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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대 슈퍼맨],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이유

  • 입력 2016.04.08 14:52
  • 수정 2016.04.10 02:08
  • 기자명 영화 읽어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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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크나이트>의 한 장면




배트맨 v 슈퍼맨
영웅 영화의 트랜드가 변하고 있다. 세계관의 공유와 확장을 꾸준히 보여준 마블은 곧 개봉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영웅들 간의 내적 갈등으로 서사를 풀어갈 예정이다. DC 코믹스의 영웅들도 준비를 마쳤다. 히어로 영화의 전설이 된 <다크 나이트>의 배트맨 시리즈가 끝났고, 그 자리는 잭 스나이더 감독과 벤 에플렉의 배트맨으로 대체되었다. 그런데 그의 상대는 악당만이 아닌가 보다. 조커가 있었던 자리엔 <맨 오브 스틸>로 강렬하게 등장한 새로운 슈퍼맨이 서 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역시 영웅 간의 갈등이 중심이 된다.
하지만 관심이 가는 게 하나 더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장이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는 지금, 새로운 배트맨 시리즈는 과연 그 무게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 유독 이 영화는 전 시리즈와의 비교가 많을 것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크리스토퍼 놀란과 크리스천 베일, 그리고 고 히스레저의 환영과도 대면해야 한다.
영화의 제목이 대립을 강조하는 구도로 되어 있기에 이 글의 구성도 유사하게 전개하려 했다. 들어가기 전에 분명히 해둘 부분이 있다. 본 영화의 원제는 <Batman v Superman>이다. vs가 아니라 v라 표기된 것에 주목해야 한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두 영웅 간의 관계를 단순한 대결로 한정되는 것을 피하고자 이런 제목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글도 유사하다. 대상 간의 우월성을 강조하고자 의도한 것이 아니다. 비교 대상을 통해 <배트맨 대 슈퍼맨>을 더 다양한 방향에서 뜯어보기 위한 글이다.




배트맨의 영원한 숙적 조커. 영화 <다크나이트>의 한 장면.





v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여전히 많은 팬의 사랑을 받는 영화 <다크 나이트>.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3부작은 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걸작이다. 이 시리즈가 끝나고, 5년도 되지 않아 새로운 배트맨이 등장해야 한다는 것은 잭 스나이더 감독, 연기하는 벤 에플렉에게 엄청난 부담이다. 그런데 이전 시리즈의 배트맨과 이번에 등장하는 배트맨이 완전히 다른 캐릭터일까. <배트맨 대 슈퍼맨>에는 반가운 이름들이 보인다. 이전 시리즈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이름이 제작에 올라가 있고, 역시나 이전 시리즈의 음악을 맡았던 한스 짐머의 이름도 보인다.
이 두 사람은 잭 스나이더의 전작 <맨 오브 스틸>에도 참여, DC 코믹스의 영웅 이야기의 밑그림을 함께 그렸었다. <다크 나이트>를 지휘했던 두뇌, 크리스토퍼 놀란과 극의 분위기를 이끌었던 한스 짐머. 이전 시리즈의 이성과 감성에 해당하는 부분을 <배트맨 대 슈퍼맨>은 이식해 왔다. 덕분에 이전 배트맨 시리즈와 완전히 다른 작품은 아니다. <300> 시리즈로 독특한 이미지와 힘이 넘치는 액션을 보여줬던 잭 스나이더 감독. 그의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싸우고, 부수고, 현란한 영상을 이번에도 볼 수 있겠지만, 이를 무작정 전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한 장면



두 감독의 영향 덕분에 이 영화엔 볼거리, 생각할 거리가 널려있다. 하지만, 역으로 두 감독의 영향이 다 미치고 있기에 무엇 하나 확실히 충족되는 것이 없기도 하다.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며, 전반부는 크리스토퍼 놀란 식의 어두운 고민과 정의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잭 스나이더의 액션이 폭발한다. 두 감독의 영화가 모두 있다. 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두 감독의 영화는 따로 존재하며 섞이지 못하는 듯했다. 그래서 두 감독의 팬은 서로가 만족하지 못할 수 있다.
<맨 오브 스틸>에서는 비교적 균형이 잘 잡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는 ‘배트맨’이라는 신화적 영웅이 있기 때문인지, 전작과 다르다. 전반부의 정의와 영웅의 정체성에 대한 복잡한 질문 대 후반부 악당과의 대결이라는 두 점을 잇는 선, 즉 다리가 매끄럽지 못하다. 전반부에 던져진 질문에 영웅들조차 제대로 답을 내리지 못하는데, 그들의 고민을 해소해 주기 위해 막강한 악당이 등장하는 느낌이다. 그 물음에 대한 고민을 액션으로 날려버리는 것이다. 특히 전반부가 견디기 힘들었는데, 과거의 배트맨 시리즈에서 ‘조커’, ‘베인’이라는 악인이 주던 긴장감을 줄 적대자가 없었다. 그들 없이 던져지는 철학적 물음은 고역이다. 관객은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강의를 들으러 영화관에 가는 것이 아니다.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한 장면



후반부엔 <맨 오브 스틸>에서 봤던 액션을 다시 볼 수 있다. 여기에 원더우먼(갤 가돗)까지 등장하고, 한스 짐머의 음악이 객석에 퍼지면, 여전히 영화관은 매력적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잭 스나이더에게 기대한 화려한 액션이 후반부엔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위대한 감독이지만, 화려한 액션 연출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CG를 지양하는 그에게서 현대의 영웅물, 특히 마블이 주는 액션의 즐거움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 지점을 잭 스나이더가 충족해 준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전반부의 질문이 모호하게 증발한 것 같고, 갈등이 풀리는 지점도 난감했다.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영화다. 영화 자체뿐만 아니라, 전작과의 끝없는 비교에 던져질 것이다. 신화와 비교라고 해도 될 것이다. 배트맨을 이렇게 금방 재소환했기에, 그리고 DC 코믹스의 세계관을 마블처럼 통합하고 확장하기 위해 시도된 거대한 시도이기에. 그래서 이것이 이 영화의 숙명이다.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한 장면





v. 슈퍼맨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은 다양한 악당과 대결을 했고, 특히 조커와는 동질감과 적대감을 보이는 등 복잡한 관계를 형성했다. 그리고 그 복잡한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한다. 그는 어둠이라는 한계를 인정하고, ‘낮’의 기사를 찾으려 했다. 그는 법의 테두리 밖에서 방법을 찾고, 자신의 신념을 기준으로 고담을 수호한다. 미국 영화의 계보에서 보자면, 서부극의 무법자 등과도 비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서부의 총잡이들이 얼굴을 가리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배트맨은 더 독특하다. 어둠 속에서 활동하기에 비밀스럽고, 흥미로운 면이 있는 배트맨.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 그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줄 인물은 악당이 아닌 슈퍼맨이다.
두 영웅의 공통점부터 봐야겠다. 둘 다 모두 망토를 착용한다는 점을 시작으로, 이들은 일반 시민에게는 없는 초월적인 힘이 있다. 그리고 이 힘을 세상의 평화를 위해 사용한다. 하지만 두 영웅은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일반인으로서의 삶을 병행한다. 때문에 브루스 웨인은 어둠의 기사가 되었고, 클락 켄트는 남몰래 수트로 환복한다. 이들이 정체를 숨기는 이유 중 하나는, 둘 다 법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배트맨은 법 밖에서 폭력을, 슈퍼맨은 법에 없는 힘을 사용한다. 이런 상황에 시민들은 고민한다. 정의를 위해, 그리고 외계인의 침공을 막기 위해 인간의 규칙을 초월해 움직인 그들에게 위법하다 말할 수 있는지. 그리고 위법이라면 어떤 법을 적용해야 하는지.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한 장면



두 영웅을 대조해 볼 차례다.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가면이 시작이다. 배트맨은 가면을 쓰고 있고, 슈퍼맨은 맨 얼굴을 공개하고 활동한다. (물론, 안경 하나 썼을 뿐인데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게 좀 황당할 수는 있지만....) 이 설정이 시작이자 전부다. 영화 속 대사 중에 배트맨은 알프레드에게 ‘우린 범죄자’라며 위치를 설정하는 장면이 있다. 그는 배트맨의 활동이 위법하다 생각했고, 그러기에 대중에 나서지 못한다. 그리고 대중도 어둠의 기사를 편하게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점이 뚜렷하게 보이는 장면이 있다. 범죄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배트맨과 만나는 장면. 이 장면에서 카메라는 경찰이 겁에 질린 얼굴을 프레임에 담는다. 이 경찰은 배트맨을 보고 총을 난사할 정도로 떨고 있었다. 여기서 배트맨은 경찰이라는 국가의 공권력에게 공포를 주는 존재로 등장한 것이다.
이에 비해 슈퍼맨은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고, 동상이 세워질 정도로 공개적인 인기가 있다. 그는 언제나 당당했고, 국회라는 민주주의의 심장부에 가면 없이도 당당히 설 수도 있었다. 사실 둘은 출신부터가 다르다. 배트맨은 인간이고, 슈퍼맨은 외계인이며 지구에서는 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배트맨보다 죽음의 위험이 적기 때문에 얼굴을 공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둘의 대결은 인간 대 신이며 지구인 대 외계인이다. 이 두 영웅의 입장이 되어 각자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 이게 <배트맨 대 슈퍼맨>를 관람하는 재미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예고편의 한 장면





v. 마블
현대 영웅 영화, 그리고 영화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마블이다. 헐리우드를 넘어 세계로 무대를 확장했고, 캐릭터들은 좁은 지구를 벗어나 은하계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토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 그리고 히어로물 간의 세계관을 통합해 방대한 스펙터클의 구현에도 성공, 나오는 영화마다 큰 흥행을 몰고 다닌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저스티스 리그>로 이어질 DC 코믹스 세계관 통합을 위한 첫 단추이자 로드맵이고, 마블에 대한 전면전의 선포이기도 하다.
DC 코믹스의 영웅 영화가 마블보다 더 혁신적인 지점이 있다면, 전면에 나서서 액션을 보여주는 여성 영웅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지점이자 재미는 원더우먼의 등장에 있다. 마블의 블랙 위도우가 매력적이나 액션의 비중이 작았다면, 원더우먼은 여전사의 액션이 무엇인지 직접 보여준다. 이 외에도 곧 개봉할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퀸(마고 로비)이 이슈가 되었던 것처럼, DC 코믹스는 여성 영웅의 구현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포스터



배트맨 대 슈퍼맨은 마블 대 DC의 전쟁으로 나아갈 것이고, DC 코믹스는 이번 영화를 통해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향후 영화들이 영화 산업을 어떻게 주도하게 될까. 영화의 역사에 서부극의 시대가 있었듯, 우리는 지금 영웅극의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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