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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을 열광시킨 그녀, 생리라는 터부를 부수다

  • 입력 2016.08.18 10:01
  • 수정 2016.08.18 10:05
  • 기자명 임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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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을 위해 힘을 아껴두었나요?”

“아니요, 이미 홍황의 힘(洪荒之力, 우주를 뒤바꾸어 놓을 정도로 강력한 태고의 힘, 한 무협 드라마에 나온 용어)까지 다했는걸요!”

“결승전 결과도 기대하나요?”

“전혀요! 이미 너무 만족스러워요!”

8월 7일, 리우 올림픽 여성 100m 배영 종목에서 유쾌한 표정으로 온 중국 대륙을, 나아가 전 세계를 열광시킨 후유안휘(푸 위안후위, Yuanhui FU). 중국의 히로인이 된 그녀가 또 한 번 인터뷰로 세계를 열광시켰다. 400m 혼계영 결승전 후, 중국, 그리고 수많은 나라의 터부를 부숴버린 것. 여기에서 중국은 4위에 그치며 메달을 목에 거는 데 아쉽게도 실패했다.

그녀는 배영 종목 때와는 달리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그건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정말로 통증 때문이었다.

“오늘은 그다지 잘 해내지 못한 것 같아요. 어제 생리가 오는 바람에요. 힘이 빠진 것 같은 기분이었거든요. 핑계로 삼아선 안 되겠죠. 어쨌든, 못한 건 못한 거니까요.”

이 인터뷰는 금세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다. 생리는 많은, 대다수의 젊은 여성들이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번꼴로 수일 이상 겪는 일이건만, 특히 운동 선수들에게는 특히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되었기 때문이다.

여성 운동선수들에게 생리란 부담일 수밖에 없다. 보통 사람들도 컨디션이 떨어지고 복통, 요통 등으로 몇 날 며칠을 고생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한순간 육체를 한계까지 몰아가야 하는 운동 선수들에게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자연히 생리는 언급하는 일조차 금기시되었다고.

사람들은 스포츠가 순수한 경쟁이라고 믿고, 또 그리되기를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거기엔 어두운 일면들이 너무도 많다. 내부적으로는 도핑, 승부 조작, 위계적인 선후배 관계, 무의미한 인습과 터부에서부터, 외부적으로는 독재의 도구로 이용되거나 부패를 키우는 온실에 이르기까지.

한번은 주위를 환히 비출 정도로 유쾌한 모습으로, 또 한 번은 터부를 부수어버리는 고통스럽지만 담대한 모습으로, 후유안휘 선수는 그런 어두운 일면들을 향해 해머를 휘둘렀다. 분위기는 정반대였지만, 근본은 하나다. 멋진 선수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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