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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연수가 정말 그렇게 큰 잘못을 한 걸까?

  • 입력 2016.08.02 14:07
  • 기자명 버락킴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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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하연수의 이름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연예인이 화제가 되는 건 흔한 일이니까. MBC <마리텔>에 또 출연하기로 했나? 다른 예능에 나오나? 드라마에 캐스팅됐나?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기사들을 살펴보니 'SNS 논란', '인성 논란' 등이 하연수라는 이름 옆에 찰싹 붙어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실언이라도 한 걸까? 인성까지 언급될 정도라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한 걸까.

1.

누리꾼 실례지만 사진 가운데 작품이 뭔지 알고픈데 방법 없나요?

하연수 방법은 당연히 도록을 구매하시거나 구글링인데, 구글링하실 용의가 없어 보여서 답변 드립니다. selbstportat 1914년 작품입니다.

(2016년 7월 15일)

2.

하연수 하프의 대중화를 위해 공연도 더 많이 챙겨 보고 하프 연주도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

누리꾼 대중화를 하기에는 가격의 압박이 너무

하연수 인류 최초의 악기인 리라에서 기원한 하프는 전공자분들이 다루시는 그랜드 하프와 초보자들도 쉽게 다룰 수 있는 켈틱 하프, 이렇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요. 수천만 원대의 그랜드 하프와는 달리 켈틱 하프는 50만 원 이하부터 수백만 원대까지 가격대의 폭이 매우 넓습니다. 잘 모르시면 센스 있게 검색을 해보신 후 댓글을 써주시는 게 다른 분들에게도 혼선을 주지 않고 이 게시물에 도움을 주시는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2016년 6월 2일)

여러 번 읽어봤지만, 도대체 하연수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 없었다. 물론, 어떤 문장들이 소위 팬이라는 사람들을 언짢게 했을지 추측은 됐다. 불쾌함을 느꼈던 사람들은 하연수의 말이 사족이라 여겼다. "방법은 당연히 도록을 구매하시거나 구글링인데, 구글링하실 용의가 없어 보이셔서 답변 드립니다"라는 말이 조롱처럼 들렸던 모양이다. 또, "잘 모르시면 센스 있게 검색을 해보신 후 댓글을 써주시는 게 다른 분들에게도 혼선을 주지 않고 이 게시물에 도움을 주시는 방법이라 생각됩니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그건 (수용하는 입장에서 바라볼 때) 태도의 문제였을 것이다. 알려줄 거면 그냥 대답만 해주면 될 일이지, '네가 좀 찾아봐라'는 식으로 비아냥거릴 게 뭐란 말인가. 이건 팬을 무시하는 태도 아닌가? 논란이 불거지자 하연수는 즉각 사과했다. "배우로서 모든 발언에 책임감을 갖고 신중한 모습을 보여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저의 미성숙한 발언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사태의 악화를 막기 위해 하연수의 사과는 불가피했지만, 과연 그 사과는 정당한 것이었을까?

이 논란에는 사실이 없다. 하연수의 발언을 수용한 사람들의 반응만 존재할 뿐이다. 그 반응은 하연수가 제어할 수 있는 범위의 것이 아니다. 하연수가 실제로 조롱과 비아냥을 표현했던 것인지 알 수 있는 건 하연수 본인뿐이다. (설령 그렇다고 한들, 그것이 뭐가 그리 대수인가?)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인다면, 필자는 그런 뉘앙스를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이건 또 다른 반응일 뿐이다. 과연 하연수에게 불특정 다수 사람의 반응을 일일이 신경 쓰라고, 주의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일까? 연예인이니까? SNS를 하니까? 아무래도 부당하다, 그건.

여기에 '인류 최초의 악기'가 하연수의 설명처럼 '리라'가 아니라 '플룻'이라는 또 다른 누리꾼의 지적이 더해지면서 논란의 모양새가 더욱 나빠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하연수가 썼던 "잘 모르시면 센스 있게 검색을 해보신 후"라는 말을 부메랑처럼 사용했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조롱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런데 어차피 우리는 불완전한 지식의 파편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다면, 수정하면 될 일이다. 또 다른 누리꾼의 지적에 하연수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하연수가 틀렸다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모르면 찾아보면 될 일이고, 틀렸으면 수정하면 될 일이다.

2015년 6월 1일 하연수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달린 댓글과 그에 대해 똑 부러진 댓글을 달았던 하연수

그냥 가볍게 받아들이면 어떨까? 어차피 연예인과 팬의 입장에서 소통을 위한 공간이 아닌가. 그런데 애초에 그 빛 좋은 개살구인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이 글자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하연수의 언어 속에 빈정이나 조롱이 숨어 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그건 하연수만 알 수 있다. 문자나 카톡을 주고받을 때, 이모티콘 없이 글자만 보낸다면 분명 무뚝뚝하다고 여기거나 '화났어?'라는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그건 글자로 나열되는 언어에 표정이 없기 때문이다. 아주 구체적으로 표현해주지 않는다면, 그러니까 시나리오처럼 괄호를 써가며 상황을 설명하지 않으면 오해를 사기 쉽다.

SNS 또한 글자로 하는 것이기에 당연히 오해가 생긴다. 짐작하자면 하연수는 똑 부러지는 성격으로 보인다. '진지충'이라는 별명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 그가 달았던 댓글을 참조하길 바란다.) 그는 궁금증이 생겼을 때, 다짜고짜 질문부터 하기보다 자신만의 답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노력하는 스타일일 것이다. 그런 성향이 댓글에서 드러났던 것이지, 상대방을 무시할 생각이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내 생각이다. 만약 음성지원이 가능했다면 오해는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역시 수용자의 태도가 더 문제다. 그래도 반론은 남을 것이다. 역시 사족이 아니었냐고. 그냥 대답만 해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퍼거슨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트위터는 시간 낭비(It's a waste a time)다." 트위터를 지칭하긴 했지만, 그건 반드시 트위터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모든 SNS를 의미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저 유명한 진중권마저도 "SNS에선 섬세한 논의는 쉽게 생략된다. 사람들의 동의가 판단 기준이다. 거기서 일종의 '해석의 폭력'이 발생한다. 그게 파시즘이다"라며 "트윗질도 접으려 한다. 하던 일도 최소한으로 정리하고,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고 싶다"며 SNS 절필을 선언했다.

하연수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가 SNS를 시작한 것일지 모른다. 트위터(SNS)는 시간 낭비라는 퍼거슨 감독의 조언을 몰랐거나 알면서도 무시했던 잘못 말이다. 진중권도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SNS의 '해석의 폭력'을 간과했거나. 그것 말고 그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어쭙잖게 소통을 꿈꿨던, 허망한 꿈을 탓해야 할까. 애초에 그런 것은 없다고, 이 적나라한 현실을 이제는 알겠냐고, 하연수는 깨달았을까. 이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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