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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01 11:25
  • 수정 2016.07.08 15:52
  • 기자명 미디어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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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가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다 필요없습니다. 우리 아들이 살아서 제 곁으로 왔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의 몸은 여러 번 휘청거렸다. 말꼬리에 드문드문 울음도 섞여 나왔다.

그러나 사고의 책임을 죽은 자신의 아들에게 돌리지 말라고 외치는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녀는 "팔다리를 잃었다면 평생 수발을 들어줄 수 있겠지만,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자식이라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건 한을 풀어주는 것뿐이다"고 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의 어머니가 기자들 앞에 나섰다. 아들의 사고가 과실로 인한 우연이 아니라는 걸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기자들에게 들려준 것은 죽은 아들의 일상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한밤중까지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일하고 집에 들어와서는 씻을 정신도 없이 지쳐 쓰러져 잠들었지만 그럼에도 한 달에 15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돈을 받았던 아들. 그녀가 아들의 가방 속 컵라면과 숟가락을 보고 무너진 것은 그래서였다. 그렇게 일하면서도 그는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이 컵라면에 분노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불쌍한 청년의 초라한 한 끼'라서가 아니다. 그의 가방 속에서 공구와 뒤섞여 있던 컵라면은 정당한 노동을, 아니 법이 정한 것 이상의 중노동을 하고도 무시당한 인권의 흔적고, '2인 1조' 안전 매뉴얼 따위는 애초에 지킬 수도 없을 만큼 근무 환경이 척박했다는 증거다. 혼자 다니면서도 끼니를 챙길 수 없을 정도로 바빴던 노동자에게 왜 2인 1조로 다니지 않았냐고 묻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다. 그리고, 이런 근무환경을 만들고 방조해온 이들은 이제 사고의 책임을 다시 노동자에게 돌리고 있다.
사망한 노동자의 어머니는 아들을 떠올릴 때마다 두근대는 자신의 심장 소리가 꼭 지하철이 들어오는 소리 같다고 했다. 아들에게 책임감 있게, 떳떳하고 바르게 살라고 가르쳤던 것이 도리어 아들을 죽인 것 같다며 가슴을 치는 그녀에게 우리는 무슨 위로를 건네야 할까.
오늘도 구의역은 지하철을 타려는 사람들로 북적일 테고, 그들이 내려놓고 가는 흰 꽃송이도 쌓여갈 터다. 하지만 '아무것도 필요 없다'던 어머니의 말마따나, 그녀에게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아들은 이제 돌아오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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