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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묻은 휴대폰'의 진실이 세계로 퍼지는 순간, 삼성은 끝이다"

  • 입력 2016.08.02 12:29
  • 수정 2016.08.02 17:03
  • 기자명 미디어뻐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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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오슬로대 한국학 교수가 삼성본관 앞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노숙 농성장을 찾아 활동가들과 짧은 대담을 나눴다.

"삼성은 전체주의 국가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말로 입을 연 그는, 30여분 동안 삼성을 비롯한 재벌 기업들의 기형적인 구조와 열악한 한국 노동인권의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반올림'을 모니터링하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내 말도 반드시 들었으면 한다"는 그의 바람을 담아 대담 장면을 영상으로 제작했다.

그의 주요 발언 중 일부를 정리해 아래 글로 옮긴다.

Q. 삼성전자 직원들이 분명히 이 대담도 모니터링할텐데.

A. 하라지 뭐(웃음) 하지만 삼성이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지금은 어느정도 문명화된 사회고, 삼성 휴대폰 사는 사람들 중에 제조업 노동자나 그 가족들이 상당수 있다는 거다. 그분들이 이 '피묻은 휴대폰'을 알고도 살 마음이 들겠나. 그걸 왜 쓰겠나. 그 휴대폰에 노동자의 피가 묻어 있다는 사실을 다 알고도 반드시 삼성 휴대폰을 써야겠다고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연대적 존재다. 이런 노동자 건강 문제가 지속되면, 결국은 다들 삼성 제품을 멀리하게 될 거다.

Q. 하긴. 대체 제품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A. 그렇다. 노동자의 죽음을 피해 노동자들의 요구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강압적인 제국주의 일본이 패망했듯 삼성도 결국 망하게 될 거다.

삼성전자의 1년 마케팅 예산이 15조원이다. 그 돈이면 모든 직업병 문제를 다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피 묻은 휴대폰'의 진실이 전 세계에 제대로 알려지는 순간 이 홍보 비용은 전부 휴지조각이 된다. 그것도 알아야 한다. 외국 신문이니 방송국에 돈을 갖다주는 것보다는 그 비용을 쪼개 차라리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확실히 챙기는 것이 더 큰 홍보가 될 거다.

Q. 삼성의 세습경영과 외국의 가족기업은 무엇이 다른가?

A. 첫째로, 삼성은 경영과 소유가 분리되어 있지 않다. 다음으로는 순환출자로 모든 계열사를 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의 가족기업과 다르다.

문제는 이런 지배구조는 비법, 편법, 불법이 아니면 유지될 수 없다는 거다. 그렇게 법조차 무시되는 구조 안에서는 근대 시민사회의 기본 원칙인 만민 평등주의 시민사회의 상식이나 원칙 같은 것들이 통하지 않는다. 이번 이부진-임우재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렇다. 보스가 '너희 결혼해라'하니까 결혼하고. 이건 조선시대의 토호나 유생 집안의 풍토 같은 거지, 도대체 근대사회에서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일신의 자유가 없다는 게.

이 문제는 사실 일제시대부터 잘못되어 왔는데, 일제가 한국의 봉건적 유생이나 토호 집단을 그대로 살린 다음 그 사람들을 근대 기업인이 되도록 유도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봉건적인 유습이 기업에 그대로 적용되는 걸 방치해 왔다. 일제강점기의 파쇼적 사회에서는 삼성 같은 무노조 기업이 오히려 정상적으 로 여겨졌던 것처럼. 그러니 이런 문제도 일제의 식민지배가 심은 유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한국 사회는 기본적으로 노동자를 머슴, 하인, 몸종 같은 존재로 인식한다. 여성노동자의 경우는 그게 더 심하다. 그냥 쓰고 버리면 되는 존재로 생각하는 거지.

Q. '반올림' 운동의 의미가 뭐라고 생각하나?

A. 이런 연대 운동은 긍정적 의미가 있다. 한국 노조 운동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기업별 노조가 기초라는 거다.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적으로 기업별 노조를 노조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하다. 대부분 직군 전체의 연합 노조가 먼저고, 기업별 노조는 어용노조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그 이유는 기업별 노조의 경우 어쩔수 없이 노조 간부들과 기업간의 이해관계가 생기기 때문에 협상 등에서 회사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고, 비정규직 노동자 등은 제대로 받아주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다 알 거다. 삼성처럼 회사가 노조결성을 금지할 경우는 활동이 전무해지기도 하고...

지금 상태에서는 삼성에 노조가 생기더라도 기업별 노조, 그리고 남성 숙련공 위주의 노조로 조직되어 직업병에 노출된 여성노동자의 문제나 협력, 파견업체 등의 문제는 간과될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지금 한국 노동 운동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별 노조 조직 방식도 문제가 많고, 그렇다고 노조들이 조금이라도 급진적으로 움직이면 국가가 바로 잘라버린다. 이번에 민주노총에서 최초로 직선을 통해 한상균 위원장 뽑지 않았나. 이 위원장을 바로 감옥으로 보냈다. 그러니까, 한국은 아직 최악의 노동 탄압국이다.

세계노동권리지수 ⓒITUC

세계노동기구에서 '세계노동권리지수'를 만들어 모든 국가를 5개 등급으로 나누었는데, 그 중 한국은 5등급, 최악이다. 이처럼 노동자가 조직하는 노동운동이 여러가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민운동이 그 빈 곳을 보충하고 노동운동이 미처 다루지 못하는 부분을 다루며 연대해야 한다. 반올림도 그래서 민주노총 등과 앞으로 많은 연대와 협력이 필요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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