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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부정입학 논란, 예능만도 못했던 나경원의 원칙

  • 입력 2016.03.22 18:14
  • 수정 2016.03.23 09:39
  • 기자명 버락킴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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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의혹'들에 눈 감아선 안 된다. 취재를 해야 하고, 그 실체를 밝혀내야 한다. 그리고 들려줘야 한다. 그 의혹이 권력에 가까이 있는 자들의 것이라면 더욱 '(긍정적인 의미의) 악랄'하게 '진실'을 밝히기 위해 힘을 쏟아야만 한다. 우리는 교회 권력와 그와 결탁'' 세속 권력의 집요한 방해를 뚫고 진실을 추구했던 언론인을 다룬 <스포트라이트>라는 영화에 깊은 감동을 받지 않았던가. 언론의 역할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렇다면, 의혹에 휩싸인 정치인의 자세는 무엇인가? 언론의 합리적인 의혹 제기에 대해 '멋지게' 해명해야 한다. 그것이 유권자의 지지를 받아 '연명'하는 정치인의 바른 태도다. 한 치의 껄끄러움도 남지 않게 사실에 관해 해명해야 한다. 적어도 이러한 '명제'들에 대해 <뉴스타파>는 자신들의 책무에 걸맞은 보도를 했지만, 안타깝게도 나경원 의원은 그러하지 못했다.


지난
17일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 '나경원 의원 딸, 대학 부정입학 의혹'이라는 타이틀로, '나경원 의원의 딸 김 씨가 2012학년도 성신여대 수시 1차 면접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뉴스타파가 제기한 '특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면접과정에서 '나경원의 딸'이라는 신상을 노출했다.
2. 반주음악(MR)을 준비 못해 면접 시간을 넘겼지만 교수의 지시로 25분 뒤 실기면접을 재개했다.

면접에서 본인의 신분(우리는 부모가 가장 큰 신분이 되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을 노출하는 것은 명백한 부정행위에 해당('한국예술종합학교'의 경우에는 본인의 신분을 노출하며 실격 처리하고 있다)한하고, 연주 장치 오류로 주어진 면접 시간을 넘기는 건 애초에 실격 사유에 해당한다. 만약 이것이 '구제'된다면, 모든 학생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만 한다. 이것은 '과거'에도 마찬가지고, '미래'에도 그러해야 한다.
결국 김 씨는 최고 점수로 합격했다. 과연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당시 면접심사관 3명 가운데 1명으로 참석했던 이재원 아이티(IT·정보기술)학부 교수는 "김씨가 면접에서 자기소개를 하며 '제 어머니는 서울대를 나오신 후 서울중앙지법에서 판사로 근무하시고 국회의원이 되신 나경원'이라는 취지로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두 번째 의혹에 대해 살펴보자
. 이 교수에 따르면, 김 씨가 준비했던 반주음악(MR)을 재생할 카세트플레이어가 없어 면접을 진행할 수 없자 이병우 학과장이 직원들에게 '반주를 틀 수 있는 플레이어를 찾아오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김 씨의 면접은 다른 면접 지원자들보다 약 25분 긴 40분 동안 이뤄졌다. 형평성 문제를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라 이 학과장은 "실기 면접이 끝난 뒤 이병우 교수가 '저 친구 잘하죠?'라는 식으로 김씨를 두둔하고 칭찬하는 발언들을 계속해 합격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한다. 이쯤되면 '나경원 의원과 이병우 학과장'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지 않을 수 없는데, 이병우 학과장은 나경원 의원이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2013년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에서 개 · 폐막식 행사 총감독을 맡았던 전력이 있다. 이제 나 의원은 이병우 학과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


<
뉴스타파>의 의혹 제기에 대해 나경원 의원은 "엄마가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딸의 인생이 짓밟힌 날"이라는 매우 자극적인 언어를 구사하며 장문의 반박 글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그리고 보도자료를 통해 "기자를 상대로 한 형사고소장을 접수했다.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의 민사소송도 곧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물론 엄마로서 딸의 문제가 언급된 것에 대해 '노이로제'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고소장을 접수하고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본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뭐라 할 수 없다. 문제는 '반박'이다. 나경원 의원이 페이스북에 실은 반박은 의혹 자체를 아예 빗겨가는 내용들이었다. 다시 말해서 '반박'이라고도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1.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수백명의 장애인 수험생들이 장애인 특별전형에 따라 정원 외로 대학교육의 기회를 얻고 있다. 올해에도 발달장애인 학생 두 명이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 합격했다.
2. 제 아이는 정상적인 입시 절차를 거쳐 합격했다. 당시 다른 학교 입시전형에도 1차 합격한 상황에서 성신여대에 최종 합격하여 그 학교를 택했을 뿐이다
.

'주어가 없다'는 희대의 말장난으로 전 국민을 '희롱'했던 나경원 의원답다고 해야 할까? '특혜' '배려'라는 말로 바꿔치기한 그의 능력은 가히 놀랍지만, 그의 언어는 여전히 공허하다. 왜냐하면 <뉴스타파>가 제기한 의혹에 대한 답변은 하나도 들어있지 않은 채 교묘한 말 바꾸기를 통해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나 의원의 해명에 <뉴스타파가> 제기한 의혹에 대한 답변이 들어 있는가?
<뉴스타파>는 장애인 특별전형이 '특혜'라고 주장한 것이 아니다. 어느 사회에나 소수자를 위한 '배려'는 필요한 부분이다. , 다른 학교 입시전형에 합격했다는 것과 성신여대에서 벌어졌던 '특혜'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건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학교에 합격할 정도의 '실력'이 된다고 하더라도 특정 학교에서 '특혜'는 발생할 수 있다. '과정'에서 발생한 '특혜'에 대한 문제제기인 것이다.


나 의원과 성신여대는
'사실이 아니라'며 강력히 부인하고 나섰지만, 언론의 인터뷰에는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의 최승호 PD는 지난해 성신여대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에서 학교 측이 면접 시간에 늦게 도착한 학생들에게 면접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내용을 추가적으로 공개했다. 학생이 몸이 불편한 상태이고 교통 사정도 좋지 않아 전화를 통해 설명했지만 매몰차게 거절한 성신여대가 김 씨에겐 왜 그토록 넓은 아량을 베풀었던 것일까?
나경원 의원은 <뉴스타파>가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 진지하게 해명을 해야 한다. 그것이 유권자의 표로 심판을 받는 정치인의 몫이다. 언론의 취재에도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외면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뉴스타파>의 보도가 있은 직후, 재빠르게 반박 글도 올리고 법적 조치도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여러가지 제스처를 취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뉴스타파>의 최경영 PD의 지적처럼 '나 의원은 아직 첫 보도도 제대로 해명하지 않았다'


며칠 전 방영된
<무한도전>에서는, '벌칙'으로 <쇼미더머니5>에 참여하게 된 'MC민지' 정준하가 대기실 복도에서 심사위원인 길을 멀찌감치에서 발견하고, 반가움에 자신도 모르게 다가가 인사를 하려고 하다 "지금 만나면 안되지"라며 자리를 피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는 "너무 반가워서 아는 척 하고 싶었는데 공정성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아서 일부러 피했다"고 말했다.
하물며 예능도 이러하다. 이것이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일반 사람들의 기본적인 사고라고 생각한다. 나경원 의원이 이 장면을 보고 깨닫는 것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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