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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담당하는 기자, 스케이트장 관리하는 PD

  • 입력 2016.05.24 11:52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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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 <SNL> 출연분 화면 갈무리 ⓒtvN


날카로운 비판과 고발 프로그램으로 유명했던 MBC <PD수첩>이 모욕죄 고소를 남발하는 강용석 변호사에 대한 방송을 보류했습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PD수첩은 지난 3월부터 강용석 변호사에게 모욕죄로 고소당한 피해자들을 인터뷰해왔고, 방송은 4월 초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기획은 지난 3월 말 무기한 방송 보류 결정이 났습니다.
PD수첩 제작진은 "사전 취재과정에 있던 아이템이 내부 데스킹 과정에서 채택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며 외압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PD수첩이 보여준 다양한 정치·사회 비판 아이템에 비교하면 전직 국회의원이자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강용석 변호사의 고소 남발 사건은 충분히 다룰만 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방송 아이템 기획과 선정은 제작진의 권한이므로, 실제로 내부 회의를 거쳐 보도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시청자들은 제작진의 해명을 믿지 않는 눈치입니다. 눈치를 보느라 논란이 될 만한 아이템을 피한다는 겁니다. 한때 거침없는 취재와 고발로 수많은 시청자들을 열광시켰던 PD수첩의 신뢰도가 이토록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비제작 부서로 전출된 <PD수첩> PD들

MBC는 2012년 파업기간에 시사교양국을 시사, 교양으로 분리하고 시사제작국을 신설했습니다. 2년 뒤인 2014년 10월에는 교양제작국을 해체하면서 <불만제로> 등의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PD 여럿을 아예 제작이나 취재가 불가능한 비제작 부서로 전출시켰습니다.
2010년 8월 24일 방송된 PD수첩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편에서 최승호 PD(MBC 해고, 복직 소송중)와 함께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6년차 PD는 온종일 주조종실에 앉아 방송프로그램을 송출하면서 자막을 넣는 MD업무로 전출되었습니다.

▲2009년 6월 2일 방송된 PD수첩 ‘봉쇄된 광장, 연행되는 인권’ ⓒMBC PD수첩 화면 갈무리

2009년 방송된 PD수첩 ‘봉쇄된 광장, 연행되는 인권’ 편은 그해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우수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당시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했던 강지웅 PD는 해고되었고 입사 15년 차인 김재영 PD는 TV편성부 MD로 보직이 변경됐습니다.
MBC PD로서 사회의 부조리를 취재하고 다녔던 많은 PD들은(PD뿐 아니라 기자, 아나운서들도) 이제 취재 수첩 대신 PPT 파일이 담긴 노트북과 사업 기획서를 갖고 다니며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어떨 때는 여의도 사옥 건물 주차를 담당하기도 합니다. 겨울이 되면 일산 사옥 앞의 스케이트장을 직접 관리하기도 하고 여의도 구사옥이나 주차장 등을 임대 관리하는 부서에서 일하기도 합니다.

▲’2012년 방송 3사 동시파업 사태와 시사점’에 나온 2008년 이후 방송3사 해고, 징계자 현황.
자료출처 : 언론노조 (2012년 12월 기준) ⓒ월간노동리뷰

2008년부터 누적된 방송3사 해고,징계자 현황을 보면 MBC는 2012년 12월까지 8명을 해고하는 등 총 223명을 징계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MBC는 시사교양국 PD뿐 아니라 기자, 아나운서, 예능PD들에게 막무가내로 부당전출이나 중징계를 남발했습니다.
2013년 ‘최양략의 재미있는 라디오’에서 진행자 최양락씨와 배칠수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통해 김재철 전 MBC 사장을 풍자했습니다. 방송이 나간 후, 당시 프로그램 연출을 맡았던 안혜란 PD는 MBC로부터 정직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안PD는 <나는 가수다>의 패널로 출연하기도 했던 베테랑 음악PD로, 이후 대법원에서 정직무효 판결을 확정받았습니다.
2015년 예능의 권성민 PD는 자신의 처지를 만화로 그렸다는 이유로 해고당했습니다. 권 PD는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해고무효가 확정되어 어제인 2016년 5월 23일에서야 MBC로 출근할 수 있었습니다.


50억을 들여서라도 언론인을 내쫓겠다는 MBC

MBC와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가 사이에 벌어진 부당징계 및 해고에 관련된 소송은 2016년 5월 현재까지 27건입니다. 이제까지 이 소송들과 관련되어 열린 재판만 66개입니다. 여기에는 PD수첩의 조능희 PD 등에 내려진 정직처분 취소, 해고무효 소송뿐만 아니라 MBC 사측이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에 제기한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도 포함돼 있습니다.

▲MBC-전국언론노조 MBC 본부간의 소송 현황 (2016년 5월까지)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MBC의 부당한 징계와 해고에 대한 판결은 대부분 사측이 패배하는 쪽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1, 2심에서 해고와 정직이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와도 MBC는 항소와 상고를 거듭하며 재판을 대법원까지 끌고 갑니다.
MBC의 변호를 맡고 있는 것은 국내 최고의 로펌들입니다. 이들의 인지대만 해도 수억 원입니다. 수십 건의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은 정직과 해고 기간의 임금을 포함하면 4~50억에 이를 것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러나 MBC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의 발언
ⓒ 뉴스타파 <MBC 고위간부의 밀담, “그 둘은 증거없이 잘랐다”>

백종문 MBC미래전략본부장이자 인사위원은 2014년 외부인사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가만 놔두면 안되겠다 싶어 MBC PD와 기자를 해고했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백종문 MBC미래전략본부장

: 4명의 집행부는 해고유지, 해고확정 유지를 해야 되고, 2명의 박성제하고 최승호 얘는 증거불충분으로 인해서 기각한다던가, 4대 2 정도가 나오는 거에 대해서는 저는 뭐든 할 수가 있지. 왜냐면 그때 최승호하고 박성제 해고시킬 때 그럴 것을 예측하고 해고시켰거든. 그 둘은.


왜냐면 증거가 없어. 걔네들이… 걔네들 후견인이야. 노동조합 파업의 후견인인데, 이놈들 후견인은 증거가 남지를 않잖아. 뭘 했는지 알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이놈을 가만 놔두면 안되겠다 싶어가지고 해고를 시킨 거에요. 해고시켜 놓고, 해고 시키면서 나중에 소송을 제기해 들어오면 그때 받아주면 될 거 아니냐.

그래서 둘은 우리가 그런 생각 갖고서 했는데, 나머지 4명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170일 파업의 응징이 있어줘야지.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면 안 돼. 근데 최소한 그런 4대 2를 만들어줄 수 있는 변호사와 변호인단이 꾸며지고, 변호인단이 진짜 이거는 자기가 사명감을 갖고, 그거는 아까 얘기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사명감 갖고서 끝까지 붙어주는 사람이 누구냐? 사람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에요. 그래서 고영주 변호사 같이 그런 분들이 해주면 좋은데 그 양반 안 되는 것이고, ◯◯ 변호사가 제일 잘 한다고 그래서 갖다 맡겼는데, ◯◯에서 졌으니까,

지금의 MBC는 정권이나 자사를 비판하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하지 않고 있습니다. 돈의 액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통제에 따르지 않는 PD와 기자들을 일단 해고, 징계, 전보시켜놓고 ‘소송하려면 해라’는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길고 긴 재판 기간을 이용해 입을 막고 일단 쫓아내고 보자는 겁니다. 이 무시무시한 언론인 숙청은 김재철부터 안광한 사장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끝없이 추락하는 MBC,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언론의 공정성을 조사한 자료.
MBC는 2011년 이후 순위권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미래연구소

MBC는 2015년 시청자평가지수(KI) 조사에서 지상파 중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신뢰성과 공정성 부분에서도 계속 지상파 꼴찌 점수를 받고 있습니다. 언론학회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미디어 어워드’를 보면 MBC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는 5~6위를 했지만, 2012년부터는 아예 순위권에 들어오지도 못합니다.

보도교양 프로그램에서 종편 4개사 전반에 걸쳐 문제가 있었다면 지상파는 MBC의 뉴스 품질 저하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잘못된 이미지 사용과 오보, 방송에 나가지 못할 영상 송출을 지적받은 ‘뉴스데스크’는 뉴스 편집과 관련된 항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MBC 뉴스의 신뢰성과 전문성 회복이 시급한 것으로 보였다

보도교양 방송프로그램의 ‘윤리적 수준’과 ‘소재 및 표현기법’에 관한 방송심의결정 분석연구

(박기묵·우형진, '방송통신연구’ (2015))


▲방송공정성 특별위원회의 활동결과보고서에 나온 국내주요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황
ⓒ방송공정성 특별위원회

MBC가 언론으로서의 신뢰와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와 MBC 사장을 제대로 선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치권력자의 측근이 경영진에 임명되는 현재의 구조로는 정치권력이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에서 공영방송사 사장 인선 등을 포함한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과반수 의결이 아닌 2/3 혹은 3/4 이상의 찬성에 의한 특별다수제 도입 등도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MBC의 의사결정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방문진 이사회의 회의를 공개하고 의사록 등도 특별한 사유 없이는 무조건 공개하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 4월 방문진은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MBC 임원 2015년 성과급 총액 결의 건을 심의하고 안건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방송에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방송에 대해 논의하고 토론하는 제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서 KBS, SBS, EBS 등 모든 지상파 방송사에는 모두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에 이런 조항이 있습니다. 그런데 MBC는 2012년 파업 이후 사측 단체협약을 없애버렸습니다.


현재 공영방송 MBC의 공정성과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져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제대로 된 언론인이 제작현장에서 모두 떠난 터라 MBC가 더이상 복원될 수 없을 거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MBC에는 아직도 빼앗긴 카메라와 취재 수첩을 찾으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 증거는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MBC 노조입니다.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는 최근 몇 년간 수많은 탄압을 받아왔습니다. 사측으로부터 업무방해죄 등의 형사고발과 195억 원에 이르는 손배소를 당했고 그 와중에 제3노조라는 어용노조까지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 무너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는 시청자가 MBC에 남아 있는 진정한 언론인을 보호하고 지켜줄 차례입니다. MBC와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는 지난 4년 동안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공정 방송 관련 모든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게다가 ‘조합의 가입 및 조합활동에 대해 방해하거나 탈퇴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조합의 홍보 활동을 보장하거나 사내 방송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조항도 삭제했습니다. 공정방송은 고사하고 아예 노조 활동과 가입을 막겠다고 나선 셈입니다.

조능희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장은 ‘너무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20대 국회는 MBC 파행사태에 대한 청문회부터 열어야 합니다. 이번에 MBC를 정상화하지 못한다면 내년 대선에서 MBC가 어디까지 망가지게 될지, 짐작조차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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