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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덕후가 되려면 꼭 마셔봐야 한다고?

  • 입력 2016.04.16 10:21
  • 수정 2016.04.16 10:22
  • 기자명 이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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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맥주 리뷰를 하면서, 제 주관적인 입맛으로 마시고 평하는 것이 이 맥주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무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수없이 테이스팅을 하고 연구와 노력으로 만들어내는 맥주일텐데 말입니다. 게다가 저는 전문적인 평론가도 아니고 단지 소비자로서 맥주를 즐겨 마시는 사람일텐데 제가 평가 내릴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시서론(Cicerone)이라고 불리는 공인 전문가가 있습니다. 와인에서의 소믈리에와 비슷하게 전문적인 평가 기준을 거쳐 맥주 전문가로 인정받은 사람들입니다. 비록 저는 맥주 제조가도, 시서론도 아닌 그저 맥주에 푹 빠진 덕후에 불과합니다. 그러니까 제 글은 엄연히 말하자면 평가가 아닌 권유정도에 불과하단 말씀을 드리며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비슷한 맛의 국산 맥주를 벗어나 수입맥주의 매력에 푹 빠지고 싶으신 분들, 그러나 어떤 맥주를 어디서 살 수 있고 또 무슨 맛일지 몰라서 맥주 덕질을 시작하지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제가 다 일일이 먹어봤습니다.

그리고 계속 새로운 맥주들을 먹고 있는 중입니다.

Chapter #1 대형마트 / 편의점 맥주

Chapter #2 맥주창고 / 일반펍 맥주

Chapter #3 보틀샵 맥주

Chapter #4 빈티지 에일

오늘은 세계 최고의 변태 맥주 브루어리중 하나인 발라스트 포인트(Ballast Point) 브루어리의 제품들을 리뷰하겠습니다. 발라스트 포인트는 미국의 맥주 브루어리 입니다. 스컬핀(Sculpin)을 비롯해서 수많은 매니아들이 사랑하는 맥주입니다. 비록 일반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제품들은 아니지만 비마클(비어마스터 클래스)를 비롯한 맥주 덕후들에게는 독보적인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는 맥주 제조사입니다.
낚시광인 창업자 Jack White와 Yuseff Cherney가 창업하였으며, 낚시광인 만큼 맥주 보틀 라벨에 물고기를 넣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모든 라벨이 물고기는 아니고, 가끔 해골 -_-; 라벨도 출몰 합니다.
아무튼, IPA를 비롯한 국산맥주에서 느끼지 못한 새로운 매력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제품을 생산해내고, 훌륭한 맛 만큼이나 수많은 팬을 갖고있는 발라스트 포인트의 맥주를 모아 소개하겠습니다.
언제나 믿고 마시는 발라스트 포인트(Ballast Point)의 제품들. 지금부터 리뷰 시작합니다.


1. 스컬핀 IPA (SCULPIN IPA) / 7%


스컬핀은 IPA, 즉 인디아 페일 에일(India Pale Ale) 스타일의 맥주입니다. IPA라고 하는 장르에 대한 설명을 먼저 하겠습니다.
19세기, 인도를 점령한 동인도회사 영국인들에 의해 발전한 맥주 장르인데요, 영국 본토에서 인도까지 물자를 옮기는 과정에서 유독 맥주의 변질이 심했습니다. 따라서 그 뜨거운 적도선을 넘으면서도 변질되지 않은 상태로 유지될 수 있는 맥주의 제조에 대한 고민이 시작됩니다.
맥주는 크게 보아 맥아(몰트), 홉, 효모를 재료로 만들어집니다. 맥주의 향과 맛의 보조를 위해 첨가했던 홉이 맥주를 더 오래 보존하도록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영국인들은, 이후 일반적으로 제조되던 맥주보다 더 많은 양으 홉을 때려박은 맥주를 만들어 영국 본토에서 인도대륙으로 운반합니다.
쌉쌀한 맛이 더 강한, 특이한 풍미가 나는 맥주. 그것이 IPA 입니다. 그리고 이 스컬핀이라는 맥주는 그 IPA를 대표하는 아주 맛있는 맥주입니다. 홉의 강렬한 풍미를 느끼실 수 있는 맥주입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쌉쌀하다 못해, 생홉을 우적우적 씹어야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비릿함까지 느껴집니다.
시트러스의 향긋함과 쌉쌀함이 조화롭게 퍼지는 완벽한 맥주. 레이트비어 평점 100/100점의 완벽한 맥주입니다.


2. 이븐 킬 (EVEN KEEL) / 3.8%


세션 IPA (Session IPA) 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1차 세계대전 시기, 영국에서 노동자들의 쉬는 시간(Session)에 제공하던 맥주를 뜻합니다. 즉 새참같이 마시는 낮은 도수의 맥주를 뜻하는 용어입니다. 세션 맥주를 두번째로 소개하는 건 일반적으로 발라스트 포인트사의 맥주들이 고도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술이 약한 분들이 지레 겁먹고 접근키 어려우실까봐 처음으로 접하기 쉬운 저도수의 맥주를 소개합니다. 부드러운 헤드(거품)이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그 유지력 또한 좋습니다. 하지만 이 맥주에 대해 약간은 불만인 점이 강력한 어떤 포인트가 없다는 점, 그렇기 때문에 세션 맥주로 만들어졌긴 하겠지만.
발라스트 포인트의 맥주를 처음 접하시는 분에게는 추천합니다. 맥아보다는 홉에 중점을 두어 홉만 죽어라고 때려박은 맥주입니다만, 단지 쌉쌀한 맛 외의 깊은 맛이 너무 행복한 그런 맥주입니다. 첫 맥주로 드시거나, 끝 맥주로 마무리 하시기에 좋습니다. 강추합니다.


3. 도라도 (DORADO) / 10%



IBU(International Bittering Units)라고 하는 수치가 있습니다. 맥주의 쓴맛을 나타내는 수치인데요, 한국인들이 주로 먹는 국산맥주의 IBU는 10~14이고 일본의 아사히 슈퍼드라이는 IBU17입니다.
이 도라도 더블 IPA는 IBU가 무려 90입니다. 즉, 입에 머금고 넘기고 남는 끝맛, 즉 피니쉬 까지 쌉쌀한 홉이 느껴지는 맥주라는 뜻입니다. 비록 지속력은 약해서 아쉽지만 헤드(거품)은 적당히 풍성했고 쌉쌀한 홉향 이외의 다채로운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향도 매력적입니다.
그러면서도 몰티한 맥아의 단맛도 언뜻 느껴졌고, 생동감있는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도수인 점을 제외하면,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추천하고 싶은 아주 좋은 맥주입니다.


4. 그루니언 (GRUNION) / 5.5%




도수가 5.5% 가볍게 드실 수 있는 맥주입니다. 역시 레이트 비어 평점은 98/99로 압도적인 호응입니다.
페일에일 치고는 상당히 라이트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정적입니다. 평이하게 넘어가는 풍미가 낮맥으로 아주 좋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쌉쌀한 홉의 맛보다는 시트러스가 더 강한듯 해서 가볍게 즐기시기 좋다고 생각합니다. 헤드의 지속력이 약한 것은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신에 탄산이 강해서 캐주얼하게 마시기 참 좋은, 아주 좋은 맥주라고 생각합니다.



5. 칼리코 (CALICO) / 5.5%


앰버에일입니다. 홉의 쌉쌀한 맛보다는 몰티(맥아의 달달한 맛)이 더 중점적으로 강조된 맥주입니다. 시트러스(과일풍미)또한 약하지만 맥아 특유의 들큰하고 고소한 맛이 인상적입니다. 어떤 매니악한 맛 보다는 전체적인 밸런스가 훌륭해서 “잘 넘어간다”는 평이 압도적입니다.
밸런스 좋은 맥주, 그게 최고죠. 잘 넘어가고, 기쁘게 느껴지는 그러한 맥주. 발라스트 포인트 맥주는 대부분 추천합니다만. 이 맥주 역시도 강추합니다. 생산이 시작되고 엄청 빠른 기간안에 한국에 수입된 맥주입니다. 맛있으니 그렇겠죠.


6. 펌킨 다운 (PUMPKIN DOWN) / 5.8%




몰트의 달달한 맛과 시나몬의 짜릿한 맛도 나는데 바디감은 심지어 묵직합니다. 묘하게 맞추어진 밸런스가 너무나 인상적입니다.
스코티쉬 에일에 호박만 넣었는데, 미량의 호박으로도 이렇게 구수한 풍미가 느껴지는 것이 너무나 놀라울 따름입니다. 어쩜 이렇게 묘한 맛을 잘 이끌어내는지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에요. 정말 다양한 시트러스가 잘 조화된 맛. 정말로 행복한 맛입니다. 강추합니다. 비록 유-명한 가을맥주이긴 하지만.


7. 파인애플 스컬핀 (PINEAPPLE SCULPIN) / 7.0%




천연 파인애플이 가미되어 있는 맥주입니다. 보통 과실이 추가된 맥주는 맛이 없기에 외면하고 있다가 레이트비어 평점이 97/97 이라는 흥미로운 결과에 먹어본 맥주입니다.
결론은 과실이랑 원 레서피의 맥주랑 너무 잘 어울린 맛에 크게 놀랐습니다. 화사하고 경쾌한 아로마가 인상적인 맥주입니다.
하지만 미량 첨가된 시트러스가 전체적인 바디감을 잡아주는 홉 맛을 방해한다는 아쉬움이. 나쁘게 이야기하면 스컬핀에 파인애플 맛 쿨피스를 탄 맛이고, 좋게 이야기하면 홉맛만 지배적인 스컬핀에 생기를 불어넣는 새로운 시트러스의 등장이고. 뭐 그렇습니다.



8. 텅 버클러 (TONGUE BUCKLER) / 10.0%


화려하게 마지막을 수놓기에 완벽한 좋은 맥주입니다. 아까 이야기한 IBU 기억하실런지… 이 맥주의 IBU (쓴 맛을 나타내는 수치)는 무려 107입니다. 입안가득 쌉쌀한 맛이 오래도록 남습니다. 홉덕들은 반드시 이 맥주를 드셔야 합니다. 심지어 라벨은 혀가 잘려나간 선원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쌉쌀한 맛이 일품이라는 뜻이겠지요.
레드에일 특유의 보들거리는 질감이 살아있는 아주 좋은 맥주입니다. 강추합니다. 느끼한 음식과 페어링 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9. 빅토리 앳 씨(VICTORY AT SEA) / 10.0%



스컬핀과 마찬가지로 레이트비어 평점 100/100을 찍은 아주 훌륭한 맥주입니다.
엄청 고도수에요. 10도. 마시기 전 약간 짭조름한 향이 올라옵니다. 간장향 같은. 탄맛과 홉의 쓴 맛, 달달하게 몰티한 향이 미친듯이 아름답게 어우러집니다. 마치 달큰씁쓸한 커피향 가면을 쓴 괴한에게 뺨을 얻어 맏는듯한 그런 복잡한 풍미입니다. 너무 좋았던 기억이라 뭐라고 표현하기도 어려운 그런 좋은 맥주. 초콜릿의 달달한 맛도 느껴지고, 너무나도 다채롭게 아름다운 맥주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맥주덕후라면 반드시 이 발라스트 포인트(Ballast Point)사의 맥주를 거쳐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여태 리뷰한 이 맥주들 말고도 많은 발라스트 포인트의 맥주가 있습니다. 발라스트 포인트사의 맥주는 무조건 믿고 드셔도 좋다고 단언합니다. 많이들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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