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사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국민의당

창당 4개월, 총선 승리 후 2개월만에 국민의당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았습니다. 사퇴의 발단은 ‘김수민 의원 리베이트 의혹’ 사건입니다. 안철수 대표는 “정치는 책임지는 것입니다”라며 “이번 일에 관한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모든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안 대표의 사퇴 이유는 새정치, 대권을 위한 행보?언론사들은 안철수 대표의 사퇴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안 대표가 계속 주장해왔던 ‘새정치에 대한 책임’을 위해서고, 두 번째는 ‘대권을 위한 행보’ 때문이랍니다.

각 언론사가 쏟아낸 기사의 제목만 봐도 이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근데 의문이 생깁니다. 기자들의 말처럼 안 대표의 사퇴 이유가 정말 새정치에 대한 책임론과 대권 행보 외에는 없었을까요? 그가 가고 있는 길이 자꾸 엇갈렸던 원인은 무엇일까요?


잘못된 데이터를 믿고 나가는 강박증

안철수 대표는 지금껏 정치적으로 여섯 번 철수했습니다. 첫 번째 철수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한 일입니다. 당시 안철수의 불출마에 대해 윤여준 전 장관은 시사인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은 생각을 밝힌 바가 있습니다.

안철수 대표는 2012년 대선 후보로 출마했다가 도중 사퇴한 바 있습니다. 당시 안철수 캠프 상황실장이었던 금태섭 변호사는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라는 책에서 “안철수 후보의 핵심 자문이었던 박 원장이 캠프에 참여하지 않고 안 후보를 돕는 모임을 만드는 작업까지만 하고 빠지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비선 역할을 하며 캠프에 관여했다”고 밝혔습니다.
안철수 대표가 했던 ‘철수 정치’를 보면 잘못된 데이터를 그대로 밀고 가는 강박적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잘못된 데이터는 주위 사람의 조언인데, 그 이야기들이 꼭 정답은 아니었던 겁니다. 그러나 안 대표는 이를 정답처럼 알고 소처럼 밀고 나갔습니다.
필자가 간담회 등을 통해 만났던 안 대표는 주요 질문에 대해 “나는 몰랐었다”는 답변을 하곤 했습니다. 수차례 만났지만, 어떤 사안이든 안 대표가 제대로 알고 있었던 일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이제부터는 직접 챙기고, 알아보고 판단하겠다”였습니다.
안 대표가 사퇴 이후 정치인으로 해야 할 일은 잘못된 데이터가 아닌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신속하게 수집하는 일입니다. 데이터가 제대로 모여야만 최적의 판단을 할 수 있는데, 안 대표에게는 잘못된 정보가 모이는 일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철수하는 일이 잦아진 것입니다.
이번 사퇴로 안 대표의 정치적 행보가 끝난 건 아닐 겁니다. 정치인 안철수가 더는 잘못된 데이터를 밀고 나가는 강박증을 보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안’ 철수하는 정치인 안철수가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