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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기독당: 혐오의 종교, 혐오의 정치

  • 입력 2016.04.13 15:15
  • 수정 2016.04.13 15:28
  • 기자명 임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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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혐오
최근 인터넷 서핑 중 흥미로운 동영상을 발견했다. 아니, 흥미라기보단 구역감에 가까운 것 같다. “염안섭 원장이 밝힌 에이즈와 동성애, 충격적 진실”이란 제목의 이 동영상은 국내 유일의 HIV 감염인 장기요양병원이었던 ㅅ요양병원의 ㅇ원장이 한 대형교회에서 한 강연을 녹화한 것이다.



굳이 듣고 싶은 분들을 위해.. 링크



그러나 이 강연은 그런 직함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엉터리 강연이었다. 그는 차별금지법으로 인해 수간, 시간이 횡행할 것이라 주장한다. 차별금지법과 전혀 관계없는 흑색선전이다. 또 에이즈 바이러스가 뇌세포를 갉아먹어 서른 살만 돼도 6, 70대 노인처럼 된다고도 말했다. 최근 감염인들의 기대 수명은 비감염인과 거의 차이가 없으며, 의학적으로 근거 없는 주장이다.
그는 근거 없는 공포와 혐오를 조장하고 있었고, 강연을 듣는 교인들은 의식 없는 인형처럼 “아멘”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병원이 성추행, 인권 침해 논란 등이 불거지며 정부의 실태조사를 거쳐 시설위탁 지정이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강연에서 ㅇ원장은 본인이 환자들이 병실 등에서 무차별적으로 성관계를 하는 것을 막고자 했고, 되레 이것이 인권 침해라는 이유로 고발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KBS 추적 60분 등 언론이 보도한 정황을 보면 해당 병원은 위생 불량, 전원 지연, 사실상의 감금, 막말과 폭행 등이 횡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양병원 측은 이 보도가 허위사실이라 주장했다. - 관련기사 링크)
“요양이 아니라 사육이었다” 들어가면 바보 되는 에이즈 요양병원, 한겨레




혐오의 종교
기독교는 본디 조건 없는 사랑의 종교를 자칭하였으나, 오늘날의 작태를 살펴보면 사랑보다는 혐오의 종교라는 표현이 훨씬 잘 어울릴 것이다. 기독교계가 최근 대외적으로 가장 목소리를 크게 내는 부분은 동성애 반대와 할랄단지 조성 반대일 것이다. 모두 배척하고 적대하는 것들이다.



지난 1월 28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열린 익산 할랄식품단지 반대집회




지난 2014년 퀴어퍼레이드 반대집회에 등장한 '동성애반대' 구호



더욱이 문제는, 이처럼 강경한 주장의 근거가 빈약하거나 왜곡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교인들이 모인 ‘단톡방’은 언제부턴가 저질 찌라시의 주요 유통처로 전락했고, 그들은 ‘긴급기도’ 등의 말머리를 붙여 왜곡된 자료를 적극적으로 실어나른다.


교회발 ‘찌라시'(지라시·Chirashi[散])라 불리는 정보들은 SNS와 카카오톡을 타고 정기적으로 대량 유포된다. 폭발 사고로 숨진 이들의 사진은 기독교인들을 화형시킨 박해 장면으로 오도되고, 반정부 운동을 하다 처형된 이의 사진은 기독교 순교자의 마지막 모습으로 둔갑되었다.
영국에서 전도 활동을 하다 체포된 토니 미아노 목사의 사례는 “동성애가 합법화되면 설교하다가 잡혀간다”는 프로파간다로 활용되곤 했다. 그는 길거리에서 동성애 혐오 설교를 하다 경찰에 체포되었다. “목사가 설교하다 잡혀갔다,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기독교는 박해받는다”는 단순한 레토릭은, 공포심과 위기감을 조장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토니 미아노 목사가 체포된 명확한 이유는 교묘히 은폐했다.
동성애 관련 교회발 ‘찌라시’는 허구, 뉴스앤조이 - 기사 링크


그들은 교묘한 은폐와 레토릭을 구사하고, 엉뚱한 자료를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데 가져다 붙인다. 심지어 아예 대놓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은 ‘특정 국가가 동성 결혼을 거부하는 것이 유럽 인권 협약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동성 결혼은 더이상 인권이 아니’라고 엉터리로 해석하고, 급기야는 ‘동성결혼을 더이상 합법화하지 않겠다’는 초월적 해석까지 내놓았다. 이런 엉터리 거짓말은 흥미롭게도 이 단체뿐 아니라 기독교 계열 언론 – 기독일보나 크리스천데일리 – 등에서 검증 없이 그대로 실어날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또 “미국에서는 동성결혼을 정상으로 인정하지 않는 연방항소법원의 결정이 있었다”고 말하는데 이 주장을 뒷받침할 비슷한 판결조차 찾아볼 수가 없다.
어느 기독교단체의 동성애 반대, 슬로우뉴스 - 기사 링크


할랄 단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교인들이란 사람들 사이에 거짓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닌다.


‘할랄음식을 만들 때는 무슬림만 참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런 주장이 제기된 건데, 확인 결과 이건 사실과 달랐습니다. (중략) 실제 농심 신라면이나 오리온 초코파이, 대상의 김치 등이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인데요. 무슨 무슬림으로 구성된 전담 생산반이 있는 게 아닙니다.
전통적으로는 무슬림 도축인이 기도를 한 뒤 살아있는 가축의 목을 칼로 한 번에 그어 피를 빼내서 가공한 것만 할랄 고기로 인정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과정에서 ‘무슬림 종교인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이들이 대거 가족을 데리고 들어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건데, (중략) 익산 식품단지에는 기본적으로 도축장이 들어설 수 없다. 그러니까 굳이 도축을 위해서 무슬림 인력이 필요한 건 아니다.
[팩트체크] 익산 ‘할랄 단지’ IS 괴담, 학인해보니…, JTBC - 기사 링크


이는 기독교계의 움직임을 ‘반대’가 아니라 ‘혐오’라 불러야 할 중요한 이유다. 그들의 반대에는 근거가 없다.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이 없다. 다만 차별을 조장하고 선동하는 목사의 강연에 “아멘”만을 반복할 뿐이다.




혐오의 정치
총선마다 반복되는 기독교계 정당의 원내 진입 시도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단순히 동성애 반대나 이슬람 반대를 내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하건만, 심지어 그들은 이성적이지도 않다.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가 대표고문으로 있는 기독교계 대표정당, 기독자유당의 이번 총선 선거공보물을 살펴보자.





[동성애 법제화 반대] 에이즈(HIV 감염)를 유발하는 동성애 반대

동성애는 특정 질환들(에이즈, 성병 등)을 유발하는 위험한 행동

동성애는 치료비용을 포함한 막대한 사회비용을 초래하는 행동

(일인당 약제비만 월 평균 300만원 국민 세금 100% 부담)

동성애가 에이즈를 유발시킨다는 내용을 교과서에서 삭제한 후

에이즈 청정국가였던 우리나라가 에이즈 위험국가로 전락


에이즈는 바이러스로 감염되는 질환이므로, 동성애가 아니라 감염인과의 성관계가 원인이다. 남성 동성애자 사이에 유병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이는 성행위의 특성 때문이지 동성애 그 자체가 원인이라 볼 수 없으며, 반대로 여성 동성애는 사실상 감염 확률이 없다. 약제비가 많이 들어가므로 문제라는 견해는 이 사람들이 정말 종교를 믿는 사람인지가 의문스러울 정도다. 마지막 문구는 그냥 아예 근거가 없다.


[이슬람 특혜 반대] 할랄단지 조성 반대

할랄단지 조성 계획중인 익산시에 무슬림 30만명이 거주하게 되면
대한민국은 테러 안전국에서 테러 위험국으로 전락!

샤리아법에 따르면 몸을 가리지 않은 이교도 여인을 성폭행해도 합법!

우리나라 여성에 대한 성폭행 급증 및 안전보장 불가!


무슬림 30만명이 거주할 것이라는 주장은 JTBC 팩트체크에서 이미 논파된 것이다.


[반기독악법 저지] 차별금지법으로 전도 금지!

스웨덴에서는 목사가 동성애에 관한 성경 구절을 읽다가 징역형!

영국에서는 길거리 전도사가 모하메드와 예수의 삶을 비교하다가 체포당함!

미국에서는 동성결혼 주례를 거부한 이유로 180일 징역형과 매일 1,000달러


여기서 말하는 스웨덴의 사례는 아케 그린의 사례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는 성경 구절만 읽은 게 아니라, 동성애를 성도착이라 지칭하고 이를 “비정상적이고 끔찍한 우리 사회의 암 종양”이라 표현하는 등 혐오 발언을 했기에 기소되었다. 그리고 한 달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으나 항소했으며, 최종적으로 승소하여 무죄 판결을 받았다. 말인즉슨 이것도 왜곡이란 얘기다.
영국의 사례는 토니 미아노의 사례인 것으로 보인데, 역시 공공장소에서의 혐오 발언으로 체포된 것이다. 체포 사유를 왜곡하고 있다. 미국의 사례는 냅 부부의 사례로 보이는데, 그들의 채플이 사실 영리단체였다는 사실을 누락하고 있다. 모두 뉴스앤조이의 기사에서 이미 왜곡임이 드러난 주장들이다.
기독자유당의 공보물은 이들이 원내에 진입해선 안 될 정당임을 방증한다. 단순히 동성애나 차별금지법, 이슬람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혐오다. 수십 수백 번 그들의 자료가 왜곡되었고, 정황을 누락했으며, 아예 거짓말임이 증명되었으나, 그들은 계속해서 그 거짓말을 퍼트리고 이를 바탕으로 설교한다. 이성적인 논의가 불가능한 맹목적인 혐오가 종교에 이어 이 당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혐오가 이긴다
미국에선 “사랑이 이긴다(Love wins)”란 말이 유행했다. 동성결혼 합법화 등을 일구어내며 그들은 혐오보다 사랑이 강함을 역설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사랑을 역설하는 정치인들은 힘을 잃는다. 김광진 의원은 뉴스앤조이의 인터뷰에서 성소수자들을 지지했다가 기독교계의 낙선운동 대상자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공천에 탈락했다. 한국에서 사랑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곧 낙선을 각오하겠다는 것이다.


김광진: LGBT에 대한 제 평소 생각을 아시니까 물어보셨으리라 생각해요. 이상하게 이게 이슈가 돼서 좋은 의미에서 제 기사들을 퍼 날라 주시는데 실제 선거에는 악영향을 미치고(웃음). ‘이거 봐라. 김광진이 실제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냐’라고 순천의 교회에서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고, 상대 후보들이 퍼 나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김광진 의원은 한국은 정상적인 인권국가가 아니라고 말한다, 허핑턴포스트 인터뷰 - 기사 링크


많은 정치인들이 혐오를 조장하는 기독교계에 손을 보탠다. 박영선 의원은 국회 기도회에서 “동성애 법은 자연과 하나님의 섭리에 어긋나는 법”이라며 “목사님과 뜻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표창원 후보는 동성애가 신마르크스주의 때문이라는 등의 궤변을 펴는 소강석 목사의 설교를 명강론이라 추켜세운 뒤, “성소수자를 차별과 혐오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활동 중에 교회나 성도들의 명예나 신심을 손상케한 언행이 있었다면 반성하고 회개한다”고 썼다. 결국 표 싸움인 총선 정국에서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사랑이 패배하고 혐오가 승승장구하는 건 역시나 씁쓸한 풍경이다.
인터넷 어디선가 보았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예수께선 사실 교회 간판깨기를 하고 다닌 것이다. 열두 명의 행동대장과 수천 명의 무리와 함께 교회를 돌아다니며, 직접 교회 광장에서 상을 뒤엎으며 비암 새끼들, 칼만 안 든 강도놈들이라며 채찍으로 두들겨 팼다. 보통은 간판깨기가 아니라 성전 정화라고 부르지만. 어쨌든, 많은 사람들은 한국의 교회를 예수께서 보신다면 아마 똑같이 하실 것이라고들 말했다. 몇 번을 거듭해 생각해봐도 결론은 같다. 왜 안 그러시겠는가. 그분께선 사랑을 역설하셨고, 기독교는 매주 새로운 혐오를 독처럼 세상에 퍼트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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