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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탈출을 위한 대기업 취업 가이드

  • 입력 2016.05.10 15:53
  • 수정 2016.05.10 16:15
  • 기자명 서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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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면접장에 들어서는 순간 당락 80%가 결정된다.
2. 키 크고 종교를 가진 사람이 영업을 잘한다.
3. 형제 있는 사람이 일을 잘한다.
4. 코가 얇고 좁으면 신경이 예민하다.
5. 입술이 굵고 두툼한 사람은 성격이 단순하고 억세다.

“면접관님, 궁예세요?”
하다 하다 관상학까지 나왔다. 모 기업의 전 인사담당자가 전하는 채용 기준이다. 실제로 삼성그룹에서 26년간 인사 채용을 담당했던 위대한 아무개 씨는 위에 기준으로 2만 명 이상 취준생들의 이력서에 합격, 불합격 도장을 쾅쾅 찍었고 우리는 말 없이 울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S사에 들어가려면 키가 커야 하고, 종교가 있어야 하고, 인상이 좋아야 하고, 형제가 있어야 하고… “스펙은 다 개구라야!”라 외치는 듯한 아무개 씨는 어쩌면 스펙보다 더 엄한 호랑이 삼촌 같은 기준을 취준생에게 들이댔을지도 모른다. 헬조선의 끝은 어디일까. 대체 헬조선 탈출의 마지막 한자리 같은 대기업 취직을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자, 여기 여러분을 꽃길로 안내할 헬조선 탈출을 위한 대기업 취업 가이드가 있다.
삼성그룹 26년 인사담당 "면접장 들어서는 순간 당락 80% 결정"


조영환 AJ그룹 인재개발원장의 채용 기술 (위 링크 참조) ⓒ 잡아라잡



1.
내 의형제가 되어 줄래?

대기업은 형제가 있는 지원자를 선호합니다. 외동은 의존적이고 마마보이 기질을 가지고 있어 통제력이 떨어진다고 봅니다. 차남이나 막내가 신상품 개발은 잘하지만, 경영의 기본인 인사·재무·기획은 장남을 선호합니다.

외동의 눈엔 또 눈물이 고인다. 또르르. 그러나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우선 막둥이 동생에 대한 부모님의 의중을 물어볼까. 부모님 머리맡에 “동생이 갖고 싶다” 사랑스런 메모를 남기는 것도 꿀팁. 반응이 영 별로라면 방법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나는 자신 있게 의형제, 의남매제를 추천한다.

같은 고민에서 비롯된 질문은 아니었지만, 2012년 이와 유사한 속앓이를 했던 한 학생을 만날 수 있었다. 그의 고민은 양 동생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는데, 방법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우선 복숭아밭을 찾아야 하고 살이 잘 오른 돼지를 요리해 내어놓아야 한다. 우선 복숭아밭은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경기도 이천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해마다 9월이 되면 장호원복숭아축제를 개최한다. 복숭아도 먹고 의형제도 맺을 수 있으니 개이득 아닌가?


돼지는 직접 잡을 수 없으니 한국농촌경제연구소의 2016년 4월 관측 돼지 가격, 시세를 참고하자. 운 좋게도 올해 6월까진 돼지 사육 수가 전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5월 기준 kg 당 4,400 ~4,700원이라고 하니 합리적인 소비로 좋은 인연 맺길 바란다.

장호원복숭아축제

“'金겹살'은 옛말…나들이철에도 돼지고기값 하락”


2.
취준생이여, 귀농하라!

기본적으로 면접관은 40~50대, 농경사회를 경험했습니다. 집단의식이 있어서 조직 DNA에 해가 되는 인재는 안 뽑아요.

아무개 씨가 말하는 농경사회 DNA는 ‘집단의식이 있어 조직 DNA에 해’를 주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DNA는 어디서 구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다시 태어나는 것. 아, 환생. 다시 사람으로 태어날 확률조차 가늠할 수 없는 넘나 러시안룰렛 같은 것이다.


30대 이하 귀농귀촌 추이 ⓒ 한국농어민신문

그렇다면 귀농을 고려해보는 건 어떨까. 현재 정부는 귀농귀촌 종합센터를 운영하며 다양한 혜택을 한 아름 안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농촌으로 가기 전 주택은 ‘농어촌주택 개량자금’으로 마련하자. 이 자금은 정부로부터 적은 이자로 돈을 빌려 20년에 걸쳐 상환하는 구조. 이자는 2%의 고정 금리이며 신축의 경우 최대 2억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귀농귀촌 종합센터 홈페이지에선 빈집을 임대하거나 매입할 경우 빈집 리모델링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될 수도 있다. 평균적으로 한 세대에 200~500만 원가량의 금액을 지원. 농경사회의 본진으로 들어가 농촌의 부흥을 이끄는 앙큼한 상상을 하는 건 어떤가? 이왕이면 청년조합도 조직해 운영해 보는 걸 강추한다. 자기소개서에 청년조합 이력 사항을 적어 내며 면접관의 심장을 마구 폭행해보자.
귀농귀촌 종합센터


3.
종교에 몸을 맡기자.

삼성화재 근무 시절 조사를 한번 했어요. 상위 20% 영업실적 직원 200명, 하위 20% 실적 직원 200명을 가른 차이가 무엇이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세 가지 결과가 나왔어요. 영업실적이 좋은 직원은 키가 크고 끈기가 있으면서, 종교가 있는 사람입니다.

신앙심과 별개로 종교를 갖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가까운 교회가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일요일 낮잠 잘 시간을 쪼개 교회로 출동! 교회의 이점은 수많은 형제, 자매들을 단시간 내 신속하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교회가 별로라면 성당도 멋진 선택. 핵 멋진 세례명을 얻어 자기소개서에 과시해보는 건 어떨까. 낮잠을 포기할 수 없다면 불교도 좋다. 간 안된 절밥은 견뎌내기로 한다. 선택 시 신중해야 할 점은 이단으로 분류되거나 사이비로 추정(?)되는 종교는 오히려 취업에 독이 된다는 점. 의욕만 앞세우고 볼 일이 절대 아니다.
2014년 중국 정부와 공안부가 발표한 사이비종교 명단


4.
키 높이 수술을 받자.
아무개 씨의 채용 영웅담을 보면 키가 큰 직원이 영업 실적이 좋다는 걸 단박에 알 수 있다. 키를 키우는 방법은 키가 큰 부모님 밑에서 다시 태어나는 방법을 추천하나,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그럴 땐 의느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


키 연장 수술을 받은 모습 ⓒ 일요신문

현재 키 크는 수술은 단번에 키를 늘리는 방법과 서서히 늘리는 방법이 있다. 단번에 늘어나는 수술은 다리뼈를 잘라 그사이를 골반 뼈로 메운 뒤 금속으로 고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서서히 늘리는 방법은 뼈를 자르고 서서히 잡아당기면 그사이에 뼈가 다시 생기는 원리. 후자의 경우 현재 키의 30%를 늘릴 수 있으나 보험이 되지 않는다. 가격은 천만 원 이상. 이게 비싸다고? 대기업에서의 당신의 미래를 그려보라. 상상 속 당신은 웃고 있지 않아? 그러나 수술 후 만족도가 높지 않아 의사조차 키 크는 수술을 만류하는 추세. 대기업 취업이란 정말이지 멀고도 험하다.
“키 크는 수술을 받고 싶습니다.”


5.
혈액형을 바꾸자

혈액형도 O형은 외근, A형은 내근이 어울립니다. 그렇게 배치하면 성과가 납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지만, 혈연왕국 헬조선에서 피가 문제 될진 몰랐다. 타고난 피는 어떻게 바꿀 것인가. 다행히도 2015년 6월 A, B형 혈액형을 O형으로 바꾸는 기술이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를 소개한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따르면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 혈액 연구 센터의 데이비드 콴 박사가 RH(-) O에 의존하는 기존 수혈을 더욱 원활하게 하고자 이와 같은 연구를 진행했다고.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에 있는 항원에 의해 결정된다.

혈액 타입은 적혈구 표면에 있는 항원에 의해 결정된다. 콴 박사는 효소를 이용해 혈액의 항원을 제거하는 기술을 15년 동안 연구해왔으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이렇게 되면 A, B형은 O형으로 새롭게 태어나 외근에 최적화된 상태로 전환(?)된다는 것. 없던 사교성이 갑자기 생긴 친구가 있다면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는구나 눈 한 번 질끈 감아 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문제는 혈액의 항체를 제거하는 효소를 개발하기 위해선 앞으로 수년간의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기업 외근직을 준비하는 A, B형의 취업준비생들은 어쩔 수 없이 몇 년의 허송세월을 더 보내야 한다. 오직 그 기다림으로 집에 누워 하루를 버텨내자. 대기업 취업만 된다면 뭔들. 상상 속 부모님의 웃는 얼굴이 보인다.

“혈액형 전환 기술, 수년내 사용 가능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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