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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짬뽕의 성공: 프리미엄라면 시대가 열린 거라고?

  • 입력 2016.07.07 10:51
  • 기자명 김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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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출시된 진짬뽕이 라면계의 최대 베스트셀러인 신라면을 누르고 판매량 1위로 올라섰다.

[국민 제품의 배신] 서민음식은 옛말…라면, 거센 프리미엄 바람

아시아경제, 2016. 5. 2.

이걸 가지고 언론에선 일반 라면의 2배 가격에 달하는 프리미엄라면이 판매량 1위를 거둔다며 저렇게 '국민 제품의 배신'이라는 타이틀을 붙여놓고 있다. 더 나아가 불황에서 비싼 라면이 팔리는 것을 보고 프리미엄 라면시장의 시대가 열렸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진짬뽕의 성공을 라면시장으로 한정해 놓고 보는 것은 그 성공의 반의 반절도 이해 못하는 셈이다.

진짬뽕, 그리고 짜왕은 모두 한국식 중화요리에 근간을 둔 라면이다. 전자는 짬뽕이고 후자는 짜장면이다. 한때 국민 외식으로 불리며 지난 정부에선 물가 관리하겠답시고 가격 변동에 대한 보고까지 받았던 외식의 대표격이다.

사실 짜장면이나 짬뽕이나 비싼 외식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집에서 흔하게 배달해먹는 음식이지만 한 그릇당 가격이 4-5천원 선에 불과하다. 다른 곳에서 다른 것을 먹을 때 저렴하다고 하는 한국식 백반도 서울지역에선 이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자랑한다. 그런 것을 감안하면 짜장면과 짬뽕의 외식으로서의 최대 강점은 바로 저렴한 가격에 있다.

그러면 이렇게 흔하게 널린 짜장면과 짬뽕이지만 그 퀄리티가 좋다고 말할 수준인가? 모두가 알다시피 대부분의 배달 짜장면과 짬뽕은 음식으로 보자면 아주 처참한 수준이다. 짜장이건 짬뽕이건 불에 볶은 맛도 없고 오래 끓여서 야채는 섬유질의 흔적만 남아있고 맛이야 MSG로 대표되는 굉장히 자극적인 맛이다. 정말 짜장면이나 짬뽕을 맛있게 하는 집은 극히 드물다.

실제 짜장면은 이미지와 많이 다르다... 민중의소리

그런 와중에 진짬뽕과 짜왕같은 대량생산제품이 등장한 것이다. 대량생산 제품은 그 근간을 오리지널에 두고 조리법과 생산을 대량생산에 맞게 체계화하면서 오리지널을 흉내낸다. 그런 의미에서 대량생산 식품은 '모사 식품'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자, 그런데 기술의 발전으로 이 대량생산된 라면들이 오리지널을 떠올리게 하는 수준으로 맛이 향상이 되었다. 심지어는 실제로 불에 태우지는 않지만 불 맛이 나게 하는 오일을 넣어서 배달 음식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보다 높은 경험을 체감하게 해준다. 그것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사람들이 대량생산 제품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맛은 비슷하게 흉내를 내면서 일반적인 수준의 오리지널이 내지 못했던 경험까지 제공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게다가 4-5개 들이 멀티팩 1개의 가격이 오리지널 짬뽕과 짜장면 1그릇 가격에 준한다. 어차피 둘 다 MSG가 엄청 들어가는 것은 마찬가지고 맛이 똑같진 않아도 어느 정도 비슷한 느낌은 내는데 가격은 오리지널의 1/4 가격이라면 무엇을 선택할지는 명백한 사실아닌가? 특히나 배달 외식 메뉴로서의 짜장면과 짬뽕이 가진 강점이 가격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우위를 대량생산식품에 확실하게 탈취당한 셈이다.

즉, 짜왕과 진짬뽕의 성공은 이것이 프리미엄 라면이라서가 아니라 오리지널의 퀄리티가 워낙 낮은 수준이던 것을 기술력으로 그 간극을 매워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보았기에 가능했던 거라 볼 수 있다. 불황에도 비싼 게 팔렸다고 놀라워 할 것이 아니라 불황이라 원래부터도 별 대단할 것이 없었던 것을 더 저렴한 것으로 대체한 것이라 보는 것이 맞다.

어떤 의미에선 이건 자영업자들에겐 재앙이나 다름없다. 기술의 발전으로 오리지널에 점점 가깝게 흉내낸다면 이것에 따라잡히지 않기 위해선 스스로 퀄리티 향상에 신경을 쏟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자영업자들 중에서 상당수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외식업자들 중에서 이것이 진정 가능한 곳은 얼마나 될까?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이게 가능하려면 일단 생계형 자영업이 되어선 곤란하고 본인의 여유시간이 따로 있어서 그 시간을 레시피 연구에 들여야 하는데 당장 대부분은 쉬는 날도 없이 가게문을 열어놓고 있지 않은가? 이 상태로는 발전 없이 답습만 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가격을 최대한 낮추거나.

기존의 자영업자들은 다른 자영업자들과 경쟁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그런데 이젠 대량생산품도 새로운 경쟁자로 떠올랐다. 가격 경쟁력으론 대량생산품을 이길 수 없다. 절대 무리다. 애당초 대량생산 자체가 가격경쟁력을 위한 것이니 말이다. 스스로의 아이템이 현재 어느 위치에 있으며 어느 정도 모사가 가능한가를 파악하고 대량생산품이 할 수 없는 영역에서의 강점을 발견하고 찾아내야 한다. 작년의 진짬뽕 열풍이 보여주고 시사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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