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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8억 원 : 박정희 전 대통령 우상화 사업 예산

  • 입력 2016.06.02 16:29
  • 기자명 정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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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이 혈서를 써서 만주국 군관에 지원했다는 기사가 실린

1939년 3월 31일치 <만주신문> 사본 ⓒ민족문제연구소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17년생이다. 내년이면 탄생 100주년이다. 그는 경북 선산(현 구미)에서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보통학교(초등학교) 교사를 지내다 만주로 가 군인이 되었다. 그가 입대한 부대는 독립군이나 광복군이 아니었다. 일본군이나 매한가지인 만주군이었다. 1945년 8월, 일제가 패망할 때 그는 만주군 중위였다. 해방 이듬해 패잔병 신세가 되어 귀국한 그는 한동안 고향에서 쥐죽은 듯이 조용하게 지냈다.
그 무렵 박정희 전 대통령은 형과 친분이 있는 좌익인사들과 교류하면서 남로당(남조선노동당)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이 일로 결국 그는 여순사건 직후 김창룡의 특무대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으며, 군사법정에서 무기징역(2심에서 징역 10년으로 감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한국군 수뇌부를 차지하고 있던 만주군 출신 선배들의 도움으로 겨우 풀려났다. 그러나 그의 좌익전력은 두고두고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훗날 대통령에 취임한 그는 누구보다도 반공에 앞장섰는데, 아마 이때의 트라우마 때문인 듯하다.
탄생 100년, 사후 40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는 아직 역사에 기록되지 못했다. 그의 삶과 대통령 시절의 공과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한 쪽에서는 쿠데타로 집권한 독재자, 다른 한 쪽에서는 경제성장을 일군 위대한 지도자라고 주장한다. 둘 다 일리가 있다. 5.16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해 18년간 장기 집권한 독재자인 것도 사실이며, 가난을 극복하고 경제성장의 기틀을 다진 것도 사실이다.


ⓒ뉴스타파

그런데 근래에 진행 중인 박정희 우상화 작업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013년 남유진 구미시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반인반신(半)’이라고 칭했다. 2014년 경북지사 선거에 출마했던 박승호 전 포항시장은 구미시의 명칭를 아예 ‘박정희시(市)’로 바꾸자는 제안까지 했다. 그는 미국 워싱턴 DC는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이름을, 케네디공항은 케네디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런 식이라면 거제시는 김영삼시, 전남 신안군은 김대중군, 충북 옥천군은 육영수군, 대구는 박근혜시로 해야 할까? 또 울산시는 정주영시, 포항시는 박태준시로 하면 어떨까? 문득 우남시 얘기가 생각났다. 이승만 정권 시절 서울시의 명칭을 이승만 전 대통령의 호(우남)를 따서 우남시로 바꾸려고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서울시 산하 수도명칭조사연구위원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우남시가 1등을 차지했다고 해서 웃음거리가 됐었다.


박정희 민족중흥관 ⓒ사이버 박정희 대통령 홈페이지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 및 우상화 사업에는 이제껏 세금 수백억 원이 투입됐다. 구미 박정희 생가 복원에 286억 원, 생가 주변 테마공원 조성사업에 785억 원, 구미 ‘박정희 민족중흥관’ 건립에 65억 원, 서울 신당동 박정희 사저 기념공원 조성사업에 297억 원, 서울 상암동 박정희 기념도서관 건립에 208억 원,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교사시절 묵었던 문경 하숙집 복원에 17억 원, 1962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울릉도를 시찰하며 하룻밤 묵었던 옛 울릉군수 관사를 기념관으로 꾸미는 데도 12억 원이 들었다.
내년 탄생 100주년을 맞아 구미시는 8명의 전담인력을 두고 대대적인 기념사업을 추진 중이다. ‘박정희 뮤지컬’(가칭 ‘고독한 결단’)을 준비하고 있는데 소요예산이 28억 원이라고 한다. 기념우표와 기념주화 발행, 국제학술대회 개최, 사진전시회, 휘호집과 근대화 관련 책자 발굴 사업 등을 합치면 총 40억 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생가에서 구미초등학교까지 약 6.4km에 이르는 ‘박정희 등굣길’도 조성했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어린이 시절 동상까지 세웠다. ‘박정희 소나무’에 ‘박정희 테마밥상’까지, 이만하면 북한 김일성도 울고 갈 지경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 들어가는 예산을 마뜩지 않게 여겼다. 국민 300여명이 수장된 경위를 밝히는 데는 당연히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 그런데 올해 6월말로 특조위 예산 지급이 종료된다고 한다. 특조위가 공중분해가 되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도 물 건너간다.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비의 10%만 써도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으련만. 하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보면 뭐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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