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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회사가 남성을 선호하는 진짜 이유

  • 입력 2016.06.02 10:04
  • 수정 2016.06.02 10:33
  • 기자명 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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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나는 2014년에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피해의식에 대한 글을 적은 적이 있다. 섹스 칼럼니스트 곽은정의 발언에 대한 남성들의 폭발적인 분노를 다룬 글이었다. 곽정은은 방송 <매직아이>에서 장기하를 언급하며 "침대에서 어떨지 궁금하다"라는 발언을 했다. 그 발언 이후 많은 남성들이 들고 일어나 곽정은을 비난했다. 이때 내게 흥미롭게 보였던 것은 곽정은의 발언이 성희롱이냐의 여부가 아니라, 그녀의 발언에 대한 남성들의 반응이었다. 거기에서 뭐랄까, 분노가 읽혔기 때문이다.

남성들의 피해의식, 곽정은에게 폭발하다(매직아이)

윗 글에 남성으로 추정되는 많은 사람들의 반응이 있었다. 하지만 굳이 윗글을 읽을 필요는 없고, 더더군다나 윗글에 달린 댓글들도 읽으실 필요가 없다(읽지 않는 것을 권장 드린다. 병이 생길지도 모른다). 댓글 중에서도 오늘 쓰려는 글의 주제와 관련 있는 댓글을 하나 인용해보려 한다. 어떤 네티즌은 말했다.


"사회생활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여성보다 남성이 충성도는 더 있는 듯하네요. 자료를 찾자면 찾을 수 있겠지만 일단 남성이 인지하는 사회생활이랑 여성이 인지하는 사회생활 자체가 본능적으로 틀리다 생각합니다. 이건 역사가 말해주고 있죠. 모든 남성, 모든 여성 이런 접근 말고 비율적으로 보면 될 거 같네요."


이 댓글은 그저 남성으로 추정되는 한 사람이 쓴 것이지만, 많은 남성들과 명예남성(=남성적 시각에 길들여진 여성)들이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이 댓글을 달지 않은 사람들의 댓글을 확인해 봐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그들은 "남성들이 회사에 더 충성적이기에 회사들이 선호하고, 여성들은 회사를 가벼이 여기기 때문에 회사들이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그들이 충성도를 이야기하는 이유
(명예)남성들이 충성도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성들이 회사를 다니다가 중간에 퇴사를 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고, 굳이 그런 것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통계가 그런 현실들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몇의 (명예)남성들은 이에 대해 "여성들이 회사에 충성하지 않아서"라고 말한다. 말만 듣고 보면 그럴듯하다. 회사에 더 오랫동안 남아있는 게 충성스러운 회사원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기들 하니까. (한편으론 이런 종류의 남성들이 회사입장에서 사고한다는 생각은 든다, 그래서 노조를 안 만드나?)


여성들의 조직에 대한 충성도는 남성보다 떨어지나?
(명예)남성들은 "여성들의 특성 자체가 조직에 충성을 잘하지 않는 것이라서 그렇다"라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그들은 환경적으로나 생물학적인 원인에 의해 여성이란 존재는 그렇게 생겨먹었다, 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듯한데, 근거가 워낙 빈약하고, 그나마 근거라고 할 것이라면 남성들의 공감대-사이비 과학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많다고 그게 참이 되는 건 아니다. 바보들은 그런 식으로 '사이비 지식'(=구라)을 생성해내지만, 지성인은 그러면 안 된다.

왜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많이 퇴사하는가?
여성의 특질과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런 것보다는 한국의 여성이 처한 현실과 관계가 있다. 여성들이 퇴사를 더 잦게 하는 이유, 그리고 애초에 입사에서부터 선호되지 않는 이유는 출산과 양육의 부담이 모두 여성에게 전가되어 있는 한국적 현실과 관계 있다. 이걸 내가 한국적 현실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출산과 양육의 짐이 남성과 여성,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에게 분담이 되어 있는 국가의 경우는, 남녀간의 입사율이 균형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전문용어로 "일과 가정의 양립이 잘되어 있다"라고 말한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이루어진 상태
일과 가정의 양립이란 말 그대로 일을 하는 것과 가정을 가지는 것이 서로를 배치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한 여성이 자신의 커리어를 쌓으면서 꾸준히 일을 한다고 해도 가정을 꾸림에 전혀 문제가 없는 상태, 그 상태가 일과 가정의 양립이 이루어진 상태다. 참고로 한국 남성의 경우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보장이 된 상태다. 남성이 일을 한다고 해서 가정을 가지지 못할 이유가 없고, 가정을 가진다고 일을 못할 이유도 없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일을 해도 결혼을 하지 못한다" 라는 주장을 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문제는 여성도 동일하거나 더 심하게 겪고 있다. (벌써부터 결혼 비용을 남자가 더 부담한다는 댓글이 예상된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남성들이 출산과 양육의 짐의 대부분을 여성에게 떠넘기기 때문이다. 생물학적으로 남자가 출산을 할 수는 없으니 이건 그렇다 쳐도, 양육에서마저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짐을 떠넘긴다. 이는 통계로도 명확하게 나타난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육아휴직이 남성과 여성에게 동일하게 보장된다. 이는 애초에 정책이 디자인이 될 때부터 보장된 내용이다. 그런데 정작 육아휴직을 쓰는 남성은 여성에 비해 턱없이 적다. 고용노동부의 자료를 통해 만들어진 아래의 통계를 보자.


2007년에 여성근로자 20,875명이 육아휴직을 썼으나, 같은 해에 육아휴직을 쓴 여성의 1.5%정도되는 310명의 남성만이 육아휴직을 섰다. 310만명이 아니라 310명이다. 오타 아니다. 2014년으로 오면 여성근로자 73,412명이 육아휴직을 쓸 때 같은 해에 육아휴직을 슨 여성의 4.6%인 3,421명의 남성만이 육아휴직을 썼다. 남성들이 전보다 육아휴직을 쓰는 비율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처참한 상황인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육아휴직을 쓰는 여성들이 듣는 비난
회사 측에선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인력이 회사에 지속적으로 '충성'해야 되는데 육아휴직을 통해 장기간 휴직을 하는 경우에는 해당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두거나, 대체 인력을 구해야 하고, 이 모든 것들이 비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한국에서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들은 주로 여성이기에 회사들은 남성들을 선호한다. 그들이 생수통을 가는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안 쓸 가능성이 매우 높은 성별(sex)이기 때문이다. 이런 격차는 결국에는 성별간의 진급 및 임금 격차까지 불러온다. 아래는 2012년 OECD도표를 기준으로 산출한 남녀간 임금격차다.


이러한 임금격차는 가부장적 한국사회가 만들어낸 성차별-출산, 육아휴직-이 임금격차까지 만들어낸 것이다. 나는 이것의 원인이 남성이 육아의 책임을 여성과 공유하지 않고, 기업들도 암묵적으로나 공개적으로 이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스웨덴, 자식을 낳은 남성의 90%가 육아휴직을 사용
스웨덴은 일과 양육의 양립이 한국에 비해 잘 보장된 국가다.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도 자식을 낳으면 90%가 육아휴직을 사용한다. 이는 스웨덴 남성이 한국 남성들보다 특별히 착하고 여성을 배려하는 성격을 가져서라기보다는 제도적으로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쓰게끔 디자인됐기 때문이다. 참고로 스웨덴의 인구는 900~1000만명뿐이 안 된다. 그런데 1000만 인구의 스웨덴에서 육아휴직을 쓰는 남성의 수가 5000만의 인구를 가진 대한민국 국가에서 육아휴직을 쓰는 남성보다 많다. 이상하지 않나?

스웨덴의 남성들의 육아휴직 사용, 그리고 남녀간임금격차
스웨덴 남성들은 여성에 버금가게 육아휴직을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아니, 별로 놀랍지 않게도, 남녀고용률 차이에서 한국이 30%로 30개국 회원국 가운데 4번째로 높았을 때 스웨덴은 5%로 상대적으로 차별이 적은 모습을 보여줬다(링크). 또, 2015년에 세계경제포럼(WWF)이 공개한 <2015년 세계 성차별 보고서>에 따르면 "비슷한 일을 할 때 임금 평등도(설문)"에서 한국이 0.55점으로 116위에 그쳤을 때 스웨덴은 5위를 했다.

착각하면 곤란하다

남성들이 일을 잘해서 회사가 선호하는 게 아니다. 그저, 여성들이 차별받고 있기 때문에 남성들이 선호되는 것뿐이다. 착각하면 곤란하다.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잘하는 거라곤 남성사회에 적응하는 것뿐이다. 남성 사회에 적응하는 건 어떻게 하는 거냐고? 간단하다. 아무 생각도 안 하면서 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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