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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6.4 공정선거 주문, 싹부터 노랗다

  • 입력 2014.02.05 10:28
  • 수정 2014.02.05 10:35
  • 기자명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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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됐다. 국정원 부정선거 의혹이 여전한 터라 이번 선거의 투명성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를 의식해서 일까. 박 대통령이 대뜸 공정선거를 주문하고 나섰다.

‘공정선거 강조’, 대선 불명예 딱지 떼어내려는 속내?

박 대통령은 어제(4일) “올해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이번 정부의 첫 선거”라며 “반드시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기관과 공무원에 대해서도 “정치적 중립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등 ‘부정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이번 선거를 통해 떼어내 보자는 계산이 깔린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렇게 될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싹부터 노랗다.

방송언론이 선거에 주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때문에 선거방송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직선거법 제8조에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못박고 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방위)는 9인으로 구성된다. ▲국회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 ▲중앙선관위 ▲방송사 ▲방송학계 ▲대한변협 ▲언론인단체 ▲시민단체 등이 추천권을 행사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위촉권을 갖는다.


선거 영향 지대한 '선거방송심의위' 면면을 보니

구성된 위원회는 선거일전 120일부터 선거일 후 30일까지 운영되며, 선거방송의 공정성을 심의하게 된다. ‘선방위’ 활동이 선거에 미칠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위원들의 객관성과 형평성이 관건이다. 이토록 중요한 ‘선방위’의 위원들은 누구일까.

방심위가 지난 3일 6.4지방선거 ‘선방위원’을 위촉했다. 위원장으로 김수민 변호사(방심위 추천), 부위원장에는 최홍운 전 서울신문 편집국장(한국언론학회 추천)이 선출됐으며 위원으로는 김범식 송원대 초빙교수(중앙선관위 추천), 정일윤 전 KBS광주방송 사장(방송기자협회 추천), 고대영 전 KBS 보도본부장(새누리당 추천), 이재교 공정언론시민연대 대표(시민단체 추천), 김정수 케이블TV협회 사무총장(케이블TV 추천), 신헌준 변호사(대한변협 추천), 박현석 변호사(민주당 추천) 등이다.

이들 중에 상당수가 현 정권을 옹호하는 정치적 편향이 강하다. 김수민 위원장은 인천지검장을 역임한 ‘공안통’ 검사. 이를 추천한 박만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역시 공안검사 출신이다. 박 위원장는 송두율 교수 사건을 담당했고, KBS이사 재직시에는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안에 찬성한 인물이다.

위원 2/3 여당 편향성 매우 강해

이재교 위원은 뉴라이트 계열 단체을 이끌고 있다. ‘공정언론시민연대’(공언연)는 진보언론을 비판하고 감시할 목적으로 2008년 결성된 단체다. ‘MBC 좌파 척결’ ‘큰집 조인트’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도 이 단체의 대표를 맡았었다.

‘진보언론의 편파성을 바로 잡겠다’고 나선 공언연. ‘미디어발전국민연합’과 함께 대표적 보수언론단체다. 지상파 시사프로그램을 비판하고, 진보 언론 불매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KBS 9시 뉴스가 진보진영에 유리하도록 방송하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편 바로 그 단체다.

고대영 위원에 대해서는 KBS 노조의 반발이 크다. 지난 2012년 1월 고 위원이 KBS 보도본부장으로 있을 당시 KBS 기존노조와 새노조가 실시한 KBS 내부 구성원 신임투표에서 84.4%의 불신임 표를 받았던 인물이다.

뉴라이트 단체대표, 불신임 보도본부장, 성접대 전력 위원도 있어

2008년 KBS 사장 선임 당시 김인규를 지지할 목적으로 결성된 ‘KBS 수요회’를 고 위원이 이끌었다는 의혹이 있고, 지난 대선 때도 새누리당 추천을 받아 선방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 권오훈 본부장은 “선수 시절 반칙을 일삼았던 선수가 심판으로 돌아온 셈”이라고 비난했다.

김정수 위원도 문제다. 그는 MB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으로 2009년 케이블 방송업체로부터 성접대를 받아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리자 직에서 물러난 전력을 갖고 있다. 티브로드를 소유한 태광그룹이 큐릭스를 인수하기 위해 방송통신정책 행정관으로 있던 김 위원에게 성접대 로비를 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던 것이다.

위원 9명 중 6명이 여당 편향 인사다. 선거방송 공정성을 감시하고 심의하기 위해 만든 위원회가 정치색으로 물들어 있다. 여야 6대3 구조. 여당에게 유리한 심의가 진행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려 있는 셈이다.

편파보도로 얼룩졌던 지난 대선, ‘선방위’ 뭘 했나

지난 대선 때도 ‘정치 심의’ 논란이 있었다. 편파보도를 일삼은 종편에 대해 눈 감고 넘어가거나 낮은 수위의 제재에 그쳐 국민적 비난을 받기도 했다. 새누리당 후보를 노골적으로 띄우는 얘기를 방송 중에 쏟아내도 ‘선방위’의 결정은 고작 ‘권고’였다.

대선 직전 두 달간 분석 결과에 의하면 복수의 후보를 다룬 보도에서 후보별 평균보도 시간은 박근혜 50초, 문재인 36초, 안철수 33초였다.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을 방송에 내보냈다는 이유로 KBS 제작책임자가 보직을 내놓아야만 했을 정도였다.

<지난 대선 '선방위' 활동 결과>

민주당이 ‘선방위’를 개선하겠다며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방심위(방송), 언론중재위(신문), 중앙선관위(인터넷)로 나눠져 있는 선거 공정성 심의제도를 하나로 통합해 15인 이내의 ‘공정언론심의위원회’를 구성하자는 게 골자다.

선방위 정치색 빼지 않으면 공정 선거보도 불가능

문제는 위원 위촉 방식. 정당, 법조계, 학계, 언론계 등이 추천하고 선관위가 위촉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 구조로는 ‘정치색’을 뺄 수 없다. 정치권을 배제하는 전향적인 방식을 채택하지 않는 한 선거방송 심의의 정치 편향성은 해소되기 어렵다.

이번 위원 위촉이 논란이 돼도 당사자인 방심위는 태연하다.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추천받아 위촉한 것”이라며 “법에 따른 절차”라고 강변한다. 설령 법과 절차적 문제는 없다 손치더라도 국민의 상식적 시각에서 보면 문제가 이만저만 아니다. 공정성을 외려 훼손시킬 우려가 높은 인물이 선거 심의를 하게 되는 것 아닌가.

선거 공정성. 입으로 외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선거방송 심의부터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면 6.4지방선거 또한 지난 대선 때와 같은 오명을 쓰게 될 것이다. 여당 편향 선거방송 심의, 이게 공정선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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