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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대화' 우리가 정말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

  • 입력 2016.05.26 17:47
  • 수정 2016.10.18 14:25
  • 기자명 직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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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부터 주목받는 팟캐스트를 소개하는 직썰-팟빵 공동기획 [이거 들어봤니?] 코너를 연재합니다.


즐거움을 얻기 위한 과정 - 지적대화

국내 팟캐스트 전체 순위 2위(5. 19일 팟빵 기준). 에피소드별 다운로드 평균 100만. 월간 누적 다운로드 600만. 우리나라 인구의 2%가 듣는다는 이야기다. 항상 정치 팟캐스트가 상위권을 석권해온 이 바닥에서 지대넓얕의 인기는 이변에 가깝다. 지대넓얕에는 네임드급 명사도 없다. 수위 높은 농담도, 빵빵 터지는 개그도 없다. 이런 밋밋한(?) 팟캐스트가 대세에 오른 이유는 뭘까.
사람들은 흔히 대화를 무엇을 얻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팟캐스트 지대넓얕은 이 통념을 전복한다. 그들은 대화 자체가 목적이고 즐거움이며 지식이라고 말한다. 베스트셀러 '지대넓얕'의 저자이자 팟캐스트 지대넓얕의 주모자
채사장은 사람들이 '지적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누구나 가족과의 친구와의 대화에서 본질적인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제목만 보고 얕은 지식을 습득하고자 얄팍한 허영으로 이 방송을 듣는다면 실망할 거다. 지대넓얕이 지식을 다루는 방식은 전달이 아닌, 탐구에 가깝다.
지난주 방송 100회를 맞은 팟캐스트 지대넓얕의 진행자 채사장, 김도인, 깡샘, 이독실을 만나 물었다. 사람들은 왜 이 방송에 열광하는 걸까?



팟캐스트 지대넓얕 맴버들. 왼쪽부터 이독실, 깡샘, 채사장, 김도인


Q. 100회를 축하한다. 이런 인기를 예상했나?
채사장: 지대넓얕이 800위권(팟빵순위)에 머물던 어느날 꿈을 꿨는데 32위로 올라가는 꿈을 꿨다. 이렇게까지 올라갈 줄은 예상 못했다. 100회를 맞아 청취자분들이 ‘삶에 작은 변화를 일으켰다’ ‘내 인생 유일한 낙이다’ 같은 댓글을 남겨주셨다. 너무 놀랐고 더 잘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깡샘: 우리끼리 한달 다운로드 수가 얼마나 될까 이야기하면서도 (인기를) 체감을 못했었다. 그런데 100회 특집 올라가고 나서 댓글이 엄청나게 달리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Q, 어떻게 결성되었나?
채사장: 일하다가 만났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이 셋이 그랬다. 내가 거뒀다. 보통은 먹고 살기 힘드니 현실에 매몰되기 쉬운데 죽음에 대한 이야기, 초월적인 세계, 이상세계, 사회정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독특해서 같이 해보자 제안했다.


Q. 단둘이 있으면 불편한 맴버가 있나?
깡샘: 지금도 다 어색하다. 주모자인 채사장을 중심으로 뭉치게 됐는데 나머지 셋은 여전히 어색하다. 사석에서 만난 일이 거의 없다. 100회까지 오면서 식사 넷이 식사 두 번 정도 한 게 전부다.



방송에선 참 친해보이던데..


Q. ‘친해지길 바래’ 특집 같은 거 한번 해라


도인: 오 괜찮다.
독실: 오늘 (안 친한) 이유를 알았다. 주선한 분(채사장)이 관심이 없다.
채사장: 나는 노동자로 이용할 뿐이다.
맴버일동: !#@$&$*&^@$!$#@(맹비난)
깡샘: 그래도 이 정도면 사회생활하면서 만난 것 치고는 굉장히 친하다고 생각한다.
채사장: 각자가 색깔이 너무 강하다. 각자 생활이 바쁘다 보니 사적으로 자주 안 모이지만 어느 순간 심리적으로 (맴버들을) 의지하게 되더라.



"난 사장이고 너흰 노동자야" 채사장

Q. 지적대화가 왜 필요한가?
채사장: 나이가 들면 재밌는 일이 없어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게임을 해도 TV를 봐도 재미가 없다. 유일한 낙이 만남과 대화다. 소중한 사람과 대화를 하고 싶은데 대화거리가 없다. 그래서 드라마 얘기나 날씨 같은 것만 이야기하게 된다. 그런데, 소중한 사람들과 실제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런 얘기가 아니라, 진지한 얘기가 하고 싶은 거다. 아이들과 부모님, 친구와 정치나 죽음 이후, 사회적 정의 같은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런 이야기를 해본 경험이 없으니까 낯선 거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한테 성적 얘기만, 부모한테는 건강 얘기만 한다. 그러다 보니 정말로 삶에서 재미있는 게 없어지는 것 같다.

우리가 정말로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무게 있고 진지한 얘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어휘가 ‘지적대화’였다.


Q. 지대넓얕을 들으면 누구나 지적대화가 가능해지나?
채사장: 많은 분들이 저희 방송을 듣고 지식 전달 보다는 서로 대화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다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지적대화를 허영심과 연결시키는 분들이 계신다. 그건 편견인 것 같다.
깡샘: 저희가 대학교수 같은 타이틀도 없고 하다 보니 권위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방송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식을 획득하는 방법이 수직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고 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저희 방송을 보신 분들이 '얕은 얘기들을 마구 하느냐', '아이들한테 유해하다' 이런 댓글을 가끔 다신다. 억울한 면이 있다.
채사장 왔다갔다 토론하는 방식이 정확하게 정보를 정리하지 않고 던져 준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지식의 본질은 대화와 토론인데.. 그런 반응은 아쉽다.
깡샘: 맴버 네 명이 다 색깔이 다르다. 관점과 철학이 다 달라서 똑 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네 가지 관점으로 풀어낸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이 오가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고 '똑똑해지는 과정'의 일부라고 볼 수도 있다. '지식보다는 시야가 넓어졌다.', '관점이 넓어졌다.'는 청취자들의 반응이 많다.


Q. 결론은 ‘지대넓얕을 들으면 똑똑해진다’라고 쓰는 걸로.
맴버들: 악의적 편집이다!!
독실: 누구나 지적인 걸 원한다. 그런데 한국의 지식문화는 지나치게 학자중심이다. 학자를 우대하고 대학교수를 지식의 '끝판왕'으로 여긴다. 다르게 말하자면, ‘지적’이라는 말을 함부로 붙일 수가 없다. 제가 볼 때는 초등학생도 충분히 지적인 대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스스로의 대화를 ‘우린 지적인 대화를 나눈다’고 말하는 게 남사스러운 거다.
저희 방송의 내용들이 하나하나 전문가급 권위를 가진 건 아니다. 지대넓얕이 추구하는 바가 이 정도는 우리가 알아두면 좋겠다, 같이 공유했으면 좋겠다 이런 거다.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 배워나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데 어떤 사람들은 ‘감히 너네가 지적대화라는 말을 해?’하고 발끈한다. 동양의 특징인 것 같다. 유교문화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채사장: 사회가 너무 무겁고 진지한 것 같다. 지식에 대한 컴플렉스도 좀 작용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난 개그까지 다 준비해오지롱" 깡샘

Q. 대본준비는 어떻게 하나?
도인: 대본이라는 게 없다. 자기가 맡은 콘텐츠에 대해 레포트 같은 자료를 짜오는 거지 어떤 진행순서나 짜여진 각본은 없다. 거의 자유대화다.
독실: 자기가 할 내용을 정리해온다. 책을 다 가져올 수는 없다. 알고 있는 내용을 목차로 정리한 간단한 자료를 챙겨 온다. 세미나나 학부 때 발표수업처럼 발제자가 준비를 많이 한다. 방송 대본과 같은 것은 없다. 심지어 주제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채사장이 얘기 안 해줄 때가 있다. 이번에 뭐 할거에요? 물으면 “몰라요” 그런다.

깡샘: 저는 말주변이 없는 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용을 세세하게 적어오는 편이다. '이 타이밍에 이런 농담을 해야지'까지 세밀하게 준비한다. 스타일에 따라 다르다.
독실: 초반에는 저희가 사전에 회의를 했다. 그런데, 그 순간에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막상 방송이 시작됐는데 아무도 토론을 하지 않았다. 스튜디오에 와서 아까 했던 얘기를 또 하기가 싫었던 거다. 그 이후로 채사장이 사전에 이야기를 못하게 한다.
채사장: 아예 모르는 얘기를 하면 경청하는 편이다. 질문을 하거나. 철학, 과학을 어느 정도 오래 공부해온 사람들이라 철학의 역사나 대충 알고 있으니까 이게 어느 지점의 어떤 내용이구나 아는 것 같다. 대본이 없어도 진행이 가능한 이유다.



Q. 방송 초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독실: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사실 달라진 걸 모르겠다. 다운로드 수 순위
깡샘: 인기가 생긴지 1년도 안됐을 걸? 작년 이맘때만 해도 40위 30위권
채사장: 저희가 차이를 잘 모르다.
독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인구의 몇%가 듣는다는 얘기 아닌가. 지나다니는 사람 중에 한번 들어봤던 사람이 있을 것이고. 유명해지니까 지나가다가 알아보는 사람 있는 거 아니냐 묻는데 정말로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
채사장: 알아보는데 그냥 독실인거야 가서 뭘 어쩔 만한 사람은 아니고.
맴버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주 방송에 나가는 데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독실

독실: 저희가 정말로 유명해지고 싶어하고 이름을 알리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면 본명을 썼을 수도 있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간접적으로 드러났었지만 우리가 대놓고 말하지 않는 이유는 그런 것들(본명, 본업)을 숨기고 익명 뒤에 숨어서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었다. 나만 그런가?
가끔 '이분 뭐하는 분인지 안다', '뭐하는 분이다' 게시판에 올리는 분들이 계신다.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하지 않는 거다. 사실 아무도 못 알아봐서 속상한 게 아니고 계속 그랬으면 좋겠다.
깡샘: 자기 이름 쳐보고 있는 것 같던데??
맴버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사장 2년 동안 지켜보니까. 맴버들이 전부 타인의 평가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게 방송을 오래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깡샘: 초반에는 방송도 많이 빠지고 그랬다. 솔직히 '이거 왜 하지?' 하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바쁘고 준비가 힘들고 그랬으니까. 작년에 방송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확실히 재미가 생겼다.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니 억지로 하는 느낌은 줄었고 확실히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하게 된다.


#김도인님결혼해주세요의 주인공 김도인

Q. 김도인님을 검색하면. #김도인님저와결혼해주세요 해시태그가 뜬다.
도인: 그런가? 인터넷활동을 잘 안 해서 모른다.
채사장: 카페에서 도인 님의 어떤 팬분이 올리기 시작하면서 카페나 페이스북에 유행어가 됐다.
도인: 좋은 것만은 같지 않다. 아무래도 혼자 여성이다 보니ㅎㅎ
채사장: 욕은 우리 셋이 먹고ㅜㅜ

맴버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Q. 방송을 언제까지 할 계획인가?
채사장: 처음에 시작했을 때도 하루하루 해 나갔던 거라서 지금까지도 그런 얘기를 안 해봤다. 많은 분들이 들어주실 때까지 하는 게 목표다. 많은 분들이 들어주시는데 저희가 해체하거나 뭐 그렇게 무책임하지는 않을 것 같다.독실: 저는 그게 없다. 지금도 혼란스럽다. 본업을 방송인으로 바꿔서 이걸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올라가고 싶은 욕심이 있을 거다. 방송을 들어주는 분들께 굉장히 감사하는 마음과 동시에 우리끼리 이야기하는 게 재미있고 이걸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어디까지 갈 거냐 물어보면 모르겠다. 더 유명해지는 것이 불편하고 많은 분들이 알아보는 것이 불편한 거다. 만약에 마음을 굳혀서 대중강연을 하는 걸로 마음을 먹는다면 달라지겠지만 지금까지는 그렇다.



Q. 팟캐스터들에게 전하는 꿀팁이 있다면?

채사장: 우선 음질이 중요하다. 음질을 크게 중요하게 생각 안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차이가 크다. 아이폰으로 하시는 분들. 웃으면 안된다. 자기네끼리 웃고 떠들면 별로다. 웃기면 웃어야 되는데 안 웃긴데 분위기를 띄워야 된다고 생각하고 계속 웃으신다. 듣는 사람은 컨텐츠를 듣고 싶은 건데. 오래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래 꾸준히 하는 것.
독실: 편집잘하는 사람 붙어야 한다. 늘어지지 않게 스피디하게 진행이 되어야 한다. 듣기 좋게 단어 단위로 따서 편집을 하는 경우도 있다. 버벅거리는 부분을 잘라내기도 하고 잡담부분도 자른다. 콘텐츠가 중요하니까. 듣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야되는 게 핵심이다.

도인: 재미로 하시는 분들은 그냥 취미생활로 하시면 되는데 팟캐스트를 통해 일정하게 청취자와 소통하고 싶다면 꾸준히 ‘일처럼’ 해라. 우린 4명이 직장이 다르니까 일정을 맞춰서 어떻게든 일주일에 한 번씩 꼭 하려고 한다.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조정하고 그러는 게 아니고.
깡샘: 규칙적으로 만나서 방송을 준비하는 게 진짜 힘들다. 일정 수준의 퀄리티를 만들어내는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열심히 준비해서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부담도 가지고. 사실 팟캐스트를 재미 삼아 하는 것을 추천해드리고 싶지 않다.


맴버들이 추천하는 지대넓얕 최고의 에피소드

깡샘: 꿀벌과 민주주의 바로듣기

독실: 세균과 바이러스 바로듣기
도인: 김도인의 선물(깨달음) 바로듣기

채사장: 티벳 사자의 서 바로듣기


팟캐스트 지대넓얕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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