들어진 교육 방식보다 아이에게 문제에 도전하게 만드는 방식과 더 잘 어울립니다.

이 새로운 연구는 우리에게 모든 유치원 교사들이 본능적으로 깨달았던 사실들을 과학적으로 확인시켜줬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창의적으로 행동하는 아이의 모습을 원한다면 우리는 그저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끼고, 같이 이야기하고, 그리고 놀고 싶은 대로 (어느 선까지) 내버려 두며, 또한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행동들을 보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을 억지로 배우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도록 하면 됩니다.

원문: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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