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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 입력 2016.05.23 16:19
  • 수정 2016.05.23 16:20
  • 기자명 김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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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내수활성화와 소비진작을 위해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습니다. 4일 연휴가 생기면 사람들이 돈을 더 많이 쓰지 않겠냐는 겁니다.


ⓒYTN

대한상공희소의 건의대로 4월28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5월 6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5월 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보도자료에서 “특히 금번 연휴 기간 중 정부가 5월6일(금)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것이 소비진작에 크게 기여했다"며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경제효과를 홍보했습니다.


소비진작을 위해 임시공휴일을 지정했는데 실제로 소비가 진작됐다니 임시공휴일 지정이 소기의 성과를 낸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각 유통업체의 구체적인 매출 실적 상승 수치까지 발표했습니다. 백화점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 실적이 62% 올랐다고 하네요.
그런데, 통계가 뭔가 허전합니다. 백화점, 대형마트, 가전전문점의 매출상승을 이야기하면서 전통시장의 매출은 통계에 없습니다. 산업통산자원부는 왜 전통시장을 통계에서 뺐을까요?

전통시장 상인들의 체감 경기는 정부의 주장과 조금 달랐던 것 같습니다. 이충환 수원 못골종합시장 상인회 회장은 “연휴가 길어져서 가족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평상시 주말보다 오히려 찾는 손님이 줄어든 것 같다(경인일보)”며 안타까워했습니다.

봉필규 경기도상인연합회 회장도 “임시공휴일을 통해 열린 소비심리가 2차 효과로 지역 시장으로 연결돼야만 본래 임시공휴일 지정 목적인 진정한 내수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경기일보)”이라며 아쉬워했습니다.


ⓒ산업통산자원부

영세자영업자들에게도 이번 연휴는 그다지 달콤하지 않았습니다. 연휴 전날부터 도심 식당가에는 손님의 발길이 뜸해졌습니다. 시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명숙 씨는 “(연휴 때문에 손님) 3분의 2 정도가 줄어든 것 같아요(SBS)”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SBS

갑자기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5월 6일엔 파리만 날렸습니다. 사무실이 몰려있는 을지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평일 직장인들의 점심식사와 저녁 술자리 매출이 날아갔다. 인근 외식업체 대부분이 하루치 매출을 손해 본 셈(식품외식경제)”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정부는 내수활성화를 목적으로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경제 효과의 대부분은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 대기업이 차지했습니다.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경제효과를 유통 대기업이 독식하는 현상은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던 작년 8월 14일에도 일어났습니다. 2015년 8월 17일치 <경기신문>에 실린 르포기사에 따르면 수원 팔달구에 위치한 지동시장에서는 손님을 찾기 힘들었지만, 3~4km 떨어진 AK플라자 수원점과 롯데백화점 수원점은 인파로 붐볐다고 합니다.
찾을 수 있는 전통시장의 임시공휴일 매출내역은 대기업들이 구입했다는 670억원어치의 온누리상품권(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 전부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장하는 8월 14일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내수진작 효과 총액 1조3100억원에 비교하면 너무 소소한 액수입니다.
종로 광장시장처럼 규모있는 전국의 전통시장 521곳에서 670억원을 똑같이 나눠서 썼다고 가정하면, 시장 한 곳 당 늘어난 매출은 약 1억 2859만원입니다. 광장시장에 있는 점포는 약 5,000개. 광장시장 점포 한 곳 당 늘어난 매출은 2만5719원 밖에 안됩니다.


5월 4일 유통업계 대표들과의 조찬간담회 모습. ⓒ산업통상자원부


5월4일 산업통상자원부 이관섭 1차관 주재로 열린 유통업계 조찬 간담회 참가자 목록에 전통시장 상인이나 영세자영업자의 이름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대형 유통업체 대표 6명과 이관섭 1차관, 산업통산자원부 국장 한 명 등 8명이 전부였습니다.

이 간담회에서 대형 유통업체는 연휴 동안 진행할 할인행사 계획을 소개했습니다. 정부에선 고속도로·민자도로 통행료 면제 등 내수활성화 지원책을 내놨습니다. 전통시장 상인과 영세자영업자를 위한 지원 방안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정부에서 전통시장 주변도로에서 2시간까지 주차를 허용하는 정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이는 작년 8월 14일에도 시행됐던 재탕 정책입니다. 당시 텅 비었던 수원 지동시장을 앞서 소개해드렸습니다. 전혀 실효성 없는 정책입니다.
작년의 사례를 통해 전통시장과 영세자영업자의 매출 하락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렇다 할 지원책 하나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전통시장 상인과 영세자영업자는 작년과 같이 매출 하락의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대형 유통업체의 매출상승만 집중 홍보하며 임시공휴일 지정 생색을 내고 있습니다. 정부가 말하는 '내수활성화'에 전통시장과 영세자영업자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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