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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미 의원이 고성과 막말에도 필리버스터를 이어간 이유

  • 입력 2016.02.24 14:24
  • 수정 2016.02.24 15:34
  • 기자명 백스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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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미 의원이 10시간이 넘는 필리버스터를 끝냈다. 헌정 사상 최장 시간이다.

은 의원의 연설이 아홉 시간을 넘어서자, 새누리당 김용남의원은 "그런다고 공천 못받는다"며 소리쳤고 은 의원은 "김용남 의원은 공천 때문에 움직이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은 의원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자신이 왜 10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두렵지 않기 때문에 나서지 않는 게 아니라, 나서야 하기 때문에 나섭니다. 그게 참된 용기입니다. 참된 용기를 가진다는 것과 참된 용기를 왜 가지게 되었는지는 정치인한테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초선 비례의원에게는 ‘내가 이 자리에 서야 되는지’ 혹은 ‘내가 용기를 더 내야 하는지’ 항상 질문을 합니다. 내린 결론은 20대 때 간절한 것 이상으로 간절하다는 사실입니다.

더 이상 청년들이 누구를 밟거나 밟힌 경험만으로 20대를 살아가지 않기를 원합니다. ‘청년’을 넣고 네이버 검색을 해봤습니다. 검색어 1위가 ‘알바’일거라고 추정했는데 ‘글자 수 세기’였습니다. 20대 청년한테 이 이야기하면 다 웃습니다. 회사에 지원하는데 1000자 이내로 써 내라고 해서 글자 수 세기 프로그램 돌린다는 겁니다. 청년 하면 떠오르는 게 젊음도 아니고, 정열도 아니고, 축제도 아니고, 사랑도 아니고, 욕망도 아니고, 그런 모습으로 살게 해서는 안됩니다.
특히 자기 인권과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사람은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를 뿐만 아니라 타인 권리를 보장하기도 어렵습니다. 우리 미래가 그렇게 되어서는 안됩니다. 저 역시 젊은 시절에 대한민국을 바꾸겠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나이가 들면 우리 아이들이 저보다 훨씬 더 찬란한 세상을 향해 나아갈 거라고 믿었습니다. 제가 처음 대학 들어갔을 때봤던 장면은 전경으로 대표되는 독재였지만, 더 나은 미래가 열릴 거라고 믿었습니다.
1987년 (민주화항쟁) 20주년 기념식에 있었던 2007년, 그때 세종문화회관에서 기념식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건너편에서 비정규 노동자하고 모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참으로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세상이 민주화되는데 기여했고 할 만큼 했노라 했는데 그렇지 않구나. 그 민주화된 세상에서 누구는 비정규직으로 살고 누구는 청년 실업자로 살고, 누구는 자살해야 하는구나.’
대테러방지법을 이야기하면서 왜 이런 이야기를 드리냐면,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밥 이상의 것을 배려해야 하는 것이 사람입니다. 헌법이 그래서 있습니다. 헌법에 일자리, 노동, 복지 또 그 이상의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불가침의 인권,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도 탄압받아서는 안 되고...(눈물)
누가 그래요. 대테러방지법 되어도 사람들이 밥은 먹고 살겠지. 다시 말씀 드리지만, 헌법에 보장된 시민․주인으로서의 국민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언론의 자유를 누려야 하고,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 하고, 어떤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자기 운명을 자기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것을 못하고 할 수 있게 하는 법이라고 그렇게 누차 이야기하고, 제발 다른 목소리 들어달라고 하고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하면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다른 방향이 있습니다. 나와 박대통령이 다름을 인정하거나 여당과 야당이 다름을 인정하고 제발 이야기를 해보자는 겁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단 한 명도 인권을 훼손당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자기 운명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지. 대테러방지법을 비롯해서 다른 법에 대해 그렇게 박근혜 정부에게 요구했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능하고 제가 무능한 탓에 항상 발목을 잡는 것으로 소개가 되지요. 그래도 저는 포기하지 못합니다. 저의 주인이신 국민이 살아가야 되니깐요. 그분들은 포기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저는 돌아설 수 있는 자리가 있는 사람일지 모르지만, 그분들은 아닙니다. 헬조선을 외치는 청년들은 도망치는 거 외에는 둥지가 없는 사람입니다. 정치를 하는 사람도 자기 둥지를 부러뜨려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노무현 고 대통령도 둥지를 부러뜨리려고 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제가 좀 버틴 게 당에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저로서는 최선을 다했고요. 다시 한 번 부탁을 드립니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을 믿습니다. 통과되어도 언젠가는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또 누군가, 고통을 당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도 덜 고통 받는 방법을 제가, 정부․여당이 찾읍시다.
약자를 위한 정치에는 여당도 야당도 없고 보수도 진보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직 국민을 위해서 생각하고요. 박근혜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생각하는 국민과 제가 현장에서 직접 뵙는 국민이 다르다, 이렇게 다른데, 어떻게 하면 같이 살까. 이 생각 좀 합시다. 피를 토한다던가, 목덜미를 문다던가, 이런 날 선 표현들 말고 어떻게 하면 화해하고 함께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응원하고 격려할 수 있는지, 힘내게 할 수 있는지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저의 필리버스터를 끝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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