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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귀신보다 시체가 더 무섭다."

  • 입력 2016.08.01 17:44
  • 수정 2016.08.01 18:32
  • 기자명 직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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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가장 핫한 팟캐스트를 소개합니다.

직썰-팟빵 공동기획 [이거 들어봤니?] ‘프로파일러 배상훈의 CRIME’ 편

국내 1호 프로파일러로 활동한 배상훈 교수(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학과장)

유니콘처럼 신비해 보이는 프로파일러의 세계. 만약 당신이 셜록 홈스, 명탐정 코난을 떠올렸다면 고이 접어두시라. 여기 산전수전 다 겪은 국내 1호 프로파일러의 실체가 있다. <프로파일러 배상훈의 ‘CRIME’>의 진행자 배상훈 교수! 그가 여러분을 프로파일러의 세계로 초대한다.

인터뷰: 서종원, 유정아

고독한 조선의 셜록 홈스!?

프로파일러가 하는 일이 참 많다. 범죄자 행동 분석도 하고, 범죄 수사를 하고, 경찰 상담까지 한다. 다른 건 그렇다 치고 대체 상담은 왜 하나.

배상훈 교수(이하 배상훈) 원래 상담은 전문 기관에 맡겨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상담 기록이 그 기관에 남으니까 경찰 윗선에서 이를 막았다. 그래서 프로파일러들이 경찰 상담을 하게 됐다. 네고시에이터 역할도 한다.

네고시에이터는 뭔가?

배상훈 인질 협상이나 자살하려는 사람을 설득하는 거다.

하는 일이 너무 많은데?

배상훈 그냥 막 써먹는 거다(…)

프로파일러는 사람들의 행동을 매의 눈으로 분석하던데, 일상생활 가능한가?

배상훈 그래서 프로파일러들이 연애를 못 한다.

ㅋㅋㅋㅋㅋ 왜죠?

배상훈 ㅋㅋㅋㅋㅋㅋㅋ 사람을 못 믿어서 그렇다.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는 게 보이기 때문이다. 직업병 같은 거다.

그럼 친구는?

배상훈 사실상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긴 어렵다. 그래도 내겐 학생들은 있다(!)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까(…)

아아, 고독한 조선의 셜록 홈스(…)

경찰청 프로파일러 1기 출신이다. 처음에는 이런 직군이 없었는데 어떻게 시작했나?

배상훈 프로파일링에 대한 연구는 2000년부터 시작됐다. 경찰청 직원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직원 몇 명이 모여 알게 모르게 프로파일링 연구해왔다. 당시엔 미제 사건을 해결해보자고 공부 모임처럼 시작하게 된 건데, 그렇다고 그분들이 프로파일러가 되려던 건 아니었다. 그때 마침 표창원 교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가 영국에서 경찰학 박사 1호로 입국하면서 프로파일러 출범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표 교수가 “프로파일러,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라고 했던 건 아닌데 당시 한 언론사가 셜록 홈스를 좋아했는지 그렇게 포장을 했고, 결국 그렇게 됐다. 경찰권 내에서도 FBI같은 범죄수사기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2003년에 처음으로 프로파일러를 모집했다. 30~40명을 뽑았는데, 내가 그중 한 명이다. 얘기가 좀 긴가?

프로파일러다운 예리함에 무릎을 탁! 급하게 생긴 만큼 삽질 좀 하셨을 거 같다. 그때는 프로파일러가 뭔지 모르지 않았나?

배상훈 처음엔 개고생 좀 했다. 우리가 뽑혀서 들어갔을 땐 시스템은커녕 교육 체계도 따로 없었다. 그래서 동기끼리 서로 멀뚱히 있다가 소주 마시고 그랬다.

FBI처럼 하기로 했던 거 아닌가?

배상훈 본격적으로 하자니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 미국 FBI 시스템이 돈이 한두 푼 드는 게 아니라서. 하겠다고 했는데 돈을 안 주니까 “니들이 알아서 해!”가 된 거다. 그래서 그때부터 외국 논문, FBI 교안 같은 거 읽으면서 2년간 준비했다.

ㅎㅎㅎ;;;

배상훈 특히, 2005~2006년에는 진짜 갑갑했다. ‘유영철 연쇄살인사건’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을 때다. 위에서는 범인 잡아 오라고 생난리 치는데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게다가 2007년에는 ‘강호순 연쇄살인사건’까지 터졌다. 위에선 계속 왜 못 잡느냐 타박하는데, 솔직히 “니네들이 한번 잡아 봐라!” 하는 심정이었다. 그때 형사들이랑 멱살잡이도 하고 많이 싸웠다.

그럼 본격적으로 활동한 시기는 언제인가.

배상훈 2007년도 즈음이다. 2005년부터 딱 1년 반쯤 고생하고 나니까 동기들 눈에 독기가 생기더라. 그리고 ‘뭘’ 좀 알게 됐다. 그게 뭐냐면 실제로 연쇄살인범들을 대면해보니까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거다. 감이 생긴 거다.

극한 직업! 프로파일러의 세계

따지고 보면 정식 프로파일러 교육을 받지 않은 셈이다. 그 상태에서 연쇄살인범을 상대하기 쉽지 않을 거 같은데?

배상훈 사실 하면 안 되는 일이었다. 당시 미국 프로파일러들이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다. 우리가 고생한 얘기해주니까 너무 놀라더라. 어떻게 기본적인 훈련도 안 받고 연쇄살인범을 상대했냐며. 결과적으로 그 말이 맞았다. 심리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 당시 같이 일했던 박사 한 분이 죽었고, 두 명은 정신적으로 상당한 고충을 느꼈다.

(…) 어떤 게 가장 힘들었나?

배상훈 연쇄살인범을 심문하려면 일단 그 사람 머릿속에 들어가야 한다. 근데 몰입하기 시작하면 거기서 헤어 나오기 쉽지 않다. 그걸 못하니까 많이들 고생한다. 치료를 받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트라우마도 생겼다.

현재 범죄심리학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은 관리해 줄 프로그램은 갖춰진 상태인가?

배상훈 없다. 보라매병원에 경찰 트라우마 센터가 있긴 하지만, 일선 형사들을 대상으로 심리 치료를 돕는 곳이다. 하지만 프로파일러들에게 그 정도의 치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배상훈 (…)

시체를 처음 봤을 때는 어땠나.

배상훈 프로파일러들은 일 시작할 때부터 하루 시체를 여섯, 일곱 구씩 보니까 어느 정도 적응된다. 근데처음 시체 봤을 땐 그 잔상이 두 달 정도 안 가시더라. 어떤 사람은 시각적인 것에 잔상이 많이 남고, 또 다른 경우는 냄새에 잔상이 남는다. 나는 냄새가 그랬다. 시체 냄새 한 번 맡으면 피부에 들러 붙는 느낌이다. 씻어도 안 가신다. 냄새가 진짜 고약하다.

겁 많은 사람도 있을 텐데(…)

배상훈 같이 수사하던 형사 중 시체공포증 있던 사람이 있었다. 시체를 보면 막 떤다. 심지어 강력계 형사였다. 그런 경우를 두어 번 봤다. 경찰인데 사건 현장에 못 들어간다. “뭐해요? 안 들어가고?”라 물어보며 얼굴을 보니까 눈이 완전 맛이 갔더라.

딴소린데, 혹시 시체에서 소리 나는 거 알아?

어떤… 소리…죠?

배상훈 시체 안에 부패 가스가 생겨 소리가 난다. 심지어 팔도 움직인다. 일종의 화학 반응이다. 그럴 땐 깜짝깜짝 놀란다. 난 귀신보다 시체가 더 무섭다.

하나도 무섭다 ㅎㅎㅎ;;;

종편 때문에 화딱지 나 시작한 팟캐스트

팟캐스트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배상훈 방송을 시작한 이유는 프로파일링을 알리기 위해서는 아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종편 방송에 참여하게 되면서다. 방송에서 속칭 전문가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출연자들이 정말 X 같은 소리만 하는 거다. 이렇게 되면 안 되겠다 생각했다. 어떤 사건에 대해 본질적인 내용을 말해주는 게 있어야겠다 싶더라. 그래서 종편 채널에 출연해서 한 얘기를 쭉 뽑아다가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이런 류의 소리… 랄까?

주로 누가 듣나?

배상훈 공중파 뉴스, 인터넷 방송에서 듣지 못하는 얘기를 들으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60% 정도 된다. 방송작가, PD, 영화 관계자들도 20% 정도. 주로 아이디어 찾으려고 찾아 듣고 필요할 땐 자문도 구한다. 문제는 나머지 20%다. 소위 범죄에 미친놈들도 방송을 듣더라. 특정 범죄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얘기하다 보니 그런 거 같다.

범죄에 미친놈은 어떻게 대처하나(…)

배상훈 그런 사람들은 정말 적극적이어서 댓글도 달고 메일도 보낸다. 그럴 땐 그냥 바로 무시(...)

드라마 <시그널>도 교수님 덕을 봤다고 하는데.

배상훈 <시그널> 메인작가 김은희 씨는 콘텐츠진흥원에서 프로 작가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만났다. 이런 얘기는 어디서 듣기 힘드니까. 하하.

배상훈 교수님의 공으로 태어난(?) TVN 드라마 <시그널>

팟캐스트에서 영화 얘기도 많이 한다. 범죄수사물 중 완성도 높은 작품을 추천해준다면?

배상훈 역시 <살인의 추억>. 봉준호 감독이 굉장히 오랫동안 준비했다고 들었다. 배우 주상욱 나오는 <특수사건 전담반 TEN>도 괜찮다. <신의 퀴즈 시즌2>에서 프로파일링 내용이 나오는데 작가가 정말 제대로 공부한 거 같더라.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는 많이 어설프다. 유영철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데, 상상을 보태서 만든 거 같다.

그래서 <추적자>는 쓰레기다?

배상훈 그런 건 아니고;; 픽션인 거지. 픽션도 논리적인 맥락과 연결되는 게 있고, ‘에~’ 하는 게 있다. <추격자>는 후자로 보면 된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은 범인을 잡는 것보단 왜 화성 연쇄살인이 연쇄살인이 아닌지 보여준다. 사실 프로파일러들도 화성 연쇄살인은 연쇄살인의 범주에 안 들어간다고 본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왜 연쇄살인 사건이 아닌가?

배상훈 연쇄살인 사건의 경우 일정한 범행 패턴이 있다. 근데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그 패턴을 인의적으로 맞췄다. 나는 범인을 최소 세네 명까지 본다.

그러니까 개별 사건이다?

배상훈 화성 살인사건으로 총 10명의 여성이 살해됐다. 각 피해자를 하나의 사건으로 봤을 때, 1~6 사건까지 한 범인, 7~9 사건까지 한 범인, 10번도 다른 한 범인,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이 제일 많다. 내가 봤을 때는 1~6번도 동일 인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일종의 연쇄 모방범죄란 말인가?

배상훈 맞다. 여러 사건이 섞여 버린 상태에서 각 사건을 수사하다 보니 마치 범인이 한 명인 것처럼 보인 거다. 굉장히 잘못된 프로파일링이다. 근데 TV에서 그걸 연쇄살인이라고 말해버리니까 다들 그렇게만 알고 있다. 나중에 엎으려고 해도 공소시효가 지나 버린 지라, 그냥 망한 거다.

팟캐스트 방송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배상훈 조성호 살인사건이랑 이태원 살인사건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조성호 살인사건 같은 경우는 처음에 봤을 때 동성애 관련 사건이란 걸 눈치챘다. 근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이게 동성애 관련된 사건이라고 얘기할 때 혹시나 내가 동성애를 혐오하는 것처럼 비칠까 봐.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도 청취자 반응이 좋았다.

이태원 살인사건은 우선 ‘SOFA(한미행정협정)' 문제를 얘기해야 한다. 소파 문제 얘기하지 않고선 이 문제에 접근할 수 없다. 소파 문제랑 검찰의 기소독점권 이 두 가지가 핵심이다. 어느 방송사나 그런 얘기는 전혀 안 했지 않나. 소파 문제는 반미 문제가 있고, 검찰 기소독점권은 검찰하고 싸워야 하니까. 그런 걸 얘기했다는 거, 그게 내 역할인 거 같다. 보람도 있고, 반응도 좋았다.

자세한 내용은 팟캐스트에서 확인하는 센스!

정신병 환자는 격리보다 관리가 필요합니다.

최근 사이코패스 범죄가 이슈가 됐다. 사이코패스 범죄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고 하던데.

배상훈 나는 사이코패스 범죄에서 ‘트라우마’랑 ‘트리거’ 두 가지를 찾는다. 트라우마는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한 이유다. 트리거는 갑작스럽게 폭발한, 확 변한 방아쇠다. 그들의 행동을 통해서 이 둘을 찾는 거다. 물어보면 대답을 안 하거나 거짓말을 한다. 근데 어느 정도 대화를 하다 보면 이 친구가 무슨 두려움을 가졌는지, 이 친구를 어떻게 자극하면 폭발하는지 알 수 있다.

사이코패스라고 해서 모두 범죄자가 되는 건 아니지 않나?

배상훈 당연하다. 사이코패스 중에 범죄자가 될 확률은 5%도 안 된다.

근데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강신명 경찰청장이 정신 질환을 가진 환자를 격리한다고 말했다.

배상훈 그건 그냥 미친 소리고(…)

강신명 경찰청장: (…)

ㅎㅎㅎ;;;

배상훈 그건 정신질환에 대해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정신과 의사에게 물어보면 조현병을 가진 사람 중 범죄자가 될 가능성은 1%도 안 된다고 한다. 일반인 범죄율보다 가능성이 작다. 근데 그건 있다. 그 사람들이 일으키는 범죄가 좀 죄질이 나쁘다. 하지만 범죄에는 전조 증상이 있다. 즉, 막을 수 있다는 말이다.

어떤 전조 증상?

배상훈 ‘강남역 살인사건’의 범인 같은 경우도 조현병 약을 안 먹은 지 꽤 됐다. 약만 잘 먹었어도 그런 비극적인 일은 없었을 거다. 그러니까 피해망상이 계속 생긴 이유는 약 때문으로 본다. 그 상태에서 외부 자극을 계속 받고, 그 주기가 길어지니까 사건이 발생한 거다. 중요한 건 그들을 격리하기보단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그럼 왜 관리 시스템을 만들지 못할까?

배상훈 간단하다. 돈이 많이 드니까. 정부도 말하기 쪽팔리니까 그 얘긴 안 하고 눈에 보이는 미친놈들만 잡아 넣는 거다. 얼마나 덧없는 얘긴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교수님, 욕 좀 자제해주세요. ㅠㅠ

괜찮아요. ㅎㅎㅎ 딴 방송도 다 그렇게 하드만. ㅎㅎㅎ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배상훈 기회가 되면 프로파일링 커리큘럼을 만들어 보고 싶다. 7-8주 코스로 이 방송 들으면 대학 강의 하나 들은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프로파일링에 대한 교재나 책이 없다. 그래서 그걸 해보고 싶다.

님들 좀만 참아여!

마지막으로 <직썰> 독자와 팟캐스트 청취자에게 한마디한다면.

배상훈 그냥 필요하면 들으시라.

그렇게 말하니까 더 듣고 싶은데…?

배상훈 그런가? 처음엔 그랬는데 이제는 청취자들도 내 말이 진짜인 걸 안다. ㅋㅋㅋ 방송 별로 편차가 많다. 어떤 건 다운로드가 4천인 것도 있고, 어떤 건 2만도 넘는다. 내가 방송 줄거리를 볼 수 있게 다 써놓는다. 보통 한 줄들 쓰시던데 나는 네 줄 정도로 자세하게 써놓았으니 골라 보시라.

<프로파일러 배상훈의 ‘CRIME’>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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