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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 지입사기: 당신이 사기를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

  • 입력 2016.08.24 10:01
  • 수정 2016.08.24 10:06
  • 기자명 정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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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3년간 ‘화물차 지입사기 조직’과 전쟁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66개 사기조직, 약 200여 곳의 사기업체, 253명의 사기조직 두목과 조직원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화물 운송사업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던 거대 사기조직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것은 화물연대가 태동하는 계기가 됐다.

2003년 화물연대가 파업을 선언하며 화물차 운행을 멈췄다. 일명 ‘물류 대란’이다. 당시 화물연대는 운송사업의 폐단으로 지적돼 온 ‘지입제 폐지’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로 인해 국가 물류체계는 마비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화물차 지입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2004년부터 일반 화물자동차의 개별등록제가 시행돼 ‘지입제’는 사실상 폐지됐다. 누구나 화물차를 갖고 운송 사업을 할 수 있게 법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물류업계와 화물운송사업의 특성상 개별 화물차주가 물량을 확보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개별 화물 차주들은 어쩔 수 없이 지입을 선택하고 있다. 화물차 지입사기가 없어지지 않는 이유다.

기획/연재 - 화물차 지입사기 사건의 전말

1편 - 한 번 걸리면 빠져나올 수 없다

2편 - 당신이 사기를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 - 공모자들

화물차 지입사기엔 공모자들이 있다

영화로 따지자면 알선업체와 분양업체가 주연이라면 운수업체, 자동차 영업사원, 캐피탈 직원 등은 조연이며, 물류센터와 특장업체는 소품으로 등장한다. 이것들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서민들을 등치는 거대 사기극이 완성되는 것이다. 물론 해당 업종 종사자 전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며 '일부'를 말하는 것이다.

전국에 있는 각종 생활정보지 업체들은 광고료를 받고 사기 조직에 지면을 내주고 있다.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돈’이 먼저였다.

생활정보지 업체들은 “돈을 내고 광고하는데 무슨 상관이냐” “그 많은 광고주들을 일일이 사기업체인지 아닌지 검증할 수가 없다”고 강변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지입사기조직이 생활정보지를 통해 구직자들이나 가난한 서민들의 주머니를 노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입사기 수법이 조금씩 진화되면서 물류센터가 이용된다. 물류센터 없이 지입차주를 모집하는 사기조직도 있지만, 피해자들을 속이기 위해 수 개 월 동안 물류센터를 임대한 후 물량이 있는 것처럼 속이는 수법이 동원된다. 물류센터를 보여주고 피해자들을 더욱 믿게 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장회사는 출고된 화물차에 탑을 제작하는데, 이것은 사기 기간을 연장해주는데 이용된다. 차량을 일찍 주면 기간이 단축기 때문에 특장회사와 분양업체가 공모한다. 짜고 고스톱을 치는 것이다.

사기조직의 연결고리를 자세하게 살펴보자

알선업체(모집/알선책)-전국 생활정보지에 모집 광고

: 알선업체는 사기분양업체와 공모하여 전국의 생활정보지에 지입차주를 모집하는 광고를 게재하고 구직자들을 유인한다. 생활정보지 광고를 본 구직자들이 처음 찾아가면 그럴듯하게 인테리어를 꾸민 사무실과 일하는 분위기를 연출(직원들이 바쁜 것처럼 전화기를 붙잡고 떠들거나, 외부에서 거래처 사람들이 찾아온 것처럼 위장)한다.

유명회사(CJ대한통운, 한진, 현대 등) 하청업체로 포장하고, 구직자들에게는 “일이 넘쳐 큰일이다” “돈만 주면 내일 당장 일을 할 수 있다”는 등의 온갖 거짓을 늘어놓는다. 이때 구직자들 대부분은 이곳이 알선업체가 아닌 일할 곳으로 착각하며, 문제가 없는 곳으로 믿게 된다. 모집이 끝나면 구직자가 같이 근무할 동료의 명단을 요구했을 때 명단을 감추거나 회피한다.

원청(분양업체-물류회사)으로 구직자를 안내해서 계약을 성사시킨다. 알선업체와 분양업체는 상호 발주계약서를 쓴다. 이것은 차후 고소나 고발 시 공모로 엮이지 않기 위한 방법이다. 알선업체는 수시로 상호와 대표를 바꾸고 차주 모집책이 잠적하고 건물 내에 이사 한 후 사라진 것처럼 위장한다.

구직자가 계약서 관계서류를 치밀하게 따졌을 때 엉뚱한 말을 하며 회피하면서 알선업체임을 시인한다(정상적인 회사는 본사, 지사에서 직접 구인을 함) 계약 파기하고 계약금 돌려달라 했을 때는 계약파기가 어렵다고 하며,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는다.

지입계약서는 사무실에서 작성하지 않고 계약자가 이의제기를 못하도록 꼭 우편으로 보내서 작성토록 한다. 당장 일한다고 해놓고 차일피일 미루고, 계약 후 연락이 없어 피해자가 전화 걸면 그때서야 이런저런 핑계를 댄다.

사기업체는 피해자 집에 전화를 걸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피 말리는 기다림 끝에 피해자가 전화를 걸게 되는데, 이때부터 오만가지 핑계를 댄다. 또한 사람을 모집한 회사에서 일 하는 줄 알았는데 엉뚱한 회사에 가서 일을 하라고 한다. 인감증명을 지나치게 많이 요구하고, 처음 만난 직원과 통화를 요구하면 퇴사, 외근중이라거나 휴대폰이 없어 연락이 안 된다고 한다.

때론 알선업체인 것을 시인하고 차주를 모집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때는 구직자가 넘치거나, 까다로운 피해자를 만났을 경우다 그러나 이때도 '알선업체'라는 말은 자제하며 ‘계열회사’라고 말한다. 실제 ‘알선업체’라며 책임을 떠넘기던 이들이 사기조직의 몸통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피해자가 고소한다고 했을 때 겁을 주며 협박하고, 고소를 했을 경우 잠적한다. 고소한 후 도망가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끝까지 억지를 쓰면서 피해자 중 마음 약한 사람을 선택해서 서로 이간질 시키거나 약간의 선심으로 고소를 취하하게 하는 등 농간을 부린다.

이들은 사기 친 자금으로 막대한 수임료를 들여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법의 허점을 최대한 이용해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또는 무혐의 처리되고 있다.

분양업체 / 상호 수시로 변경하고 모집책 잠적

: 분양업체는 몸통인 사기업체와 위장업체로 나눌 수 있다. 위장업체는 몸통인 사기업체의 사주를 받아서 분양을 하거나 또는 몸통인 사기업체가 직접 운영한다. 한 작품(사기시작과 종결)이 끝나면 수시로 상호를 바꾸고, 피해자가 처음 대면한 모집책이 알선 업체처럼 사라져 버린다.

알선업체를 통해 모집된 피해자들이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에 위장업체인 분양업체로 넘겨지게 된다. 이곳에서 피해자와 상담한 후 운송계약을 한다. 물량계약서, 물류센타, 전국 각 지역 배송처 등을 오픈하지 않고 계약금을 받는다. 계약 후에는 알선업체에서 설명한대로 “일이 넘친다”거나 “내일 당장 일한다”는 말은 온데 간데 없고, 차일피일 핑계를 대며 시간을 끈다.

그리고 피해자들의 의심이 극에 달할 때 쯤 피해자들을 상대했던 직원들이 감쪽같이 사라진 후 새로운 중간책이 나타난다. 이때는 “전 직원은 직원이 아니었다”며 그들이 한말은 책임질 수 없다는 등의 간교한 말로 피해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사기업체 사장은 상습적인 사기업자로서 관련업계에서는 사기의 달인으로 통한다. 또한 모체(사기조직 몸통) 사장답게 고급승용차를 타고 수없이 고소를 당해도 여유를 부린다. 실제로 구속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쉽게 법망을 피하는 수단을 발휘한다. 위장업체에게 투자한 후 이득을 챙기고 위장업체 사장이 곤혹을 치르고 있어도 몸통은 드러나지 않게 치밀하게 움직인다.

운수업체 / 지입료 챙길 목적으로 공모

: 차량의 행정 소유권을 갖는 회사로 차량의 번호판을 달아주고 지입료를 챙긴다. 이들은 알선업체-분양업체와 짜고 사기에 가담한다. 알선업체와 분양업체(사기업체, 위장업체) 등이 모두 사라져도 꿋꿋이 버티며 정상적인 회사를 강조한다.

오직 지입료만을 챙길 목적으로 피해자들이 피해를 보건 말건 신경 쓰지 않는 곳으로 사기업체와 공생한다. 이들은 사기업체와 분명 관계가 있으면서도 관계가 없다고 부인한다. 그들이 사기업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피해자들의 차량구입 시 부가세 등을 착복하여 이득을 챙긴다.

분양업체인 사기업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있으며, 실직적인 차주인 피해자를 무시하고 차량의 권리를 팔아 넘겨 부당이득을 취하기도 한다. 즉 피해자는 차주이면서도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는 아이러니다. 그저 운수회가가 장난치는 대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한심한 처지로 전락하는 것이다. 결국엔 자신의 차를 다시 구입해야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한다.

보통 운수업체들은 사무실 하나에 10곳 이상의 업체들이 함께 사용하고 있다. 사무실과 차고지를 각각 다르게 해서 피해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사무실 하나를 두고 10개 이상의 업체가 함께 사용한다. 다수의 운수업체가 그렇게 운영한다. 또 사무실과 차고지를 각각 다르게 해서 피해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자동차 영업사원 / 차량판매목적으로 피해 방관

: 국내 자동차메이커의 일부 판매, 대리점이나 영업소는 알선-분양-운수업체들과 연계하여 차량을 화물차를 판매하고 있다. 이들 자동차메이커의 영업사원들은 ‘지입 분양’이 사기인줄 알면서도 차량을 판매할 목적으로 피해자들의 피해를 방관하고 사기에 개입해왔다. 영업사원이 직접 운수업체를 차려놓고 사기에 가담한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해서 자동차 메이커들은 알선업체 등에서 받은 피해자의 서류 중 캐피탈 관련서류와 인감증명서 등을 인계받아 차량을 출고하고 캐피탈에서 차량대금을 받는다. 이때 영업소 등은 차량 출고 전에 반드시 차주에게 고지해서 확인 후에 차량을 출고해야 한다.

그러나 사기가 들통날 위험 때문에 고지 의무를 무시하는 게 다반사다. 피해자는 캐피탈로부터 차량 할부 출고 고지서를 통보받은 후에야 차량이 출고된 사실을 알게 된다.

캐피탈업체 직원 / 사기인줄 알면서도 ‘돈’ 때문에 묵인

: 자동차 캐피탈 회사들도 분양업체의 사기행각을 알면서도 이익 때문에 방관하거나 묵인하고 있다. 실제 한 캐피탈 업체는 사기업자와 피해자가 찾아가 제반서류를 제출하자 처음에는 담당직원이 규정에 미달된다면서 접수가 불가하다고 했다. 그러다 사기업자와 모종의 대화를 나눈 후 서류를 접수시킨 사례도 있다.

또한 피해자의 동의 없이 사기업자와 캐피탈 직원 간에 관계서류를 작성하고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보증인을 임의로 선발하여 유인승계토록 했다. 특히 캐피탈 직원은 피해자와 사기업자간의 합의를 종용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지 않으면 그냥 있지 않겠다”라는 협박을 일삼기도 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금전적, 심적 고통을 받고 가정파탄에까지 이르렀다. 그 후유증이 심각하다. 할부금액이 연체되면 법정소송 지불독촉을 하는데, 심지어는 법정소송에까지 시달려야 한다.

무지한 피해자들이 소송까지 갈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보증인까지 세워놓아 어쩔 수 없이 손해를 감수하고 할부금을 납부하는 실정이다. 캐피탈업체 직원은 피해자의 자동차 할부이자 중 약 10% 정도를 수당으로 챙긴다.

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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