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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찰, 민중의 지팡이와 순사 사이의 어디쯤?

  • 입력 2014.01.22 12:05
  • 수정 2014.01.22 12:14
  • 기자명 버락킴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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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을 부르는 말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민중의 지팡이(아, 이제 '민중'이라는 말은 쓰면 위험한가?)'와 '순사'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짭새'라는 말이 훨씬 대중적(?)으로 통용되고, 아래와 같은 불량한 경찰들을 표현하기에 더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 경찰을 이야기하자면 그들의 역사를 짚어봐야 한다. 씁쓸하지만 그 뿌리가 일제시대의 '순사'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광복 이후에도 제대로 된 인적 청산이 이뤄지지 못했다. 노덕술이라는 존재는 경찰의 입장에서는 지울 수 없는 수치일 것이다. 이승만 정권은 경찰을 권력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삼았고, 경찰은 열심히 충성을 바쳤다. 이후 검찰에 의해 '권력의 개' 자리를 내줬던 경찰은 나름대로 쇄신의 움직임을 보였다.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지금의 경찰은 '순사'와 '민중의 지팡이'이 그 중간 어디쯤에서 방황하고 있다.

블랙박스가 오인 단속 잡아내..경찰서장이 사과 <연합뉴스>
"내가 당신 죽이는건 일도 아니다" 서울 일선 경찰관 공갈·협박 <뉴시스>

최근에 경찰이 보여준 모습들은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난 15일 경북 경산에서는 녹색신호에 직진을 한 그랜저 승용차를 '신호위반'으로 단속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산경찰서 서부지구대 소속 김 경위는 "적색 신호에 직진했다. (순찰차에) 경찰이 두 명 타고 있습니다"라며 운전자에게 운전면허증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운전자로서는 황당하고 억울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찰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이런 경우, 스티커 발부를 거부하고 즉결심판으로 넘어가더라도 운전자가 승리할 가능성은 제로다. 명확한 물증이 없으면, 결국 경찰의 말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차에는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 블랙박스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자 경산경찰서장은 홈페이지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단속을 했던 김 경위는 "반대편 직진 신호가 적색으로 바뀐 것을 보고 우씨가 달려오던 맞은편 신호도 적색이라고 착각했다"는 얼토당토 없는 해명을 내놓았다.


놀랄 만한 일은 또 있다. 지난 2012년 3월 23일 서울의 한 경찰관(A 경위)은 다른 사람의 땅을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면서 "서울경찰청 간부인데 아줌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고 협박을 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내 것을 훔쳐갔으니 당장 사내라. 돈을 주지 않으면 내가 경찰이니 절도죄로 고소하겠다"며 협박해 71만 원의 금품을 빼앗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들로 최근까지 재판이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A 경위는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새로운 증거를 만들어내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해 처벌을 피하려고 했다고 한다. 재판 결과, 공갈 등의 혐의가 인정돼 벌금 200만 원이 선고됐다. 아무리 봐도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생각이 들고, 보복 범죄를 저지를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A 경위의 '개인적 일탈(?)'이야 그렇다치고, 정말 중요한 문제는 (성동)경찰서가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으면서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일선 경찰들이 보여주는 이런 모습들은 경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아주 심각한 '적색 신호'다. 기본적으로 시민과 경찰의 관계는 적대적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경찰은 곧 공권력이고, 그 물리적 힘 혹은 상징적 힘을 통해 시민들을 제재하고 억압하기 때문이다. 물론 경찰은 범죄자들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으로 모든 시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대하기 마련이다. 이런 불행한 관계를 최소화하고, 시민과 경찰이 함께 서로를 믿고 의지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경찰 측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믿어달라고 외치기 이전에 믿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우선이다.




물론 단시간 내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선, 교통 단속을 나서거나 그 밖의 일로 시민들을 대하는 경우에 '경찰'의 입장에서 시민을 바라보기에 앞서, 시민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시민을 단속의 대상, 제재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기보다 사회와 공동체의 구성원이자 함께 해야 할 파트너라고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경찰 내부의 문을 활짝 열고 시민에게 더 많이 개방해야 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적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또 한 가지 반드시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경찰의 수장인 경찰청장에 대한 것이다. 경찰청장은 모든 경찰의 선망의 대상이자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마음 속 깊이 따르고자 하는 마음이 우러러 나와야 한다. '저런 사람 밑에서라면 일해 볼 만 하다'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실상은 어떠한가? 어느덧 경찰청장이라는 자리는 개인적 영달의 발판이 되어 버렸다. 정권의 눈치만 살피며, 정권에 꼬리를 흔드는 일에 '경찰'을 도구로 사용한다.

용산 참사 당시 남일루 망루 시위 진압을 지휘했던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그 공을 인정받아'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허준영 전 경찰청장은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아 지난해 4·24 재보궐 선에게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보여 준 '추태'는 또 어떠한가? 이뿐만 아니다. 대선 당시에는 국정원 여직원과 관련한 축소 · 왜곡된 수사 결과를 성급히 혹은 의도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경찰청장의 자리가 경찰로서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는 자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정부와 정치권에 줄을 대고 눈치를 살피는 자리가 되어 버렸다. 롤 모델이라고 할 만한 경찰이 없는 것이 대한민국 경찰의 비애이다.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된 경찰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경찰청장부터 바로 서야 한다. 그래야 경찰의 진정한 개혁과 쇄신이 가능해진다. 단단히 잠겨져 있는 경찰의 문을 시민들에게 활짝 열고, 시민과 적대적 관계가 아닌 협력적 관계로 거듭나야 한다. 신뢰받는 경찰, 존경할 수 있는 경찰,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경찰이 (현재로선 요원하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꼭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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