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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급식에 찢어진 옷 입고 이사장 애완견 돌보는 ‘정신병원 환자’

  • 입력 2016.06.23 12:05
  • 수정 2016.06.23 12:13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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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군대 막사를 연상시키는 병실에서 이불 하나 덮고 자는 환자들 ⓒ용인정신병원 노조제공

1971년 설립된 용인정신병원은 국내 3대 정신병원으로 손꼽히는 대형 정신병원입니다. 바로 이곳에서 환자 인권이 유린당하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용인정신병원 노조는 병원 측이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무연고, 생활보장대상자 등 의료급여 환자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정성으로 환자를 보살펴야 할 병원에서 돈이 되는 건강보험 환자들과 돈이 안 되는 의료급여 환자들을 차별하는 것입니다.
건강보험 환자들은 24시간 온수가 제공되지만, 의료급여 환자들은 아침, 저녁으로 1시간만 제공해 겨울철에도 찬물로 씻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건강보험 환자들은 동절기에는 두꺼운 이불이 제공되지만, 의료급여 환자들은 4계절 내내 얇은 이불이 제공돼 상대적으로 추위에 떨고 있습니다.
병원 측은 “의료급여병동은 8개 병동의 환자들이 온수를 사용해 여유가 없는 반면, 보험 병동은 3개 병동의 환자가 물을 사용해 시간이 지나도 계속 온수가 나오는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노조 측은 “(병원은) 환자 수와 무관하게 (의료급여병동에서 사용하는) 온수의 절대적인 공급량을 제한해 왔다”라고 반박했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쓰레기 반찬, 양도 턱없이 부족


▲용인정신병원 보험환자 식단과 의료급여환자 식단 ⓒ용인정신병원 노조 제공

용인정신병원 노조 홍혜란 지부장은 의료급여 환자의 급식은 도저히 먹지 못할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를 들어 ‘쓰레기’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평생 듣도 보도 못한 반찬이 나오는 데다 짠지 반찬에 건더기 없는 멀건 국이 제공되기 때문입니다.
건강보험 환자들은 ‘당뇨식, 저염식, 치료식’으로 나눠 배식되지만, 급여환자들은 한 통에 올라온 밥과 반찬들을 환자 일부, 간호사, 보호사가 배분합니다. 환자 수에 비해 병원 측이 제공하는 반찬의 양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보니 환자들은 쓰레기와 같은 반찬마저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환자에게 제공되는 반찬의 양이 너무 적어 반찬을 일일이 세서 준다는 간호사의 증언 ⓒ국민TV The아이엠피터 화면 캡처

용인정신병원 노조 간호사에 따르면 “병원 측이 제공하는 반찬의 양이 너무 적어 어묵 반찬은 세 개씩 확인해서 주고 김치도 적게 줘 배가 고픈 환자들은 오로지 밥만 많이 먹는다”고 합니다. 간식으로 바나나 1/3 조각에 출처 불명 시럽을 뿌려 제공한다고 합니다.
안전 관리도 문제입니다. 용인정신병원은 정신병원이라는 특성상 매점에서 위험한 물품을 판매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용인정신병원 매점에서는 어묵꼬치(동절기), 캔 음료 등 자해하거나 상해를 입힐 수 있는 품목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언제든 병동으로 반입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서울시 감사에 적발된 용인정신병원 부식품 납품 및 대금 과다 지급 현황 ⓒ서울시

용인정신병원은 환자에게 제공한 부실한 급식과 달리 부식품 납품 대금이 과다하게 지급한 사실이 서울시 감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용인정신병원은 2014년 1월부터 6월까지 부식품 납품 및 대금 과다지급액으로 약 4억6천만 원을 사용했습니다.
노조는 부식비의 과다 지급이 용인정신병원 이사장의 친인척 회사를 통해 부정한 방법으로 이익을 축적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용인정신병원 측은 “서울시립병원 식자재 납품 업무 배상임의 건은 검찰수사 결과 ‘혐의없음’으로 통보받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병원 측이 “영양가 있는 균형 식단을 제공하고, 식단에 대해서는 단가의 차이가 있어 양의 차이가 난다”고 밝히자, 노조는 “상식적으로 감자튀김이 2조각 나오고, 불고기라며 고기 한 점에 양파만 있는 밥이 정상적인가? 의료급여환자의 1식당 급식단가인 3,390원보다 낮은 일반 요양원의 식단도 그것보단 낫다”며 병원 측의 해명에 반박했습니다.


구멍 난 환자복, 환자복 빨래 땐 속옷 차림으로 지내기도


▲구멍 난 환자복이나 수선한 환자복을 입고 있는 용인정신병원 환자들 ⓒ용인정신병원 노조 제공

용인정신병원 급여환자들은 구멍 난 환자복이나 기어 입은 환자복을 입고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용인병원 측은 “환자복 요청 시 즉시 교체한다”고 해명자료를 내놨습니다.
용인정신병원 홍혜란 지부장은 “건강보험환자는 매일 환자복을 교체해주지만, 의료급여환자는 환자복 교체를 요청해도 재고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노조는 이사장이 취임한 이후 환자복의 질이 떨어지고 적정한 물량이 공급되지 않아 교체를 못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용인정신병원 노조에 따르면 환자복이 없어 환자들은 환자복이 찢어질 때까지 입어야 하고 구멍이 난 환자복을 기우고 때우고, 급기야는 반바지로 만들어 입히기도 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교체할 환자복이 없어 대소변을 봐버리면 빨아서 되돌려줄 때까지 속옷 차림으로 지내기도 했습니다.


이사장 애완견 관리까지 하는 정신병원 환자


▲용인정신병원 의료급여 환자 일부는 배식대와 병원 청소, 이사장 애완견 관리까지 하고 있다. ⓒ용인정신병원 노조 제공

용인정신병원 노조는 병원이 인력 부족을 이유로 치료와 상관없이 환자들에게 청소, 세탁물 수거, 배식, 식당 뒤처리 등의 작업을 시켰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환자들은 이사장의 애완견을 관리하거나 병원 밖에 있는 기숙사 공사 등에 동원되기도 했습니다.
병원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입원환자 작업치료에 따른 자율적인 작업 참여이며 강제 노동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이는 치료계획서에도 없는 노동이며 커피와 담배 주는 조건을 내건 훈육이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재단은 강제노동이 없고, 작업치료의 과정이라고 하지만, 배식과 청소, 세탁물 수거, 환자의 환자관리를 작업치료라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수년간 병원에서 근무하며 그런 노동에 대한 치료계획서를 결코 본 적이 없다. 작업치료에는 보호자, 환자, 주치의의 동의서와 기한, 월급을 비롯한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은 어디서 진행되었는가. 재단은 그동안 단순히 일을 도와주면 커피 한잔을 대가로 주고, 건물 밖에 나가서 담배 피우게 해주며 그것이 대단한 보상이라도 되는 양 환자들을 훈육해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6월 17일)


▲용인정신병원 이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병원을 ‘감성 경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 인터뷰 화면 캡처

용인정신병원의 현재 이사장은 1대 설립자의 손녀로 27세에 병원을 물려받았습니다. 3대째 경영권이 세습되고 있는 용인정신병원은 현재 이사장이 취임한 이후 환자의 인권유린과 노동착취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를 개선하려는 용인정신병원 노조원들을 해고와 징계로 탄압하고 있습니다.
교체해줄 환자복이 없어 누더기를 기어 입고, 쓰레기 같은 급식에 이사장 애완견 먹이까지 줘야 하는 용인정신병원 환자들, 그러나 용인정신병원 이사장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감성 경영’을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간호사와 보호사 단 2명이 환자 100명의 관리와 배식을 맡은 상황에서 감성 경영은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보험병동) 너희들은 반찬도 양도 많다며, 환자한테 잘 줄 수 있다며, (급여병동) 옷도 제대로 못 주고… 돈으로 환자가 차별받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자기들이 돈이 있고 싶어서, 없고 싶어서 선택되는 게 아니라 그냥 정신이 아파서 온 사람들인데… (차별이) 부당하다고 느껴졌어요. 또 환자한테 (이사장) 강아지 산책을 시킨다든지… 이런 건 노동력 착취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환자 인권에 대해 굉장히 안 좋다고 생각해서 파업에 참여했어요”
(용인정신병원 노조 파업에 참여한 신임 간호사)

현재 용인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의료급여 병동 환자들은 대부분 생활보장 대상자들입니다. 용인정신병원 측은 경영난을 이유로 이들을 퇴원시키고 있습니다. 무연고, 생활보장대상자들의 경우 방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신질환자가 노숙자로 거리를 떠돌 경우 사회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있지만, 정부에서도 별다른 대책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하루빨리 용인정신병원 사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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