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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스크린도어 트윗이 한심한 이유

  • 입력 2016.05.31 17:44
  • 수정 2016.05.31 18:35
  • 기자명 정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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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상임대표가 또 다시 구설에 휘말렸다. 어제(30일) 안철수 대표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가 터진 뒤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의견을 남겼다.

1번 트윗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지당하신 말씀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2번 트윗, 갑자기 괴상한 말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피해자 가방에서 나온 컵라면을 보고 밥도 제때 먹지 못하는 파견직 근로의 안타까운 근무환경을 떠올렸다. 그런데, 안철수는 이걸 보고 ‘위험한을 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의 '여유 없는 상황'을 떠올렸다.

약자에 대한 측은지심은 분명 정치인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이런 구조적인 참사 앞에서 정치인의 문제의식이 이 정도 차원에 그친다면 사고의 수준을 의심해봐야 한다.
피해자가 맡았던 업무를 그저 위험한 일이라고 말하는 순간 비정규직 파견직으로 겪어야 했던 피해자의 열악한 근무조건이나, 원청 - 하청 계약조건의 문제, 민영화, 인권 같은 논쟁거리들은 단번에 은폐된다. 안철수가 말한 '여유'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길은 없지만, 분명한 것은 여유가 있는 사람이든 여유가 없는 사람이든 목숨이 위태로운 업무에 내몰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사람의 생명은 여유와 무관하게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2번 트윗에 분노를 표했지만, 진짜 문제는 다음 이어지는 3번 트윗이다.


이 트윗을 보고 아연실색 했다. 이 말은 2번 트윗에 대한 옹호가 될 수 없을뿐더러, 그 자체로 정치인으로서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앞으로도 누군가 우리를 위해 위험한 일을 해야 합니다."

이 문장 안에서 누군가우리’의 울타리에서 배제되어 우리를 위해 희생되는 열등한 존재다. 그는 이 참담한 사고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피해자를 '우리'와 구분하여 타자화 시켰다. 그리고 다시 한번 구분 짓는다.

"를 위해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위험을 줄여줘야 합니다."


이런 태도는 마치 선한 전제군주가 백성들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과 같다. 나를 위해 희생하는 백성들에게 온정을 베풀어 덜 배고프게 하겠다는 왕의 측은지심. 여기서 확인되는 안철수의 내면은 충실한 계급의식에서 발현되는 엘리트주의, 혹은 '착한 파시즘'이다. 이런 사람은 절대왕권이 지배하던 중세였다면 성군이 되었을지 모르나, 21세기 민주국가에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지도자 상이다. 2번 트윗이 비루한 감수성을 드러냈다면, 3번 트윗은 권위적인 엘리트주의를 드러낸다. 둘 모두 정치인에게 중대한 결격사유다.
직업에 귀천이 없는 사회, 모두의 인권이 평등하게 보호받는 사회, 안철수는 이런 초등 도덕도 배우지 못한 미성숙한 인격의 소유자다. 나는 그런 정치인이 만들어가는 나라에 살고 싶지 않다.



다음은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나온 스크린도어 사고 관련 (
안철수 대표의 트윗과 대비되는) 심상정 의원의 발언이다.

2013년 1월 성수역, 2015년 8월 강남역과 너무나 닮은꼴 사고였습니다. ‘2인1조 작업’ 등 회사가 이전 사고 이후 내놓았던 대책인데,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고 안전규정만 지켜졌더라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습니다. 사실 이런 규정 자체가 49개 역의 스크린도어를 용역직원 6명이 책임지는 상황에서는 애당초 지킬 수 없는 것이었다고 봅니다. 막을 수 있었기에, 그러나 막으려 하지 않았기에, 이번 죽음은 불운한 개인의 사고가 아닙니다. 사회적 타살입니다.
그래서 이번 죽음을 고인의 과실로 몰아가거나, 안전 불감증의 문제로 어물쩍 넘겨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는 더 이상 대한민국에 답이 없습니다. 이제라도 참극을 양산하는,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구조조정은 노동자 자르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생명을 존중하고, 땀의 가치를 보장하는 그런 구조조정입니다.
국가는 기업의 이윤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저희 정의당은 유해 · 위험작업의 정규직채용을 의무화하는 법안 등을 시급히 준비하고 제출할 예정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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