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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감찰위는 감싸기 역할? 분개한 여검사

  • 입력 2014.01.23 14:47
  • 수정 2014.01.23 14:55
  • 기자명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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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감찰위원회. 감찰 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기하겠다며 외부인사를 참여시켜 구성한 기구다. 이 감찰위원회가 검찰의 고질병인 ‘제 식구 감싸기’의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감찰위원회 뒤에 숨은 검찰

교묘하다. 감찰위원회를 전면에 내세우고 검찰은 그 뒤에 숨는다. 감찰위가 어떤 결론을 내리는지 지켜보다가 검찰이 원하는 것을 감찰위가 내린 결론으로 둔갑시킨다.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 감찰 당시 감찰위원회는 징계 여부에 대한 논란 끝에 ‘권고안’을 내지지 못했다. 그런데 대검은 위원회가 권고안을 확정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윤 전 팀장에 대서는 중징계를,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서는 징계 제외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애당초 ‘윤석열 중징계, 조영곤 징계 제외’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감찰위원회를 소집한 것밖에 달이 이해되지 않는다. 감찰위원회가 대검이 준비한 ‘해답’대로 움직이지 않자, 대검은 자신들의 결정이 마치 감찰위원회의 의견인 것처럼 포장해 기자회견을 열었던 것이다.


윤석열 중징계한 대검, 이진한 성추행 감싸기

이와 비슷한 일이 또 벌어졌다. 국정원 직원 체포와 관련해 윤석열 전 팀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이진한 전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에 대해 여기자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자 대검에 의해 감찰위원회를 소집됐다.

이 차장검사는 지난 연말 출입기자단과의 술자리에서 여기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과 함께 등을 쓰다듬고 껴안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자 대검 감찰본부가 감찰을 실시한 것이다.

<진실 얘기한 '죄'로 중징계 받은 윤석열(좌). 성추행하고도 징계 받지 않는 이진한(우)>

대검이 내놓은 결과는 단순 ‘경고’. 검사에 대한 법률상 징계는 해임, 면직, 정직, 감봉, 견책 등이 있다. 경고는 징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결론은 감찰위가 내린 것처럼

외부인사 3명이 참석한 감찰위원회에서 어떤 내용이 오고갔는지,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일단 감찰위원회를 소집해 놓고 시간을 끌다가 적당한 시점을 봐서 ‘징계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발표한 것이다.

이 전 차장검사는 성추행 사실에도 불구하고 징계도 받지 않은 채 검찰인사에서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으로 옮겨 앉았다. 문책성 인사가 아닌 수평이동이다.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이 죄다 좌천된 것에 비교한다면 ‘배려성 인사’에 해당한다.

검사들이 성추문 사건이 줄곧 논란이 돼 왔다. 구체적으로 세상에 알려진 건 2010년 PD수첩이 방영한 ‘검사와 스폰서’를 통해서다.


역대 검사 성폭력 징계는 최소 견책 이상, 그런데...

박기준 당시 부산지검장 등 다수의 검사들이 건설업자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보도가 방송되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별검사가 선임돼 수사를 했지만 결과는 ‘공소시효 만료로 인한 불기소’ 처분. 법무부가 박 전 검사장 등 2명에 대해 징계 결정을 내렸지만 징계 사유는 ‘성접대’가 아니었다.


아무리 ‘제 식구 감싸기’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 온 검찰이지만 피해자가 분명하고 사실관계가 확실한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는 그나마 징계 처분 정도는 내려왔다. 수습 중이던 검사직무대리 여검사와 노래방에서 성적 접촉을 가졌던 구모 광주지검 검사의 경우 가장 높은 단계의 징계인 해임 처분을 받았다.

2012년에는 전모 서울동부지검 검사 직무대리는 여성 피의자와 강제로 성과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나 감찰에 회부돼 해임 당한 바 있다.

정직과와 견책 처분을 한 사례도 있다. 관례적으로 볼 때 검사의 성추행과 관련 징계는 최소 견책 이상. 그런데 이진한 지청장의 경우 지나치게 관대한 처분이 내려진 것이다.


더 교묘해진 ‘감싸기’... 비판하고 나선 ‘정의의 여검사’

감찰위원회 뒤에 숨어 더 노골적인 ‘제 식구 감싸기’를 자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기구가 더욱 단수가 높아진 ‘제 식구 감싸기’와 ‘제 입맛에 맞는 징계’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니 통탄할 일이다.

이런 작태를 비판하고 나선 여검사가 있다. 창원지검 임 검사는 16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성폭력 관련사건 기준 문의’라는 글을 게재했다.

임 검사는 이진한 지청장에 대한 편파적인 ‘감싸기’ 감찰결과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피해자의 가슴이나 민감한 부위를 만진 것이 아니고 피해자와 합의되었더라도 대검 지침에 따라 강제추행으로 구공판(재판에 회부하는 기소 결정)하고 있다...최근 감찰본부의 사건 처리 결과를 보니 제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한 게 아닌가 싶어 당혹스럽다."

그러면서 “징계를 받지 않을 정도의 부적절한 신체접촉과 강제추행에 해당하는 부적절한 신체 접촉의 경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대검 감찰본부에 그 기준을 묻는다”고 일갈했다.


그 여검사가 바로 광주 인화학교 장애인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도가니 검사’로 잘 알려진 임은정 검사다. 서울중앙지검 근무 당시에는 사법사상 초유로 공판검사가 피고에게 무죄를 구형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정의가 밀려나고 불의가 득세하는 세상

유신독재 정권에 의해 조작된 민청학련 사건으로 15년 형을 선고 받았던 박형규 목사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검사의 권위와 체통보다는 정의를 택한 그의 행동에 당시 많은 국민들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임 검사는 ‘정의의 무죄 구형’으로 대검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아 지방지검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정의가 밀려나고 불의가 득세하는 모순된 세상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검사도 이해할 수 없는 처분을 내린 대검. 반드시 임 검사의 질문에 납득할 수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들도 임 검사와 똑같은 의문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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