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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어버이연합 : 그 위대한 역사

  • 입력 2016.04.25 16:34
  • 수정 2016.04.27 17:40
  • 기자명 임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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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2만원이라고 우습게 보지 마라. 너는 한번이라도 청와대로부터 애국페이를 받아본 적이 있느냐.

2006년 5월 8일. 자나깨나 나라걱정에 잠못이루는 어르신들이 뭉쳤다. 그 이름도 찬란한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하 어버이연합)의 탄생이다. 호시탐탐 적화통일을 노리는 친북좌파 세력으로부터 나라와 민족을 보호하겠다는 일념으로 결성된 대한민국 1등 애국보수 단체! 세간에선 ‘가스통 할배’로 불리며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지만 이분들은 누가 뭐래도 자신의 안위보다 대한민국의 번영을 우선 시하는 진정한 애국자들이다. 오늘도 도탄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니는 어버이연합의 위대한 구국 연대기.


1. 2009년 4월 - 북한 미사일 화형식 퍼포먼스

2009년 4월 5일 오전,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집에서 출동명령을 대기하고 있던 어버이연합회 회원들이 광화문에 모여 ‘북한 미사일 화형식’을 거행했다. 이 사건이 잘 기억이 안나는 분들도 아래 사진을 보면 '아~ 저거?ㅋㅋ’ 할 거다. 일명 ‘전설의 소드마스터’ 짤로, 어버이연합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 놓은 짤이다.

(경찰에게 불방망이를 휘두른 이유는 ‘경찰이 소화기로 불을 끄려 해서’였다. 어떤 회원은 경찰이 시너를 뺏었다고 경찰 멱살을 잡기도 했다.)



2.
2009년 9월 -김대중 전 대통령 부관참시 퍼포먼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되자 이에 격노한 애국보수 어버이연합회 어르신들이 DJ 묘소를 파헤치겠다며 난동을 부린 사건이다. 당연히 현충원 진입엔 실패했다. 그러나 쉽게 분노가 가시지 않은 우리 애국자 어르신들, 그 자리에서 부관참시라는 끔찍한 퍼포먼스를 벌인다. 현장에서 오간 명언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현충원에 안장되는 것은) 친북세력의 알박기’, ‘국가반역자 DJ 국장, 현충원 안치 취소’, ‘김대중을 파내고 우리가 그곳에 묻히겠다’ 등이 있다.



3. 2009년 12월 – 안보강연회 막말 사건

몇 년 전만 해도 어버이연합회에선 매일매일 안보강연회가 열렸다. 이른 바 '정신무장'(이라고 쓰고 세뇌라고 읽는다)으로 불리는 교육강연으로 내공이 깊지 않은 사람이 들었다간 삽시간에 애국보수화 될 정도로 그 강도가 혀를 내두르는 수준이라 한다. 애국자들 모임답게 강연을 시작하기 전 순국선열을 위한 묵념을 하는데, 묵념 대상에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반드시 제외하는 특징이 있다. 당시 오간 대표적인 명언을 보면 어버이연합이 어떤 단체인지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15·16대 두 도둑놈 빼고 나머지 순국선열을 위해 묵념”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박정희밖에 없다. 5.16은 군사혁명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오늘날 우리에게 컵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게 해주셨다.”




4. 2010년 1월 – 대법원장 화형식 퍼포먼스

어르신들이 내뿜는 정의의 분노는 그 대상이 사법부라고 해서 사그라들지 않는다. 이른 바 ‘PD수첩 광우병 보도 사건’ 무죄판결에 불만을 품은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대법원장의 관용차에 계란을 투척하고 문성관 판사와 이용훈 대법원장 화형식을 거행해버린 것! 대법원장이 직접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정도로 파급력이 컸던 이 초특급 퍼포먼스는 안타깝게도 사전 집회신고를 하지 않아 진보단체들로부터 고발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5. 2010년 4월 – 아사달노인회 무차별 폭행 사건

평화로운 주말, 서울 종묘공원 관리사무소 앞에서 아사달노인회 회원들이 모여 ‘천안함 사고는 북한과 관련 없다’는 내용의 좌담회를 열고 있었다. 그때 주변을 배회하던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응? 천안함이 북한과 관련이 없어? 저놈들 완전 종북 아니냐?’하고 밑도 끝도 없이 달려들어 아사달노인회 회원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한 사건이다. 피해자만 10여 명에 달했는데 이 사건에 대해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은 ‘천안함을 미국과 연결시키려 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맞을 짓을 했으니 때렸다’는 것.



6. 2010년 12월 – 서울시의회 본회의장 난입 사건

서울시의회가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을 재의결한다는 소식에 분개한 어버이연합 회원 30여 명이 시의회 본회의장에 난입, 관계자들과 기자를 폭행한 사건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다짜고짜 들이닥쳐 ‘무상급식은 빨갱이’를 외쳤다고 한다. 그 후 가해자 1명이 경찰조사에서 ‘노인들이 애들 뺨 한 대 갈긴 것이 죄가 되느냐?’는 명언을 남겼다고 한다.



7. 2011년 8월 – 백기완 선생 백주대낮 테러 사건

진보진영의 큰어르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덕수궁에 위치한 ‘희망단식농성장’에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마침 주변을 배회하던 어버이연합 회원들이(어버이연합 어르신들은 늘 우리 곁에 계신다) 백기완 선생을 발견했고, 마치 먹이를 노리는 짐승처럼 달려들어 우산으로 폭행하는 등 백주대낮에 테러행위를 저질렀다. 폭행 당시 회원들이 ‘백기완이 왔다’, ‘골통을 깨부숴라’고 외쳤다고 한다.



8. 2011년 10월 – 박원순 ‘이년 나와라’ 사건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의 일이다. 박원순이 서울시장이 되면 대한민국 수도가 북한에 통째로 넘어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던 애국자들이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후보 캠프 앞에 모여 농성을 벌였다. 근데, 이 과정에서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박원순 시장을 향해 ‘박원순이 이년 나와라!!!’라고 구호를 외쳤다. 박원순이 여자인 줄 알았던 것. 시위 전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프로필은 꼭 챙겨봐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사건이었다.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침을 뱉기도 했다.)



9. 2011년 11월 – 노무현 전 대통령 부관참시 퍼포먼스

어버이연합 연대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결정적 사건이다.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미FTA 비준안 처리 촉구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 6명의 가면을 쓰고 벌인 부관참시 퍼포먼스. 진행자가 ‘지옥에 있는 노무현 나와라!’라고 외치자 노 전 대통령의 가면을 쓴 사람이 관에서 나와 ‘왜 내가 하려던 한미FTA를 막느냐’며 야당 의원들을 꾸짖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10. 2013년 8월 – 전순옥 국회의원 폭행 사건

그날도 보람찬 애국집회를 마치고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가던 어버이연합 어르신들. 때마침 눈에 거슬리는 장면이 있었으니, 바로 고 전태일 열사의 동생으로 유명한 전순옥 국회의원이었다. 당시 전 의원은 국정원개혁을 촉구하는 거리홍보 중이었는데 만취한 채 달려드는 애국자들의 사나운 손짓을 차마 피하지 못하고 길바닥에 나부라져야 했다. 가해자 3명은 그즉시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는데 어버이연합은 이에 반발,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었다. ‘힘도 없는 70세 노인이 밀어봤자 얼마나 다쳤겠느냐’, ‘전순옥 의원은 오바하지 마라’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현수막엔 ‘툭 치지도 않았는데 억 하고 넘어진 전순옥 의원님’이라는 개드립을 넣어 공분을 사기도 했다.



11. 2013년 12월 – 문재인 의원 화형식

문재인 당시 국회의원이 차기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자 이에 대노한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문재인 인형’을 만들어 화형식을 치러버린 사건이다. 당시 발표한 성명서를 보면 우리 어르신들이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도대체 민주당은, 그리고 문재인이란 작자는 무엇을 위해 숨 쉬는 존재들인가?'

‘김대중-노무현 정권과 한통속이 되어 북한에 그토록 퍼다 주고 얻어맞은 것도 부족해 기어코 이 나라를 북한에 넘겨줘 빨갱이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것인가?’




12. 2014년 7월 – 세월호 막말 사건 1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째 되던 날. 어버이연합은 나라 경제를 좀먹는 세월호특별법을 저지하기 위한 집회를 열고 있었는데 멀찍이 이 집회를 지켜보던 청소년 두 명이 답답한 마음에 그만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이에 어르신들이 달려가 이 둘을 에워싼 채 ‘유족도 아닌 것들이 쇼를 한다’, ‘간첩이 시켰냐’, ‘이정희가 시켰냐’는 애정어린 조언을 건넸다. 이 자리에서 ‘세월호는 해상교통사고’라며 ‘(세월호 피해자들은) 교통사고로 죽은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해 또 공분을 샀다.



13. 2014년 8월 – 김진요 : 폭식투쟁 사건

‘김영오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세월호 유가족 ‘유민아빠’ 김영오 씨에게 제기된 의혹을 밝혀야 한다며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결성한 단체다. 이른 바 김진요다. 어르신들이 요구한 진실은 거창하지 않았다. 두 개만 소개한다.

"애들 양육비 20만원 10번밖에 안 보냈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딸들 똥기저귀 한 번도 갈아준 적이 없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이게 대체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거랑 무슨 관련이 있냐'는 항의가 잇따랐지만, 우리 같은 범인이 애국자들의 깊은 속내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는 법. 당시 대한민국 1등 언론 조선일보에서도 김영오 씨가 ‘고급 취미’인 곡궁(월 3만원)을 즐겨한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할 만큼 그들에겐 김영오 씨의 진실을 밝히는 게 중요한 일이었다. 사진은 김영오 씨의 단식투쟁에 맞서 단식투쟁 중인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짜장면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



14. 2014년 12월 – 오군 황산테러 지지 발언

황선, 신은미 토크콘서트에서 황산테러를 저지른 일베회원 오군이 잡혀 들어가자 어버이연합 등 보수시민단체들이 모여 오군 석방을 촉구한 사건이다. 참고로 어버이연합에선 ‘오 열사’라고 칭했는데 사건 이후 황선, 신은미 씨가 기자회견을 열려고 하자 당일 예정된 장소로 찾아가 ‘불을 질러버리겠다’며 위협을 하기도 했다. 오군 테러 사건에 대해서도 ‘빨갱이들이 하는 말을 막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었다’고 '소신 있는' 발언을 했다.



15. 2015년 4월 – 세월호 막말 사건 2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세월호 선동세력 규탄 집회’를 연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유가족들을 향해 가차없는 비난을 날린 사건이다. 곳곳에서 ‘본업으로 돌아가라’, ‘그렇게 인양하고 싶으면 니들 돈으로 하라’는 명언이 쏟아져 나왔다.



16. 2015년 10월 - 정용근 혜화경찰서장 폭행 사건

박근혜 정부가 비밀리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 작업을 하기 위한 TF팀을 운영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해당 사무실 앞에 모여 국정교과서 지지 시위를 하던 어버이연합 회원이 정용근 혜화경찰서장을 물병으로 때린 사건이다. 가해자는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는데 조사에서 ‘경찰인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아니면 때려도 된다는 건지 많은 이들에게 크나큰 의문을 남긴 사건이었다.



17. 2015년 10월 – 전국역사학대회 난입 사건

역사학계 최대행사로 불리는 ‘전국역사학대회’도 어버이연합의 타겟을 피해갈 수 없었다. 당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명을 발표하기 위해 모인 역사학자들을 향해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주옥 같은 막말을 쏟아냈는데 그 유명한 ‘서울대 폐지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역사학자들은) 지적장애자들”

“나쁜교과서를 만든 나쁜 교수들의 본산, 반역자를 가장 많이 길러낸 서울대를 폐교해야 한다."




18. 2016년 1월 – 김주하 앵커 규탄 사건

지난 1월 18일, 국회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박근혜 대통령께서 손수 그 이름도 거창한 ‘민생 구하기 경제 입법 촉구 천만인 서명운동’에 서명했을 때였다. 당시 MBN의 김주하 앵커가 이 소식을 전하며 ‘별의별 방법으로 국회에 법안처리를 호소하다 이제 서명운동에까지 동참한다’고 발언했는데 이에 격노한 어버이연합이 김주하 앵커 퇴출 시위를 벌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위를 취재하던 기자들이 어버이연합 회원들에게 ‘김주하 앵커가 누군지 아느냐’고 묻자 ‘내가 어떻게 아냐’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이어서 이런 말도 했다고 한다.

"대통령을 미워하면 우리나라 국민이 아니다. 북한으로 가면 된다."




19. 2016년 1월 – 박근혜 정부 위안부 협상 사죄 퍼포먼스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 정부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위안부 합의를 한 후 논란이 거세지자 어버이연합이 화력지원 차 지지 집회를 연 사건이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와 기시 노부스케 가면을 쓴 채 소녀상을 향해 사죄를 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의 졸속 위안부 합의를 비난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종북으로 규정한 어버이연합은 본인들도 일본이 한 짓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일본놈들이 (조선 사람을) 위안부로 끌고 갔듯이 우리도 (일본인을) 끌고 가서 그짓을 하고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20. 2016년 4월 – JTBC 선전포고 사건

지난 4월 20일,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을 지원해 왔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JTBC 단독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어버이연합이 시위에 ‘일당 알바’를 동원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 9일만이었다. 이에 추선희 어버연합 사무총장은 JTBC에 ‘24일부터 홍석현 회장(JTBC 회장) 화형식을 매일 거행하겠다’는 충격적인 퍼포먼스를 예고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발언을 한 이틀 뒤 시사저널에서 ‘어버이연합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집회를 열어 왔다’는 핵폭탄급 보도가 터져 화형식은 무산됐고, 청와대 연관설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전경련에 1억 2천만원을 지원받은 사실이 있다’고 말하며 JTBC의 단독 보도가 아주 훌륭한 팩트 기사임을 인증하기까지 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의 역사를 보면 애국자의 반열에 선다는 게 얼마나 험난한 길인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시국에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의 핵심 간부들이 잠수를 탔다고 한다. 오늘 어버이연합의 핵심 추선희 사무총장도 본인 명의의 휴대폰 3개를 모두 착신 정지해 놓은 상태라고 전해졌다.

추선희 사무총장님, 어디가셨습니까. 어버이연합이 없는 대한민국은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습니다. 어서 모습을 드러내 다시금 종북좌파세력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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